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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쥬시] 행동반경

고백후

이치마츠 형이 가는 곳은 여기랑 저기!! 집에서 있는 곳은 이쪽!! 형이 좋아하는 곳은 음....


-@it_217


"형아!!"


쥬시마츠는 오늘도 기분이 좋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예정이다. 일어났더니 날씨가 맑고 아침은 맛있었으며, 운동으로 휘두른 야구배트는 손에 꼭 맞았다.


"나가자!" 


이치마츠는 구석에 앉아있었다. 오늘도 기분은 좋지않다. 아니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봤자 우울해질 뿐이니까. 일어나면 옆자리에는 가장 싫은 형제가 있고,  아침밥은 어제와 비슷했으며, 밥그릇을 싱크대로 옮기는 일은 너무나도 귀찮았다. 물론 더 귀찮은건 지금 서서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반짝거리는 동생을 상대하는 일이지만. 


"...어디로" 

"몰라!!"


으랏챠. 쥬시마츠는 구석에 무릎을 안고 앉아있는 이치마츠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늘어진 그의 손을 잡고 힘차게 외쳤다. 가자! 


가끔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를 이끌고 산책을 가곤했다. 형은 여기랑 저기랑 거기밖에 안가니까 좀 더 새로운 곳을 알려주고 싶어!! 라는 이유였다. 


날씨 맑음! 바람도 시원해! 햇살 간지러! 쥬시마츠는 지금 느끼는 감정을 크게크게 말했다. 이치마츠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창문에서 가장 먼 자리에 앉아있었기에 보지 못했던 맑은 날씨나 상쾌한 바람. 그리고 나와서야 느낄 수 있었던 볼을 간지르는 햇살. 


이치마츠는 바닥을 보던 고개를 들어 신나게 앞서가는 동생의 등을 바라봤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는걸까. 이쪽으론 가본적이 없는데. 자신의 행동반경은 모든 형제들이 입모아 말하듯이 좁다. 굉장히 좁다. 집과 고양이가 모여있는 길거리 세 곳과 개울가의 길. 형제들과 함께라면 좀 더 넓어지는 편이지만 혼자서 가는 곳은 항상 정해져있다. 


그걸 눈치챈 것은 지금처럼 쥬시마츠가 자신을 끌고 나갔을 때이다. 딱히 다른 형제들처럼 밖에 좀 나가라던가 바닥만 보지 말고라는 말을 하지 않고도 그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사람은 쥬시마츠 뿐일 것이다. 본인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겠지만.


쥬시마츠는 뒤를 돌아 이치마츠를 보고는 웃었다. 그는 이치마츠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아니 야구 다음인가? 히지리카와 쇼노스케 다음일지도? 아 파르페도 좋아! 에...또....잘 모르겠다!! 우선 이렇게 날씨가 좋고 밖에 나가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은 이치마츠 형이니까 형이 제일 좋은거야! 이치마츠는 집에서 나올 때와 같이 축 처진 표정이지만 입꼬리는 조금 올라가있었다. 쥬시마츠는 그걸 보고 더 기분이 좋아졌다. 


".. 앞에 봐. 넘어져."

"네엣!! 알겠습니다!!"


쥬시마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여기부터는 아는 길이다. 개울가 옆을 지나가는 길. 가끔  산책로로 이치마츠가 자주 가는 길이다. 아마 그가 가는 길 중에서 유일히 고양이가 없는 곳이다. 나 여기 좋아해!


쥬시마츠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길이라는 것은 슬프게도 이곳과 저곳이 이어져 있기에 가다보면 익숙한 곳도 보이기 마련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뒤돌아 새로운 곳을 찾거나 빠르게 익숙한 곳을 지나쳐 가지만 이곳은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곳!!"

"그래 그래"


바닥을 보던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말을 듣고는 눈치챈 익숙한 물비린내에 고개를 들었다. 아. 여기구나. 


"여기 좋아해?"

"헤헤"


쥬시마츠는 쑥스러운 듯이 뒷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이치마츠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나도. 항상 지나갈 때마다 하는 대화지만 그 얘기를 할 때마다 쥬시마츠는 얼굴이 조금 빨개지고 이치마츠는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쥬시마츠는 조금 천천히 걸었다. 여기를 지나가면 기분이 좋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에..그러니까 여기서. 쥬시마츠는 길 한가운데에 섰다. 눈을 감고 그 때를 떠올렸다. 이 길이 좋아진 그 때. 얼굴을 간지럽히는 햇살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간지러웠던 기억과 처음 맞닿았던 입술의 감촉 그리고 형이 말했던 조용한 한마디. 


