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카라토도] 무관심

"나 카라마츠형이랑 사귀니까." 


토도마츠의 뜬금없는 발언에 쵸로마츠는 읽던 책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봤다. 뭐? 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토도마츠는 그 뒤의 말을 이어갔다.


"다른 형들 한테는 비밀이야."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일상대화 마냥 내뱉은 그 말은 쵸로마츠에게 큰 고민이 되었다. 


-@it_217


쵸로마츠는 정신이 없었다. 동생이 호모라니. 아니 그런 것은 개인의 취향이거나 혹은 그렇게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니까 그것은 배제한다 하더라도 형제와 그것도 쌍둥이 형과의 교제라니. 그리고 그걸 나에게만 말하는 의도는 뭐지?


그 말을 들은 것은 낮이었다. 아마 형제들은 각자의 취미생활을 하러 나가있었고 집에는 아니 방에는 둘 뿐이었다. 그 대화 이후로 곧바로 쥬시마츠가 들어와 버렸으니까. 쵸로마츠는 대꾸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왜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것이 장난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도. 그리고 왜 다른 형제들에게는 비밀인지도. 


쥬시마츠가 들어와 야구 얘기를 하며 방을 난장판을 만들어서 그를 혼내고 방 정리를 하고, 저녁 준비를 돕고 저녁을 먹고 평소와 같이 목욕탕을 갔다오는 길에도 쵸로마츠는 혼란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잠깐씩 보이던 막내동생의 표정과 행동은 평소와 같았다. 마치 그에게 말한 적이 없었던 것 처럼. 


그래. 어쩌면 그는 변한 것이 없는 게 당연하다. 비밀을 알게 된 것일 뿐 그는 변함없이 내 동생이고 가족이니까. 토도마츠가 배꼽페티쉬가 있는 것이나 후지산을 혼자 오른 것을 알아도 토도마츠는 토도마츠다. 그가 누구와 사귀든 뭘 하든 그는 그 자체그대로니까. 남자를 좋아하든 형제를 사랑하든 변함없이 내 동생이야. 단지 쵸로마츠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왜 나에게만? 이었다. 


쵸로마츠가 겨우 생각할 시간이 생긴 것은 밤이 되어 이불을 덮고 모두가 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카라마츠가 토도마츠를 유난히 아끼는 것은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토도마츠도 그런 카라마츠를 귀찮아 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티를 내는 것 또한 알고 있었고. 언제부터 둘은 그런 사이가 된걸까? 숨기느라 힘들진 않았을까? 겁 많은 동생이 이런 길을 간다는 것이 고민되지는 않았을까?


쵸로마츠는 의지되는 형이 되고 싶었다. 물론 같은년도 같은 날에 태어난 육둥이지만. 장남이라고 말만 해대면서 아직도 어린 아이 마냥 굴어대는 오소마츠와 이해 못할 말만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카라마츠를 보며 동생들에게 의지되는 형이 되고 싶었다. 적어도 위의 두 형들은 그럴 생각이없어보이니까. 나만큼은.


토도마츠가 비밀 운운하며 자신에게만 말한 것은 날 의지한다는 말 인걸까? 그것에 대해 조금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의지의 무게가 무거워졌다. 쵸로마츠는 거짓말이 서툴다. 눈치가 빠른 토도마츠가 그걸 모를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내 서툰 거짓말로 인해 들킬지도 모르는 비밀을 알려주는 의도는 뭐지? 혹시 모두에게 알려주라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인가? 아니면 너무 답답한 상황에 나에게라도 털어 놓으려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장난인가?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 오소마츠의 뒤로 보이는 토도마츠를 보았다. 그는 평온하게 잠을 자는 듯 하였다. 쵸로마츠는 더 혼란스러웠다. 그 말이 장난인가? 날 놀리는 건가? 내일 오소마츠와 함께 아 체리마츠형 내 농담을 진짜로 믿고~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지메라도 하는 게 아닐까? 


물음표로만 끝나는 고민이 늘어만 갔다. 그 늘어남에 비례해 그의 짜증도 늘어갔다. 나는 지금 너의 두 마디 말 때문에 잠도 못 자는데 넌 곤히 잘 잔다 이거지? 


쵸로마츠는 다른 형제가 깨지 못하게 천천히 일어나 누워있는 토도마츠의 머리맡에 앉았다. 고민의 출발지인 막내 동생은 얄미울 정도로 곤히 자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한숨을 내쉬고 토도마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조금 뜬 토도마츠가 조용히 왜 라고 말했다. 


"나 화장실 가고 싶으니까 따라와."


토도마츠는 그 의도를 알았는 지 묵묵히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이 화장실이 아닌 거실임에도 딱히 별 말은 없었다. 어두운 것이 무서운지 그 뒤에 딱 붙어 옷자락을 쥐고 따라갈 뿐이었다. 쵸로마츠는 거실에 들어서서 불을 켜고 탁자에 앉았다. 멀뚱하니 서 있는 토도마츠를 보며 반대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 앉아. 할 말 있으니까."


가만히 그 말대로 앉은 토도마츠는 탁자에 손을 올려두고 없는 핸드폰이 있는 것 마냥 손을 꼼지락댔다. 핸드폰을 산 이후에 토도마츠에게 새로 생긴 버릇이었다. 곤란하거나 귀찮은 상황이면 그 조그마한 화면을 보는 것으로 회피를 하곤 했다. 쵸로마츠는 그 손을 보며 낮에 그가 말했을 때의 손을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딱히 메신져나 웹서핑을 하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마치 엄마에게 혼나기 직전의 불안감이 만들어 낸 눈알굴리기나 안절부절 못하고 앉아 있는 모습과 똑같았다. 쵸로마츠는 그의 손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낮에 말한 것 말야..."

