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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새벽

사쿠라바~

아이바 마사키는 잠이 오지 않는다. 이 상황이 그에게는 전혀 맞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지금 그런 상황이다. 오늘의 일정에 뭐가 문제라도 있었나. 그는 침대 옆 협탁에 둔 탁상시계의 초심이 움직이는 째깍 소리를 들으며 차근차근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시간은 많고, 내일은 꽤 오랜만의 휴일이다. 침대에 누운 시간은 새벽 1시가 좀 안 되는 시간이었다. 이른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까지 드라마를 촬영하던 그에게는 오후 6시 마냥 이른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온 몸이 피곤해 더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지만 머리만은 맑아서, 지금이라면 시계 옆에 책갈피가 아직도 6페이지 즈음에 꽂혀있는 언젠가 받은 책을 독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안 읽을 거지만.”

혼잣말을 하던 그는 다른 걸 생각해보기로 했다. 자기 전에 항상 하던 게 뭐더라. 아. 마시던 술을 바꿔서 그런 건가. 드라마촬영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누군가와 만나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항상 혼자서 단 과자에 술을 마시고는 했다. 바쁜 스케줄에 술을 사두는 걸 깜빡해, 누군가가 집에 오며 사두었던 전혀 마시지 않는 위스키를 마셨다. 단 것과 잘 어울리는 걸로 사왔다고 했던 말에 걸맞게 꽤나 잘 어울려 평소보다 과하게 마셨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딱히 술에 취했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그에게 하나의 신호라고 할 수 있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날 기분도 아니고 오히려 더 텐션이 올라갈 정도였다. 이 술을 선물해준 사람처럼 말이다. 음, 그럼 뭐가 문제일까.

아이바는 정자세로 누워있던 몸을 협탁 쪽으로 돌려 누웠다. 협탁 위에 있는 전등을 켜자 시계는 새벽 1시 23분을 향하고 있었다. 시계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었다. 그리고 화면을 켜자 전등과는 다른 밝기가 눈에 들어와 미간을 찌푸렸다. 화면은 시계와 같은 시간을 그려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를 시작 할 때 시계의 건전지가 다 된 것 같았는데. 이런 것에 신경을 쓸 만큼 예민하지는 않은데도 이상하게 시계소리가 귀에 꽂힌다 했었다, 언제 갈았더라. 기억에 없었다.

“그렇다면.”

아이바는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당연하게 받을 것이다. 자신의 스케줄과 함께 그의 스케줄도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자세하게 외울 수는 없지만 지금 시간이라면 아마 돌아가고 있는 차 안이거나, 집이겠지. 신호음이 이어졌다. 그와 함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평소에 당연하게 넘어가던 소리가 인식되는 게 어쩐지 재밌었다. 아. 취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신호음이 끊기고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화면에 아이바라고 뜰 텐데도 착실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좋다. 그렇네. 취했다.

“시계 건전지 쇼쨩이 새로 끼웠어?”

새벽에 전화해서는 여보세요 라는 인삿말도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말에 건너에서는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응. 이제 알았어? 위스키 가져다 줄 때 바꿨는데.”

“언젠지 기억 안 나.”

“왜 그 저번에 준 책 좀 읽었다고 보여준다고 집에 초대했었잖아. 두 페이지 읽었으면서.”

“세 페이지거든!”

웃으면서 그랬었나하는 목소리 사이로 도로의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집에 가는 중이야?”

“응 다 와가.”

“오늘 뭐했어?”

“음…. 우선 아침 여섯시에 일어났어.”

역시 여기부터 시작하는구나. 착실하기는.

“응. 그래서?”

그 때부터 회사의 보고를 하는 것 마냥 시간대와 방송국과 프로그램의 이름 같이 출연한 사람들에 대한 것들, 중간에 뭘 먹었는데 맛있더라 다음에 같이 가자. 혹은 사올게라는 듣기 좋은 말들. 그 말에 대답하며 아이바는 이제야 눈이 조금씩 감겨 협탁의 전등을 껐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익숙하다는 정의를 가지고 있는 집에서 뭔가가 바뀌어 살짝 적응이 안 되었다. 평생 사본 적이 거의 없는 책이 옆에 있는 것과 마시지 않았던 종류의 술이나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하고, 초까지 정확하게 딱 맞춘 시계라던가. 그런 것들. 그런 사소한 것들을 바꿔놓았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안정감이 느껴졌다. 알아채기 힘든 것들이지만 한 번 눈에 들어오면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가 두고 간 것들로 잘 준비를 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어야 잠이 드는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잠에 들어서 대답이 없어도 혹여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에 깰까싶어 조용히 ‘잘 자’라고 말을 하고서 가만히 전화를 들고 있을 그마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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