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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쵸로] 포비아

고어고어고어고어고어고어고어


달뜬 숨소리. 뜨거운 공기. 어지럽게 구겨진 시트와 이불. 서로를 탐닉하는 두 사람.


쵸로마츠는 섹스 도중의 기억은 거의 없다. 그 바로 전의 기억도 전혀 없다. 아니 없는 척하고 싶은 것이지만.


쵸로마츠는 정사의 흔적이 잔뜩 남은 침대에 누워 숨을 골랐다. 천장의 무늬가 눈에 보였다. 싸구려 러브 모텔에 걸맞는 짙은 분홍 꽃무늬가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었다. 의미없게 꽃무늬의 갯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여섯 쯤 되었을 때 옆에 누워있던 오소마츠가 그를 껴안았다. 쵸로마츠과 같이 알몸인 그는 몸이 뜨거웠다.


따뜻한 형제의 체온을 느끼고 설렘으로 쿵쾅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기분나빠



-@it_217



마츠노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사귀는 사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관계는 오소마츠가 멋대로 시작했고 쵸로마츠의 의견은 전혀 없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흔한 고백 또한 없었다. 시기 또한 정확하지 않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손을 잡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첫 키스는 그였고, 첫 관계도 그런 식이었다. 쵸로마츠는 좋았다. 그래 사실 그는 오소마츠가 좋았다. 어쩌면 오소마츠보다 더.


쵸로마츠가 관계 후 기억하는 것은 천장의 꽃무늬와 아릿한 통증 뿐이었다. 그리고 꽃무늬를 세다보면 다가오는 형제의 체온. 그리고 그 따뜻한 체온과 반비례되게 차갑게 가라앉는 자신의 몸. 소름이 오소소 돋기도 하였다. 


"추워?"


다정하게 말을 걸며 이불을 덮어준다. 그리고는 다시 안아준다. 쵸로마츠는 처음에는 형제가 해주는 이 다정함이 좋았다. 따뜻한 이불과 품이 좋았다. 하지만 이 관계가 지속된 지 세 달이 넘어가는 지금은. 어떠하냐면.


"씻고 올게"


 오소마츠가 이불을 덮어주기도 전에 그는 일어나 비틀비틀 욕실로 향했다. 섹스 후의 통증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허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다녀와라고 말해주는 형제를 뒤로 하고 욕실 문을 닫았다. 닫음과 동시에 변기에 속을 게워냈다. 


지금은 어떠냐면 딱 죽고싶다.




오소마츠는 사랑스런 연인의 헛구역질 소리를 들으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저런 행동을 시작한 건 아마 한 달전. 평소와 같이 섹스 후 추운 듯 몸을 파들파들 떠는 연인을 안아주자 그는 있는 힘껏 오소마츠를 밀어내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마치 그거같았어. 음 그래 그거 떨면서 강한 척 몸을 부풀리는 양같은 목소리였다. 아마 이렇게 말했었지.


"오지마!!"


그리고 오소마츠는 이렇게 대답했다.


"왜?"


떨면서 대답을 하지 못한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는 웃었다. 그 이후로 쵸로마츠의 손가락은 여덟개가 되었다.


오소마츠는 그 때의 쵸로마츠를 생각하면 너무 즐겁다. 칼을 꺼내서 왼손의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자신을 보며 미친듯이 발버둥을 치고 소리를 질렀다. 쵸로마츠는 참을성이 없다. 제일 상식인인 척, 인내심이 강한 척하지만 어린애같다. 미약을 먹이면 곧바로 달아오르는 몸뚱이나, 칼로 잘라버리면 아이마냥 크게 울어대는 것을 보면 알 수있다. 



