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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2535 - 1

회사원쇼x카페알바아이바


1.

스물 다섯의 사쿠라이 쇼. 그의 인생에서는 회사라는 부담감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분 첫 회사라는 긴장감보다도 그 회사의 중역을 꿰차고 있는 아버지의 그늘이 그 부담감을 한 층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동기들에 비해 능력이 없다거나 뭔가가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주어진 일은 착실하게 해내는 편이고 그 실력 또한 그에게 일을 맡겨본 상사라면 다 알고있으리라. 하지만 그에게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낙하산이라는 말을 떼어내기는 어려웠다.

인간이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에 질투가 많다.  그 감정은 열등감에서 일어나서는 그 비슷한 상대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을 보고 들으며 말을 쉽게 지어낸다. 어느 정도 알려진 집안, 아버지가 중역인 회사 그리고 회사 내 여기저기에 보이는 소위 낙하산들.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는 과정으로 그는 사쿠라이 '쇼'가 아닌 '사쿠라이' 쇼로 주목받는 삶을 살아야했다. 좋은 결과를 내놓아도 '아 역시 사쿠라이네' 는 말을 들었고 그 사쿠라이는 자신이 아닌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자기자신으로 인정받고 싶다. 그 목표를 향해 쇼는 달렸고, 그 결과로는 딱히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단지 열심히 말 그대로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얻는 것은 없는 채로 아버지의 위상만 높이는 삶을. 그런 삶은 쇼에게 있어 꽤나 고통스러웠다. 

끝도 없는 그렇다고 빛이 다시 비쳐질 것 같지도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자신의 옆에 그 사람이 없었다면 말이다. 보기만 해도 힘이 나고 햇살같은 사람.

딸랑. 카페의 조금은 무거운 나무 문을 열자 테이블을 닦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고는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오늘도 출근 빠르네. "

"좋은 아침."

"응! 좋은 아침이야!" 

자신의 힘없는 아침인사에 항상 좀 더 기운차게 해보라는 말 대신 더 힘찬 인사로 대답하는 아이바 마사키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다. 몇 달 전, 회사 근처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 회사 근처 정거장이 아닌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천천히 걷다가 발견한 카페였다. 일어나는 시간과  식사시간까지 계획대로 하는 그에게는 꽤나 큰 일탈이었다. 한 정거장 차이인데도 오피스가와는 전혀 다르게 꽤 낡은 주택가에서 안락한 느낌이 드는 작은 카페. 그 카페에서 만난 카페와 너무나도 알맞는 사람. 

마사키는 몇 개 없는 테이블을 지나쳐서는 쇼가 서있는 주문대로 향했다.

"뭘로 할래?"

"아이스 라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마사키는 웃었다. 오피스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다가 근처에 주택이 있었기에 단골이 많은 곳이지만 아이바는 항상 늘 먹던 것임에도 항상 물어봤다. 그 착실함이 쇼는 좋았다. 착실하다고 해야할까. 어쩌면 기억을 못 하는 걸지도. 

아이바는 꽤 열심히 하는 편이고 성격도 밝은데다가 외견적으로도 좋았지만 단점을 꼽으라면 조금은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좋게 말하자면 천연이었다. 

아이스 라떼는 350엔. 그 흔한 포스기도 없기에 마사키는 주문대 위에 계산기가 옆에 있는 낡은 장부에 라떼 아이스를 적었다. 조금은 아이같은 글씨를 써내려가는 손을 빤히 보다가 500엔을 내미는 쇼에게 그럼 거스름돈은 150엔 맞지? 맞나? 라고 물어본다. 자주 가게 되면 그 가격을 당연하게 기억하고 맞춰서 동전을 주고는 하지만, 쇼는 지갑에 십엔이나 오십엔이 있어도 항상 500엔을 내밀곤한다. 왜 그럴까. 밝은 표정으로 웃는 사람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고 하면 너무 변태같은가? 쇼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맞아 150엔 주면 돼."

"역시. " 

동전이 맞는지 꼭 쥐고 몇 번이고 확인을 하고는 잔돈을 내민다. 따뜻하다 못 해 뜨거워진 동전을  받으며 쇼는 입을 연다.

"너 이런데도 용케 사장이 널 혼자 두네."

"잠깐 지금 심한 말 한 거 아냐?"

"사실이잖아."

장난스레 던지는 말에 마사키는 웃으면서 대꾸하고는 손을 씻고 바로 옆의 머신으로 몸을 옮겼다. 

"조금만 기다려"

쇼의 응이라는 대답은 그라인더의 소리에 들리지 않았지만 마사키는 필시 들었으리라. 그는 계산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능숙하게 커피를 만들어냈다. 깔끔하게 리드를 덮어 내밀었다. 

"아이스 라떼 나왔습니다."

"응. 고마워."

쇼는 픽업대 위에 놓인 나무통에서 빨대를 꺼내 리드에 꽂았다. 폭 하는 소리와 함께 리드의 구멍에 빨대가 꽂혔다. 그 사이로 삐져나오는 커피는 없었다. 쇼는 씩 웃었다. 역시. 처음 마셨을 때부터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다. 얼음이 들어간 음료는 리드에 빨대를 꽂으면 넘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마사키가 만든 커피는 그런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양이 적지도 않았고. 우연인지 아니면 가게의 레시피가 그런지 마사키의 작은 배려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쇼는 이것도 좋았다. 

"마셔봐. 오늘의 자신작이니까!"

"그래그래-."

마사키의 말을 들으며 쇼는 라떼를 마셨다. 고소한 우유의 향과 어우러지는 갓 내린 에스프레소의 향 그리고 익숙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카페의 커피맛은 굳이 따지자면 평범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근처 마트에서 판매하는 우유와 그렇게 따지지 않은 원두를 쓸테니까.  그렇지만 마시고 나면 힘이 났다. 

"맛있어."

"그렇다니까-. 이제 출근?"

"그렇지 뭐."

출근이라는 한 마디에 조금 텐션이 낮아진 쇼를 눈치라도 챘는지 마사키는 앞치마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쇼가 그를 보자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손 내밀어봐."

"뭔데?"

손을 내밀자 마사키는 그 위에 작은 봉지 초콜렛을 올려주었다. 꽤 오래 저 주머니 안에 있었는지, 포장지는 구겨져있고, 안에서 몇 번이고 녹았다 굳었다 한 것 같았다. 당황스러운 모습에 쇼는 눈만 깜빡이며 그걸 보고 있었다. 마사키는 그의 어꺠를 툭툭 치며 말했다.

"단 거 먹으면 기운날니까."

"...이거, 먹을 수 있는 거야?"

"당연하지-. 자 오늘도 힘내!"

마사키의 단언에 쇼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묘하게 싸지는 않은 커피를 마시러 굳이 한 정거장 일찍 내려야 하기에, 그 시간만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찍 일어나고 회사까지 걸어가는 수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그는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평범한 맛의 커피와 안락한 분위기. 그리고 바로 눈 앞에 있는 어쩌면 좋아할 지도 모르는 사람의 웃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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