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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토도] 발칙한 동거 3

3.


토도마츠는 학교로 향했다. 입학한 지 두어 달이 되어 익숙한 그 길을 천천히 걸었다. 토도마츠는 모든 것에 금방 익숙해졌다. 넓은 집, 친구라고 하기엔 미묘한 관계인 동거인, 자기 자신보다 더 많이 만난 것만 같은, 똑같은 얼굴의 다섯의 형들을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 주구장창 들려오던 고백이 끊긴 것. 아 이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금방 익숙해진다는 건, 변화에 대해 적응이 빠르다는 거지만 토도마츠는 남들의 시선의 변화에 대해서만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여섯 쌍둥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 그 자체인 토도마츠에게 유명인의 고백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자신도 느낄 정도로. 아츠시와 같이 산다는 것을 제외하면 대학에서의 자신의 지위는 평범 자체였다. 마치 아츠시를 만나기 전의 얘기처럼

남의 시선으로 계급을 나누는 조금은 기분 나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토도마츠에게 꽤 상위의 계급을 가졌던 6년의 시간은 이미 그 자신의 계급과 같았다. 그게 아츠시의 고백이 부여했다는 걸 잊을 정도로. 대학교에서도 당연히 아츠시는 토도마츠의 계급 상승을 위해 고백을 했다고 당연하게 토도마츠는 생각했다. 그야 너무나도 뻔했다. 6년 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수 천번이고 했을텐데, 그걸 이제 와서 하지 않는다는 게. ‘동거인’이라는 계급으로 나를 밀쳐버린다는 게 토도마츠는 괘씸했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몇 번이고 자신을 타일렀고, 자신은 여전히 아츠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고는 쥐톨만큼도 없었다. 차라리 학교가는 길에 자주 보는 고양이를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날 위로 끌어올려줬으면, 적어도 유지는 하게 해줘야하는 거 아냐? 친구라던가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로 말이야.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토도마츠는 오늘 같은 날에만 그것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아츠시와 같은 수업이 있는 수요일 말이다.

다른 과지만 이상하게도 시간표가 겹쳐있었다. 1학년에게는 이미 짜인 시간표를 주고 교양한 수업만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다. 배움에 별 생각이 없는 토도마츠는 하루라도 수업이 없는 요일을 만들고 싶었기에 수요일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 사이에 있는 수업을 아무거나 신청했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교수도 적당히 널널하고, 시험도 어렵지 않았고, 과제도 딱히 없었다고 했다. 단지 점심시간에 딱 끼여 있는 시간대가 묘해, 생각보다 신청하는 사람이 적었다. 하루의 점심을 굶거나, 간단하게 먹는 것과 평일의 휴일을 버린다는 것 사이에서 토도마츠는 당연하게 수요일의 점심시간을 포기했다. 그리고 편한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갔을 때, 토도마츠는 강의실의 맨 앞자리에 앉은 익숙한 뒷통수를 볼 수가 있었다. 사실 그걸 보자마자 토도마츠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일부러 옆자리에 앉을까. 아니면 지나가다 너도 같은 수업을 듣는구나라는 말이라도 건낼까. 어떻게 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고, 그걸로 인해서 다시 나는 모두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토도마츠는 그런 생각에 수업 내내 그 갈색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보고만 있었다.

대학이라는 건 고등학교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컸다. 같은 과라고 해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타과생은 따로 약속을 잡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만나지 않는 경우도 다반수다. 하지만 그런 큰 사회에서도 아츠시는 과와 학번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알려져 있었다. 아마 입학식 때, 신입생 대표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의 외견 때문일 수도 있고, 집안 때문일 수도 있고 어찌 되었든. 그 안에서 토도마츠는 그냥 과의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고, 주목받을 만한 행동을 했었지만, 그의 모든 인생이 그러하였듯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그러니 토도마츠가 중고등학교 때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츠시였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아츠시는 출석을 부를 때 들리는 마츠노라는 성에도 딱히 반응하지 않았고, 시선을 칠판에 고정한 채로 수업에만 집중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이라도 있는 지 급하게 교실을 떠났다. 토도마츠가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은 전혀 없었다. 아니 만든다면 만들 수야 있었고, 집에서도 자주 만나니 나도 너와 같은 수업을 듣는다. 같이 듣자라는 말이라도 하나 꺼냈으면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말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토도마츠는 힘들었다. 마치 내가 너에게 관심이라도 요구하는 것만 같았다.

“물론 맞지만.”

하아. 토도마츠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요일만 되면 마음이 복잡했다. 오전의 전공수업은 친구들과 함께 들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이 시덥잖게 거는 장난들도 재미가 없었다. 자신이 주목을 받는다면 뭔가 변하기라도 하는 걸까. 그게 나는 기쁜걸까. 아니면 그냥 아츠시의.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어느샌가 자신은 또 맨 뒷자리에 앉아, 낮의 햇빛을 받는 그 동그란 머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걸 뭐라고 해야되는 지 토도마츠는 도통 몰랐다. 아츠시가 받는 주목에 대한 질투라고 해야 할지,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잖아라는 생각의 짜증이었는지, 이러면 마치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만 같고, 그럴리는 도저히 없겠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도 돌아보지 않는 그 뒷통수를 세게 때리고만 싶었다.

아츠시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게 하기 위해서, 수업시간에는 하지도 않는 질문을 해 모두의 주목을 받기도 했고, 일부러 늦게 교실에 도착해 문을 세게 열기도 했었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집에서 마주치면 하는 말이라고는 안녕 정도였다. 토도마츠는 변화에 금방 적응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는 너무나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 변화가 아츠시의 행동에 대한 변화인지, 자신의 감정에 대한 변화인지 모르겠어서 더 힘들었다.

토도마츠는 오전 수업의 교실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마츠노. 그 얘기 들었어?”

“뭐?”

“아츠시 말야. 또 여자가 바뀌었대.”

“굉장하지 않냐? 한 학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금이 몇 번째야?”

그들은 토도마츠의 친구들답게 뭔가에 대한 소식이 빨랐고, 남의 얘기를 하기 좋아했다. 그 주제에는 항상 아츠시가 들어있었다. 그게 토도마츠는 짜증이 났지만, 듣지 않는 것이 더 싫었다. 또 여자가 바뀌었다라. 여자라. 여자. 아.

나는 이게 싫었던 건가.

아츠시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은 어디를 봐도 남자였고, 그것에 대해 토도마츠는 항상 거절을 해왔다. 나는 남자니까. 혹은 그런 감정은 없어서. 따위의. 아츠시는 그 말에 대답이 없었다. 토도마츠에게 있어서 아츠시는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여자를 사랑하는데다가, 몇 번이고 상대를 갈아치우다니. 아츠시의 이 행동은 자신에 대한 배신이었다.

너를 믿어왔던 나의 믿음에 대한 배신.

“굉장하다니까 진짜. 이쁘기로 유명한 애들만 만나는데-.”

친구들의 잡다한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토도마츠의 머릿속에는 그 배신자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야할 지에 대한 것들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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