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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데이] 양날의 검

데이다라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대충 닦았다. 모래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막위에 지어진 마을은 정말이지 짜증날 정도로 기분 나빴다. 사막의 날씨라는 건, 낮에는 사람을 말려 죽이겠다는 정도로 더운 주제에 밤이 되면 그 반대의 방법을 시도라도 하는 듯이 살을 에는 추위로 바뀌었다. 그런데다가 가끔 부는 모래폭풍이라도 마주하게 되면 근처의 동굴로 들어가 그것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일마저도 해야 했다. 변덕스럽기가 아주, 데이다라는 자신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파트너를 힐끗 봤다.

“나리와 다를 바가 없군, 음.”

데이다라의 혼잣말에 사소리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대꾸를 바라지도 않았기에 데이다라는 다시 입을 닫았다. 그가 사소리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지금 자신이 향하는 모래마을의 출신의 난자이며, 꼭두각시를 부리는 것, 남을 기다리게 하기 싫은 것과, 영원, 변치 않는 것들을 예술이라고 논하는 것들 따위다. 그리고 가끔 쓸데없는 변덕 때문에 대하기가 껄끄러울 정도다. 남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자신이 기다리는 것도 싫어한다는 말을 수십 번이고 하면서도, 가끔 전투 상대가 꽤 가지고 놀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그의 실력을 재보려는 듯, 전투를 길게 이어나가 데이다라를 꽤 오래 기다리게 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그 상대는 결국 사소리의 인형이 되어-. 아. 더워. 데이다라는 망토를 벗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햇빛을 맨살로 직격으로 맞는다면 화상이라도 입게 되겠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사소리를 따라 묵묵히 발을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다 똑같은 사막이었다. 발에 닿는 모래의 버석함은 어디를 가도 같았다. 이런 길은 지도도 필요가 없었다. 뛰어난 후각이나, 청각 따위들-두발인 사람보다 네발인 짐승의 감각-이 더 도움이 된다. 데이다라는 다시 사소리를 내려다봤다. 분명 그가 가진 감각들 중에서는 그런 것들이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지 않다면, 꼭두각시 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미 나무의 냄새에 질식이라도 했을지도 모르고, 청각이라면, 옆에 있는 데이다라도 느낄법한 삐걱거리는 나무의 마찰음을 듣지 못 했을 리가 없지. 가끔 관계를 할 때, 미칠 듯이 들리는 삐걱이는 소리에 처음은 정말이지 좆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집중하는 건 사소리의 작고 거친 숨소리와 스치듯 지나가는 말들 따위였으니까. 어찌되었든 그럼 이런 전혀 모르겠는 길을 날아갈 수 있는 자신의 예술에 의존하지 않은 건, 또 다른 동물적인 감각 때문이겠지. 어릴 때의 기억이라던가, 본능 같은 것. 본능. 회귀본능. 태어난 고향을 향한. 흥. 데이다라는 지금의 날씨를 잊을 만큼 더 짜증나는 기억이 떠올라, 생각을 그만 두었다.

“모래폭풍이다.”

“아, 그래.”

그런 데이다라의 머릿속을 알기라도 하는 듯, 사소리가 입을 열었다. 향하던 곳에서 조금 우측으로 틀어, 사소리는 발을 옮겼다. 근처의 동굴의 위치마저도 빠삭하게 알고 있는 걸로 보아, 그는 분명.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데이다라는 그를 따라갔다.

변치 않는 아름다움. 사소리는 항상 그런 얘기를 입에 담았다. 터졌다 사라지는 순간의 찰나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데이다라와는 전혀 달랐다. 길을 가다, 심심해서 입을 열면 항상 그런 논리로 입싸움을 하곤 했다. 예술이라는 건 인생의 가치관과도 같기 때문에, 몇 번이고 말싸움을 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상대의 의견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데이다라는 항상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사소리가 무슨 말을 할 지 뻔하게 다 알면서도 말이다.

변치 않는 아름다움. 말을 좋지. 영원하게 아름답다는 말에 걸맞게, 자신이 가장 젊었을 때의 모습을 인형으로 만들어, 그 신념을 내뱉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엔 정말이지 같은 예술가로써는 굉장하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였다. 하지만 말이지.

변치 않는다는 건 결국 발전이 없다는 소리였다.

조금 걷다보니 도착한 동굴에 몸을 숨기고 조금 지나자, 그렇게 맑았던 하늘이 어두워지고 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엔 얼마나 걸리려나. 데이다라는 밖을 보다가, 이내 자신의 옆에 앉은 사소리에 살짝 기댔다. 삐걱이는 소리가 바람소리에 섞여 꽤 좋은 화음을 냈다.

사소리는 그 정도로 게으른 사람은 아니었다. 항상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독을 개발하고, 여기저기에 스파이를 심어두고, 꼭두각시를 비축하고, 그게 지금의 임무에도 꽤 큰 도움이 되는 건 데이다라도 알고 있다. 그의 꼭두각시들은 조금씩 뭔가가 바뀌기는 하였다. 새로운 무기를 끼운다거나, 예의 그 독을 발라둔다거나, 애초에 게으른 자라면 꼭두각시 술을 할 자격조차 없을 터이니. 허나, 이런 것들로는 전혀 그 발전이라는 것에 발끝에도 닿지 못한다. 사소리는 자신의 준비성을 예술론과 같이 과도하게 믿고 있기에, 발전을 위한 변화라는 것을 행하지 않았다. 분명 그걸로 인해 뭔가가 돌아올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사소리가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강하고, 많은 꼭두각시를 부릴 줄 아는 자다. 하지만. 어쩐지 데이다라는 그의 본체를 마주할 때마다 약하다 못 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는 느낌만 받았다. 어린 몸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대놓고 드러난 약점 때문인지, 혹은 둘 다 인지.

데이다라가 그렇게 몇 번이고, 자신의 예술론을 빙자한 사소리의 예술론에 대한 비난의 말을 하는 것은. 그의 문제점과 그리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돌아올 것들에 대한 경고였다. 마치 사소리가 자신에게 조금 더 준비를 해오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그리고 사소리는 변치 않을 거다. 데이다라가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행동하는 재미를 잊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 뭐 그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하더라도, 바람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데이다라는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끝났군. 다시 출발한다.”

“음. 알겠어. 사소리나리.”

그게 그의 예술론이라면 데이다라는 존중해 줄 의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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