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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2535 - 2

회사원쇼x카페알바마사키

2.

 

“그럼 이제 가볼게.”

“응. 지각하면 안 되니까.”

마사키는 문으로 향하는 쇼를 따라가, 문 밖까지 그를 배웅했다.

“다녀와-.”

“그래. 다녀올게.”

쇼는 마사키의 인사에 씩 웃고는 손을 한두 번 흔들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깔끔하게 관리된 재킷의 주름선과 전혀 구겨짐이 없는 바짓단을 마사키는 멍하니 보다가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쇼가 오기 전에 뭘 하고 있더라. 아. 마사키는 테이블에 있던 더스터를 발견하고 나서야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쇼가 이 가게에 처음 왔던 건 추운 겨울이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이스 라떼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던 날씨라 기억하고 있다. 겨울에는 얼음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제빙기는 꺼두고 있었고, 냉장고에 있는 얼음을 깨서 컵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차가운 얼음처럼 쇼의 얼굴도 굉장히 차가웠다.

이 가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에 추운 날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이라, 아무리 기억력이 좋지 않은 마사키라도 금방 기억할 정도로 특이했다. 이 카페는 오전 시간대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마사키가 퇴근하는 오후 세 시가 되서야 바빠진다. 이쪽으로 영업을 오는 영업사원들이나, 혹은 근처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잠깐 쉬어가거나 오픈 전의 술집 주인들이 하루의 시작을 커피로 하기에 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커피를 만드는 것을 제외하면 서툰 그가 혼자 근무해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날이 조금 풀리고 나서야, 마사키는 쇼가 오는 시간대를 알 수 있었고, 벚꽃이 필 때 즈음에 벚꽃이라는 한자가 들어가는 그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아니다. 성에 들어가는구나. 이름을 먼저 부른 쪽은 쇼였다. 마사키는 뭔가에 집중하면 주위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특히 라떼아트를 할 때는 더더욱. 출근을 하고 청소를 다 끝낸 후, 자신이 먹을 라떼를 만들 때, 쇼가 왔었다. 집중을 해서 주문대에 서있던 쇼를 눈치 채지 못한 그에게 아이바씨-아마 앞치마에 달린 명찰을 봤겠지-라고 했었다.

그 소리에 마사키는 화들짝 놀라 우유는 엎었고, 라떼는 엉망이 되었다. 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하는 쇼에게 마사키는 그럼 이름이나 알려달라고 했었다.

“그럼 이건 다 닦았고-.”

나도 오늘은 아이스 라떼로 먹어볼까. 아이바는 더스터를 버리고 손을 씻었다. 쇼는 항상 같은 시간에 오고, 같은 시간에 나간다. 한 번은 너무 궁금해서 기록을 해본 적도 있었다. 시간과 분, 초도 같이 적었었다. 10초 이상 다른 적이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마사키에게는 더더욱 신기할 정도였다. 마사키는 가게의 오픈보다 30분 더 일찍 출근한다. 그러니까 7시 30분. 그리고 하는 일은 우선 기계를 예열한 후, 가게 앞을 쓸고 메뉴판을 내놓고, 첫 샷을 내려 확인을 한다. 그 후에 가게 안을 쓸고 닦고 나서야 준비가 끝난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커피를 마신다. 주말을 제외한 주 5일을 출근하기에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과정이지만, 이상하게도 쇼가 올 때마다 자신은 하는 것이 달랐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게 그렇다. 그날 따라 가게 앞이 많이 더러우면 가게 앞을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혹은 그 반대일 경우에도 그렇고. 그런데도 쇼는 항상 같은 시간에 여기에 도착한다. 전철을 탄다고 해도 그 전철이 어느 날은 연착을 할 수도, 아니면 운행을 못 할 수도 있을 텐데. 그 모든 변수를 안고서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는 건. 정말로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거겠지.

마사키는 손을 닦고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았다. 이 가게의 첫 손님은 항상 쇼다. 8시 5분에 도착한다. 마사키가 처음 샷을 내려 확인을 한 바로 다음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마사키가 항상 말하는 자신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기계를 알맞게 조정해도, 계속 샷을 내리다 보면 조금씩 틀어지고, 다시 조정을 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 미묘한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마사키는 쇼에게 항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커피를 주고 싶었다. 이유는 글쎄. 자신의 커피를 마시면 웃는 쇼의 모습이 좋아서라고 할까.

샷을 내렸다. 아 단 게 먹고 싶어졌다. 마사키는 자신의 컵에 초콜렛 시럽을 넣었다. 그리고는 샷을 넣고 우유를 넣었다. 라떼가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뭐 괜찮겠지.

이 카페에서 일한 건 꽤 되었다. 이 년인가. 아니 더 됐던가? 카페 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부드러움과 함께 달콤함이 입 안에 머물렀다. 마사키는 멍하니 카페를 둘러봤다. 이 카페는 외향도 그렇고 안의 인테리어도 그렇고 쇼와시대 때의 찻집을 연상시킨다. 아마 사장이 그 찻집을 그대로 인수해서는 카페로 바꿔버린 거겠지. 친구인 니노미야가 놀러왔을 때, 그럼 드립커피를 내리냐고 물어봤을 정도니까. 앞에 메뉴판을 세워두는 것을 잊으면 60대의 손님이 와서 나폴리탄을 시키기 일쑤다. 면접을 봤을 때도, 그런 가게에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꼭 합격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사키의 꿈은 어렸을 때부터 바리스타였다. 언젠가 TV에서 본 드라마에서 알 수 없는 기계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멋졌기 때문이다. 꽤나 소박한 꿈이지만 뭐 어떠랴.

“즐거우면 됐지-.”

마사키는 콧노래를 부르듯 혼잣말을 했다. 쇼도 지금의 나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 조금 더 웃고 힘차게 회사를 가면 좋겠다. 아 그래. 이게 어쩌면 그에게 최선의 커피를 주고 싶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으니까.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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