쵸로마츠가 손가락을 하나 잃어버린 것은 두 달전. 쵸로마츠는 공장에 취직을 했었다. 오소마츠와 함께. 일을 하기 싫어하는 그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쵸로마츠가 공장에 취직했다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지원을 했다. 그리고 같은 라인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쵸로마츠는 압축하는 기계 앞에서 물건을 체크하는 일을 했고. 오소마츠는 그 압축기를 조종하는 일을 하였다. 쵸로마츠가 실수로 불량품을 넣어 잠깐 빼려는 순간에 오소마츠는 압축기를 내려버렸고, 쵸로마츠가 내려가는 압축기를 본 순간 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그 이후로 그는 곧바로 일을 그만 두었다. 치료를 위함도 있었지만, 그런 손으로는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쵸로마츠는 집에서 쥬시마츠처럼 손을 가리고 있다. 아무도 거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니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 목욕탕에서도 장갑으로 손을 가리는 쵸로마츠가 손을 제대로 보여줄 때는 딱 그 때. 오소마츠와 관계를 가질 때 뿐이다. 물론 그의 자의는 아니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더욱더 보여주고 싶지 않아한다. 물론 그 의도는 저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오소마츠는 자신에게는 더욱더 숨기는 쵸로마츠가 귀여웠다. 못난 모습을 숨기는 소녀같아서 좋다. 관계를 할 때도 약에 취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가리려고 한다. 오소마츠는 그런 쵸로마츠를 보며 비웃는다.


"이상하다. 나는 손가락이 다섯개인데, 너는 왜 네 개야?"


오소마츠의 그런 질문에 쵸로마츠는 울 뿐이었다. 달뜬 숨소리와 좋다는 간헐적인 높은 비명을 내뱉으면서 눈물을 흘릴 뿐이다. 오소마츠는 그런 쵸로마츠가 좋았다. 상식인인척 자신을 깔보며 비난하는 모습보다는 이런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실패작. 그래 맞아 쵸로마츠는 그렇다. 실패작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와 연애를 시작하고, 첫 키스를 할 때도 그가 너무 좋았다. 수줍게 웃는 표정이나 민망한 듯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 서툴게 입을 오물거리는 모양까지.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이 좋았다. 


첫 섹스에서 그에게 약을 먹인 것은 단지 조금이라도 네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약에 취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자신의 페니스만을 원하는 쵸로마츠를 보는 순간 그는 깊은 마음 속에서 쾌감을 느꼈다. 그래. 이거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너의 모습이. 망가뜨려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소마츠는 어린아이같았다. 좋아하는 것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좋아했다. 장난감 로봇이나 공룡 인형, 그리고 사랑스런 동생같은 것들 말이다.


공장의 취직 또한 그런 의도였다. 그런 포지션을 받았을 때 오소마츠는 머릿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쵸로마츠는 손가락을 잃고 나서도 오소마츠가 미안해할까봐 괜찮은 척 웃어주었다. 난 괜찮아. 괜찮아 형. 이 말은 자신에게도 향하는 말이었다. 오소마츠는 그 말을 들으며 쓰게 웃을 뿐이었다. 쵸로마츠는 그의 표정이 미안함을 드러내는 표정임을 알고 불안해했지만 그 표정은 단지 저 손을 통째로 날려버렸어야 했었다는 아쉬움이었다.


실수로 포장된 사고가 공장주를 통해 쵸로마츠에게 들켜버린 것이 한 달 전이었다. 감시카메라로 보았을 때 오소마츠의 표정에 대해 말을 했었다고 한다. 놀라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었다고.  그 때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물어보았다.


"진짜야?"

"뭐가?"

"....일부러...그런거야?"


오소마츠는 그 질문을 듣고 웃었다. 순수하게 묻는 연인이 귀여웠다.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안심하고 평범한 너로 돌아가겠지. 그럼 뭐라고 해야할까? 


"응."


역시 나는 망가진 네가 좋아.




쵸로마츠는 더이상 토해낼 것이 없어 신물이 올라올 때까지 게워냈다. 그리고 일어나 세면대로 향했다. 물을 틀려고 뻗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네 개의 손가락은 이질적이었다. 없는 새끼손가락이 상처가 난 것마냥 아프곤 한다. 그럴 때 마다 오소마츠는 없는 데? 아파? 없어. 봐 없다니까 라면서 빈 손가락 부분을 손가락으로 집는 시늉을 한다. 그럴 때 마다 쵸로마츠의 통증은 더 강해졌다.


겨우 물을 틀고 입을 게워냈다. 물을 받는 양 손은 새끼손가락이 없었다. 이상한 모양이었다. 다시 속이 좋지 않아져 변기를 안고 더이상 뱉어낼 수 없는 것들을 뱉어냈다. 위장마저 내뱉을 기세로 그는 토해냈다. 


오소마츠는 평소보다 긴 연인의 구역질 소리를 들으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천장의 꽃무늬는 여섯개를 넘어 열 두개, 마흔 개.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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