"형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뭐? 쵸로마츠는 어이없다는 듯이 시선을 그의 얼굴로 올려다 봤다. 토도마츠는 금방이라도 울 것 마냥 눈가가 빨개져있었고 시선은 탁자를 향해있었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남자랑 그것도 형제랑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거지?"


쵸로마츠는 그 말을 듣고 좀 멍했다. 아 이게 그렇게 생각할 일이던가? 그의 얘기를 듣고 전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단어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는 그저


"왜 나한테만 말한거야?"


이것이 궁금할 뿐이다. 토도마츠는 예상과는 다른 질문에 고개를 번뜩 들었다. 당연히 싫지 하지만 형제니까라는 되도 않은 위로를 서툴게 뱉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형식적인 위로라도 듣고 싶었다. 사실 그는  지쳐있었다. 나는 형을 사랑하고 그게 비정상적인 것임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살아왔는데 자꾸 그 현실이 다가오는 것이 무서웠다. 토도마츠는 떨리는 입술로 겨우 입을 열었다.


"그냥..형은...동성애자같은 걸 봐도 별 말 안했으니까..."


다같이 텔레비전을 볼 때면 오소마츠 형은 동성애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으라는 말을 내뱉고 잡지를 뒤적였고, 이치마츠 형은 켁 기분나쁘게 라는 말을 하곤했다. 쥬시마츠 형은 화면에 나오는 동성애자들의 행동을 따라하고 비웃고는 했다. 그럴 때 마다 토도마츠는 현실을 직면했다. 아 그러니까 나는 같은 피를 나눈 형제들이 싫어하는 짓을 하고 있구나. 같은 길을 걷는 카라마츠는 그럴 때 마다 몰래 토도마츠의 손을 잡아주었지만 그는 그것이 전혀 의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이런 길로 이끌어 버린 그가 미웠을 뿐이었다.


고백을 한 것은 당연히 카라마츠였다. 둘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서로 알고 있었다. 좀 더 용기있고 배려심있는 카라마츠가 표출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토도마츠는 자신은 정상적이다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고백을 받을 때에도 이런 기분나쁜 사랑을 하는 형이 불쌍하니까~로 시작되는 대답이었다.


이런 대답에도 환하게 웃어주며 고맙다고 대답한 자신의 연인이 사랑스러웠다. 맞다. 그는 형제를 같은 성별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너무 무서웠기에 모든 것은 형이 시작했고 나는 피해자일 뿐이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 생각은 자신의 죄책감을 쌓게하고 상대에게 외로움을 주는 관계를 좀먹는 행동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런 행동만을 취했다. 지쳐가는 카라마츠와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보기만 하면서. 하지만 더이상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으니까. 형에게 말한거야. 이러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나아져서 카라마츠 형에게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또는 더듬으면서 말하는 토도마츠의 긴 말을 쵸로마츠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행동들을 생각해 보았다. 동성애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봤을 때 그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냥 아 나랑 상관없는 사람 으로 치부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이 행동만으로 토도마츠는 조금 안심을 하고 마음을 열었다. 형제들의 별 것아닌 행동에도 얼마나 큰 상처를 받고 하루에도 몇 번씩 죄책감을 느꼈을까. 쵸로마츠는 토도마츠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생각에 잠겨있었다. 내가 과연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 줄 수있을까. 나는 인정이 아닌 무관심으로 대했을 뿐인데. 


쵸로마츠는 토도마츠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꼼지락 대는 그의 손을 볼 뿐이었다. 손은 가끔은 바들바들 떨기도 했고 무언가를 긁는 행동도 했으며 주먹을 꽉 쥐기도 했다. 쵸로마츠는 손을 들어 여전히 불안한 듯 움직이는 토도마츠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토도마츠는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형제의 손은 따뜻했고 포근했다. 응 나도 많은 거 안바라니까. 토도마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거짓말은 잘 해 보도록 노력할게."

"안 될걸~ 형은 체리마츠니까~"


쵸로마츠는 피식 웃고 말았다. 토도마츠는 이 와중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떨리는 목소리로 평소처럼 그를 놀리는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겠다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이 성격이라도 고쳐야 카라마츠가 편할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토도마츠가 좋은 걸 테니까. 


"자러갈까?"


아마 둘의 관계가 지속되는 한은 서로서로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죄책감에 힘들어 할 것이며 외로워할 것이다. 그것은 아마 지금 견뎌내고 있는 토도마츠가 더 잘 알테지. 쵸로마츠가 해 줄 수있는 거라곤 그 둘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오지랖으로 둘의 관계에 참견하지 않고, 이미 관계의 틀어짐을 비난하거나 괜히 현실을 다시 직시하게 비웃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할 것이다. 그 이상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 행동만으로도 토도마츠는 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으니까. 이대로가 좋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나는 토도마츠를 따라 쵸로마츠는 일어났다. 거실을 나오며 불을 끄고는 거실에 들어오기 전과는 다르게 깜깜한 복도를 먼저 걸어가는 토도마츠를 보며 그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너는 이런 어두운 현실들을 나아가며 살아가겠지. 나는 지금처럼 돌아보면 얘기나 들어줄 거리에 있을테니까. 







217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