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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2535 - 4

회사원쇼x카페알바아이바

-딸랑.

오래된 출입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렸다. 오후 세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조용한 가게에 울리는 소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 대학생과 정장을 입고 나이 든 상대방을 향해 여러 팸플릿을 보여주며 조용하게 설명을 하는 영업사원. 그의 말을 듣고 있는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되는 아이바 마사키마저도 말이다.

조심스레 들어온 쇼는 가게를 둘러봤다. 좁은 가게에서 하나씩의 텀을 두고 앉아있는 손님들과, 주문대 앞에 앉아서 졸고 있는 마사키가 눈에 들어왔다. 쇼는 씩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근무태만인데.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쇼는 주문대 앞에 기대서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곤히 잠든 마사키의 얼굴을 천천히 관찰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그의 얼굴을 보는 게 신기해서 쇼는 마사키의 얼굴의 점이 어디에 있는 지마저도 기억할 태세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항상 웃고 있는 얼굴만 봤었는데, 이렇게 잠든 얼굴은 영락없는 아이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예상대로 아이보리 색의 니트에는 커피가 조금 튄 자국이 있다는 것이 어쩐지 그다워서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사랑스럽다. 아직 그와 제대로 된 대화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그런 것이 상관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혼자해도 괜찮냐라는 쇼의 말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마사키는 쇼가 가고 나서, 라떼로 만들 생각이었던 모카를 한모금 마시고 나서는 곧바로 몰리는 손님에 정신이 없었다. 여기서 일한 이후로 처음 느끼는 출근 피크라는 걸 맞이했다.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바쁨이더라 라는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었다. 오전 10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마사키는 아침에 만든 모카를 겨우 다 마실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점심시간피크마저도 찾아와 대체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회사원들이 북적한 분위기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추측해보면, 근처에서 공사를 하던 꽤나 큰 건물이 완공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건물에는 수많은 사무실이 자리를 잡았을 거고, 회사원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건 카페인과 알코올이 아닐까라는 예전의 쇼가 했던 말처럼 그들은 정확한 시간에 이 근방에 유일한 카페에 몰려왔다.

하루 만에 마사키는 사무실의 점심시간이 오후 한 시라는 것과, 나이가 지긋한 임원들은 그런 것에 상관없이 카페를 들락날락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뭐가 되었든 요지는. 오후 두 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앉을 수 있었고, 점심으로 싸온 빵을 밀어 넣듯이 먹고는 긴장이 풀려 앉은 채로 잠이 든 것이다. 원래 금방 잠에 드는 편이라 근무시간에 손님이 없을 때는 이렇게 졸곤 한다. 그럼 단골들은 나무로 된 주문대를 노크하듯 톡톡 두드린다. 그 소리에 마사키는 깨서 일어난다.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쇼는 그런 마사키를 빤히 보고만 있었다.

-딸랑.

이번에도 종은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쇼는 종소리에 뒤돌아보자 20대가 겨우 되어 보이는 여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쇼와 눈이 마주치자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하고는 주문대로 향해서 질린다는 표정으로 주문대를 톡톡하고 노크했다. 그 소리에 마사키는 퍼뜩 눈을 떴다.

“주문 받아요-.”

“아, 응. 어라? 쇼쨩?”

“잘 잤어?”

“아니…잔 게 아니고.”

“무슨 소리예요. 이렇게 손님을 오래 세워두고는,”

익숙하게 그를 타박하고는 여자는 앞치마를 입었다. 아마 다음 타임의 점원인가보다. 마사키는 일어나서 쇼를 마주봤다.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씩 웃었다. 쇼는 그 모습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정말이지.

“뭐가 그렇게 웃겨?”

“아냐. 아무것도. 그것보다 오늘 언제 끝나?”

그 말에 마사키는 시계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쇼쨩의 주문에 따라 달렸지. 뭐 마실래?”

“응. 아이스 라떼.”

그리고 내미는 오백엔. 마사키는 아침보다는 조금 빠르게 잔돈을 거슬러줬다. 잘하네라는 쇼의 놀리는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당연하지라고 하고는. 그 말에 쇼는 다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퇴근한거야?”

마사키는 바지의 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 넣고는 걸었다. 그 옆에서 쇼는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키에게서는 은은하게 커피의 탄내가 났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지.

“일찍 끝났네.”

“뭐, 운이 좋았어.”

그렇구나. 마사키는 길에 있는 자갈을 툭하고 찼다.

“날씨 좋다.”

마사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쇼는 따라 고개를 들며 그렇네라고 대답했다. 쇼는 지금 일부러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대답만 골라하고 있었다. 이건 전부 글쎄. 마사키가 나쁘다고 해야 할까. 앞치마를 벗자마자 자신이 항상 만나던 친근하고 환한 웃음이 아닌 조금은 어색하게 웃는 표정에 쇼는 대충 감을 잡았다. 아마 그는 꽤나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는 걸. 친근하게 대하는 다음 타임의 점원에게도 허리를 숙여 인사할 정도였으니까. 분명 자신보다 어릴 텐데도. 쇼는 힐끗 마사키의 얼굴을 봤다. 곤란하다는 감정이 그대로 쓰인 얼굴이다. 아마 주머니에 넣은 손바닥에는 땀이 찼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쇼는 꽤 많이 만나봤다.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해야 했으니까. 지금처럼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끊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가야한다. 그러면서 상대의 긴장을 풀고는 천천히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경계심을 풀 수 있도록.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 이러다 미움 받으면 어떡하지. 남을 미워할만한 성격이 아닌 것 같지만.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마사키의 곤란하거나 놀라는 얼굴을 보고만 싶었다. 그래도 곧바로 집에 간다느니라는 얘기가 없이 쇼를 따라 걷는 걸 보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

“이, 흠. 이제 뭐 할 거야?”

긴장에 잠긴 목소리를 헛기침으로 풀고는 마사키는 예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라. 그러게. 쇼는 걸음을 멈췄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정말 말 그대로 마사키를 보고 싶어서였다. 그 이후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마사키는 걸음을 멈춘 쇼를 보고는 그의 옆에 다시 돌아왔다. 어라. 계획이 없다. 쇼는 당황했다. 뭔가 하고 싶다는 것을 생각 없이 시작했다. 이것마저도 어색한데, 그것을 달성한 이후로는 전혀 뭔가를 생각한 적이 없는 건 아예 그의 인생을 통틀어 처음일 것이다.

“쇼쨩?”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쇼는 정신을 차렸다. 그래 뭐 이렇게 된 이상 계속 뭐라도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쇼는 마사키를 보며 씩 웃었다.

“여기 근처에 추천할만한 술집 있어?”

나는 너를 좀 더 알고 싶다.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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