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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좋다고말해

동거설정

 

사쿠라이의 아침은 이르다. 오전 수업이 시작하기도 한참 전에 일어나서는 샤워를 하고 집 바로 밑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 라떼를 사온다. 그리고 빵을 굽고, 가끔은 계란과 베이컨도 굽는다. 오늘이 그 가끔인 날이다. 동거인도 같이 먹을 테니까. 심혈을 기울여서 방울토마토도 꺼내서 데코레이션을 했다. 잠에서 잘 깨지 않는 동거인을 위해서 일부러 토스터기의 칭하는 소리와 탁자에 그릇을 내려놓는 소리도 크게 내었다. 그리고 빵에 잼으로 하트라도 그려보려다가 말았다. 앉아서 사온 커피를 마시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크흠 사쿠라이는 헛기침을 하고는 최대한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아, 일어났어?”

"쇼짱 오늘도 말해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이런 말을 하는 아이바 마사키는 사쿠라이 쇼의 동거인이자 그의 고백을 수십 번이고 대답하지 않은 당사자다. 사쿠라이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자다 일어난 게 분명한 아이바의 부스스한 머리를 보며 말했다.

"좋아해. 마사키."

“좋은 아침.”

변화가 없는 얼굴로 아이바는 아침인사를 한다. 대답은? 사쿠라이는 뒷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러면 이런 평화가 사라질 것을 아니까. 아이바의 뒤로 보이는 탁 트인 거실의 창으로 보이는 햇빛에 괜히 기분만 나빠졌다. 아이바는 항상 이런 식이다. 대답을 하지도 않을 거면서 좋아한다는 말을 매일 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알 수가 없다. 아이바의 밝고 어린 아이 같은 성격이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지만, 아이라는 건 어찌보면 이기적이고 잔인하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가 싫어지지 않아서 더 이상할 뿐이다. 아이바는 사쿠라이의 맞은편에 앉아서 구운 빵에 버터를 바른다. 칼이 빵을 지나가는 소리만 울렸다.

“오늘은 딸기잼이네?”

“응. 봄이니까.”

“맛있겠다. 나 딸기 좋아해.”

좋아해. 아이바의 그 말에 사쿠라이는 고개를 숙였다. 어젯밤부터 꽤나 고심한 그릇이 바보같았다. 그 좋아해라는 말에 자신의 이름이 붙으면 얼마나 아찔할지 생각만 해도 이상했다.

“잘됐네.”

“계란도 잘 구워졌네. 베이컨도. 맛있어.”

사쿠라이는 계란을 자르며 그러게라고 대답한다. 여전히 고개는 숙여져있기에 시선은 아이바에게 닿지 않고 아이바의 그릇에만 닿을 뿐이다. 그의 칼은 빵에 버터를 바를 때만 사용된다. 그리고 그 묻은 버터에 식탁이 더러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접시에 올려놓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리를 돕는 것도 아니지. 정리는 무슨 말이야. 아이바의 방은 분명 쓰레기장일 것이다. 청소는 전혀 하지 않으니까. 공동 구역은 사쿠라이의 몫이다. 아이바의 몫은 청소하는 사쿠라이를 보면서 깨끗한데 뭘 더 하는 거야? 라는 말을 하는 게 전부. 게다가 아이바가 먹고 있는 식재료와 앉아 있는 의자 사용하는 식기 더 넘어가서 지내고 있는 집까지 사쿠라이의 것이다. 그는 한 푼도 더하지 않았다. 대학생이라서 벌이가 없는 걸. 조금만 더 기다려봐 나중에 크게 갚아줄게. 라고 동거초반부터 말을 했으니 더 더할 말도 없다. 자신도 대학생이고 알바를 하기에는 묘하게 바빴기에 같은 상황이라고 말을 했어야했나. 그랬다면 같이 살아주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기둥서방이던가. 차라리 그러면 여한이라도 없지. 아이바는 착하다는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둔한 편이라 그런지 사소한 배려가 없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없다면 적어도 멀어져있어야 한다거나, 그걸 이용하는 건 잘못 된 거라던가. 아니면 그 좋아한다는 말이 친구라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 바보니까. 음 그런 거라면 좀 싫다. 사쿠라이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왜 웃어?”

아이바는 그를 빤히 봤다. 고개를 숙였는데도 보였나보지. 사쿠라이는 고개를 들고 웃었다.

“그냥. 너 머리가 웃겨.”

“아 그래?”

하하. 하고 아이바는 따라 웃으며 뻗친 머리를 손으로 빗었다. 사쿠라이는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워서 그냥 웃었다.

 

 -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아이바는 깼다. 빵을 굽는 고소한 냄새에 알았다. 오늘은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이 날에만 쇼쨩이 아침을 해주니까. 오후 수업이 있는 날은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나간다. 아침도 아마 먹지 않는 것 같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바가 일찍 일어나는 날에만, 굳이. 이렇게 행동한다는 게. 아이바는 씩 웃었다. 조금만 더 있다가 일어나고 싶었다. 치지직거리는 뭔가를 굽는 소리가 들리고, 기름 냄새가 조금씩 방으로 들어왔다. 아. 좋다. 쇼는 요리를 못한다. 동거 초반이었던 가을에는 계란을 잘 못 구워서 반 쯤 탄 스크램블을 먹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짰지. 그래도 봄이 된 지금은 어느 정도 반숙과 완숙을 구분해서 구울 줄 알게 되었다. 음. 성실해.

“읏차.”

아이바는 일어났다. 이불을 정리하고는 거울로 머리를 정돈하려다가 말았다. 대신 조금 구겨지고 여기저기 얼룩이 있는 잠옷을 벗고 깔끔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콧노래가 나오는 걸 막지 않았다. 잠자는 걸 좋아하고 아침에 잘 깨지 못하고, 오전 수업은 너무 피곤하지만, 쇼가 깨워주는 아침은 좋다. 그리고 구워주는 빵도 맛있고, 계절마다 바뀌는 잼도 좋다. 그리고 말해달라고 하면 기분 좋은 말을, 그 말을 몇 번이고 해서 감흥이 없을 법도 한데, 정말 성실하게 붉어진 얼굴로 말해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대답 없이 화제를 돌리면 살짝 내려가는 눈썹도 좋아. 응. 그래 나는 사실 쇼를 좋아하고 있다. 티를 내지 않을 뿐.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조금 실망하는 얼굴로 나를 보다가도 말을 해달라고 하면 좋아한다고 해주는 표정의 변화나 행동 하나하나에 유심히 관찰하듯 보는 거라던가. 그런 게 좋았다. 연애라는 건 시작을 하기 전이 좋을 뿐이야. 그 뒤로 이어지면 뻔한 일의 연속이니까.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결국은 헤어지겠지. 그런 건 싫다. 아이바는 이런 상황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러니까 사쿠라이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다. 그런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인 논리를 아이바는 매일 이어가고 있고, 혹여 사쿠라이가 자신에 대한 마음이 사라질까 조금은 걱정이 되니까 물어보는 거다.

 

"쇼짱 오늘도 말해줘."

 

조금 제멋대로면 어때. 쇼쨩은 이런 내가 좋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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