이치마츠는 가만히 쥬시마츠를 기다렸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아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이 길을 지나가지 못했던 이유.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꺼낸 말. 그리고 그걸 들었을 때의 사랑스러웠던 표정.


쥬시마츠는 감았던 눈을 뜨고 힘차게 걸어갔다. 잡고있는 이치마츠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지금 뒤를 돌아 보고싶지만 지금 너무 부끄러우니까!! 


이치마츠는 아까보다 급하게 걸어가는 쥬시마츠의 걸음을 맞추어 본인이 할 수있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지금 조금 숨이 차는 건 단지 빨리 걸어서 뿐인거야.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얼굴이 조금 뜨거운 것도. 


둘은 누구에게 쫓기는 거 마냥 빠르게 걸었다. 체력이 비교적 굉장히 낮은 이치마츠가 숨을 쉬지 못해 겨우 쥬시마츠의 이름을 부를 때까지. 쥬시마츠는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숙이고 거칠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금 외진 곳이었다. 나무가 우거져 햇빛을 가려 조금 어두웠고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그렇지만 아까처럼 신나게 얘기할 수 없었다. 지금 그는 그런 것들보다 자신이 세게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고 빠른 걸음에도 열심히 따라온 형이 더 좋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할 말은. 


"이치마츠 형 손 시원해!"


이치마츠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쥬시마츠의 손을 알아챘다. 그러고보니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잡고 있었구나. 겨우 숨을 고르고는 고개를 들어 가만히 그 손을 더듬어 보았다. 배트를 잡고 있어서 굳은 살이 박혀있고, 다른 형제들보다 열이 많아 뜨거운 손. 


그에 비해 체온이 낮은 편인 이치마츠는 그 뜨거운 손을 오랜 시간 잡고 있어도 조금은 차가웠다. 이치마츠는 반댓손을 들어 쥬시마츠의 손을 잡았다. 손장난이라도 치는 거 마냥 양손을 잡았다.


바람이 불고 거기에 휘날리는 나뭇가지의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이치마츠는 여긴 어딜까. 돌아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았지만 이내 생각을 멈추었다. 지금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사랑스런 형제와 자신의 관계처럼.


"쥬시마츠"

"응!" 


이치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쥬시마츠는 새로온 장소가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다 그의 부름에 번뜩 그를 바라봤다. 새로운 곳을 찾아서 신이난 그의 표정이 빛난다. 아 지금 이렇게 빛나는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 이치마츠는 그의 눈을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할까?


 응? 응! 그의 입모양을 알아들은듯 쥬시마츠는 세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리고는 발개진 얼굴로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그에게 가까이해 그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맞닿았다. 촉. 쥬시마츠는 자신의 입술에 살짝 닿은 버석한 입술의 감각을 온 몸으로 느끼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치마츠는 그런 그가 귀여웠다. 마치 처음 겪은 느낌을 기억하려는 아기마냥 그는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입술은 찰나의 순간처럼 살짝 맞추고 떨어졌다. 이제 눈 떠도 돼라는 이치마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쥬시마츠는 눈을 떠 그와 맞잡은 손을 당겼다. 갑자기 세게 당겨진 탓에 이치마츠는 당황해 눈을 크게 떳다. 말 그대로 코앞의 거리에서  이치마츠의 당황하는 눈빛을 본 쥬시마츠는 싱긋 웃고는 다시 입을 맞췄다. 아까와는 다르게 좀 더 길게. 놓지 않겠다는 듯 손에 힘을 꽉 쥐고. 




다섯 번의 바람이 불었다. 사실 두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겹쳐진 입술이 떨어졌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였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푹 숙여 자신의 얼굴을 가리느라 바빴고 이치마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고도 두 번째의 바람이 불었을때즈음에 이치마츠는 입을 열었다.


"...나 여기도 좋아질지도..."


쥬시마츠는 고개를 더 숙이고 잡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온몸으로 나도!!라는 말을 하는 쥬시마츠를 보며 이치마츠는 웃었다. 이치마츠의 행동반경이 조금 늘어난 순간이다.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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