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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쵸로] 연애

 


"연애라는 건 뭘까?"

"뭐?"


쵸로마츠가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같이 집에 가고 싶어 앞자리에서 엎드려서 그의 얼굴만 보던 오소마츠가 그 질문을 듣고는 눈썹을 들썩였다. 뭔데. 지금 놀리는거? 둘은 연애경험이 없다. 아니 육둥이 모든 형제가 그런 경험과는 거리가 멀다. 오소마츠는 진지한 쵸로마츠의 표정을 보다가 시선을 내려 그가 읽는 책의 표지를 보았다. 연애를 시작하는 법이라고 적혀져 있는 분홍색 표지는 아무리 봐도 같은 또래의 여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책을 진지하게 읽고있는 사람은 타겟층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지만.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봤다. 해가 지고 있었다. 시선을 조금 더 옆으로 돌려 시계를 봤다. 네시 사십오분. 도서부원인 쵸로마츠는 오후 다섯시에 도서관 문을 잠궈야한다. 보통은 다른 부원들 끼리 돌아가면서 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의무를 나몰라라하고 일찍 가버리기 십상이다. 쵸로마츠는 어차피 도서관 문을 닫을 때까지 도서관에 있는 편이기에 딱히 상관은 없었다. 귀가부인 오소마츠에게만 큰 상관이 있을 뿐. 다른 귀가부인 이치마츠와 함께 집에 가면 될 것을 꼭 쵸로마츠를 기다린다. 지금처럼 앞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는 그의 얼굴을 보거나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면서.


"여기 책에 보면 말야."

"응."


쵸로마츠는 몸을 그에게 좀 더 가까이하고는 책을 돌려 보여줬다. 속지는 표지와 비슷하게 귀여운 글씨와 삽화로 뒤덮혀있었다. 쵸로마츠는 얇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이 방금 읽은 글귀를 짚었다. 여기말야. 오소마츠는 그 글귀보다 그의 손가락이 더 눈에 들어왔다. 육둥이라지만, 형제라지만, 얼굴을 빼고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다. 형제들만 알 수 있을정도로 사소하지만. 쵸로마츠는 손가락이 얇았다. 오소마츠는 문득 자신의 손을 들어 그 손가락에 나란히 대어봤다. 


"뭐하는 거야?"

"아니, 잘 안보여서."


오소마츠는 씩 웃고는 그의 손가락과 자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글귀를 봤다. 질답코너였다.


같은 반 이성친구가 같이 집에 가려고 매일 나를 기다리고는 해요. 활동하는 동아리가 달라서 끝나는 시간이 다를텐데 말이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기다려줘요. 근데 그것이 싫지가 않고 같이 가는 귀가길을 기대하고 있어요. 이것도 연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응 이게 뭐?"

"아니 밑에 답변을 읽어봐."


쵸로마츠는 손가락을 좀 더 내려 밑의 답변 코너를 짚었다. 옆에 나란히 있던 오소마츠의 손가락과 닿았다. 오소마츠는 그 느낌이 좋아 쵸로마츠의 손가락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톡톡치며 답변 코너로 시선을 내렸다.


당연하죠. 자신의 시간을 남을 위해 쓴다는 것은 이미 그 상대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먼저 과감하게 연애를 시작해버리는 것은 어떠세요? 고백 방법은 217p에 자세히...


오소마츠는 쓰여진 글을 읽어 내려갔다. 다 읽었다는 듯 고개를 들어 쵸로마츠를 봤다. 쵸로마츠는 할 말이 있는 지 입을 뻐끔뻐끔거렸다. 오소마츠는 무슨 말을 할 지는 알고 있지만 기다렸다. 


"형 나 좋아해?"


쵸로마츠는 고개를 숙이고는 물었다. 여기 책에는 그렇게 나와있으니까 말야. 라는 우물쭈물대면서작은 변명을 붙였다. 오소마츠는 그 속내가 귀여워서 웃어버렸다.


"응."


쵸로마츠는 이 말을 듣고 싶어서 괜히 그런 책을 꺼내서 읽고, 비슷한 상황을 찾아 괜시리 물어보곤 했다. 연애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몇 번이고 확인해본다. 날 좋아해? 지금 이 감정이 확실한게 맞을까? 쵸로마츠는 무엇이든 처음하는 것은 책을 읽어보고 많은 확인절차를 거친 후에 시작한다. 지금도 그런 절차를 밟고 있다. 연애할래?라는 오소마츠의 장난스런 질문을 듣고 좀 더 알아보고...라는 대답을 하고나서 부터. 오소마츠는 숙인 쵸로마츠의 정수리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네시 오십 오분. 


오소마츠는 이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그러니까, 수업이 끝나는 오후 세시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수업이 끝났다는 이유도 있지만 쵸로마츠와 둘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집에서는 많은 형제들덕분에 둘만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도 다를 뿐더러 층마저도 다르다. 점심시간에 가끔 가보기도 하지만 그 짧은 삼십분으로는 택도 없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두 시간. 이 두 시간 동안 사랑스런 동생은 연애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나를 좋아해?라는 귀여운 질문과 함께.


쵸로마츠는 매일 하는 질문이지만 물을 때 마다, 그리고 항상 같은 대답을 들을 때 마다 같은 행동을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귀까지 빨개진 채로. 오소마츠는 그런 쵸로마츠가 좋았다. 귀여웠다. 사랑스러우니까. 오소마츠는 여전히 답변을 짚고있는 쵸로마츠의 손가락을 잡고 손장난을 치며 책장을 팔랑팔랑 넘겼다. 시계 초침 소리를 들으며 지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섯시가 되면 하교종이 울리고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같이 등교를 하고 지루한 수업을 들으면서 오후 세시를 기다리고 감정을 확인받을거야. 어린애마냥 겁이 많은 주제에 좋은 것은 포기 못해서 작게 도전을 하는 쵸로마츠의 자가테스트처럼. 


나 좋아해?


라는 말을 묻는 것은 아마 네가 날 좋아하는 것은 이미 확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실해서 그렇겠지. 그럼 내 대답은 네 마음을 대변하는거야.


응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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