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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미야] 0511

 



“난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네?”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니노미야는 고개를 돌려, 대기실에서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던 오노를 쳐다본다. 방금 뱉은 말이 거짓이기라도 한 듯, 어디 한 구석을 보고만 있었고, 입은 굳게 닫혀있다. 니노미야는 고개를 갸웃한다.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그냥.”

담백한 대답에 니노미야는 어깨를 으쓱한다. 도저히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오노의 옆얼굴을 보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벽 어딘가를 향하고 있을 뿐이다. 니노미야는 고개를 돌려 오노의 시선이 향하는 하얀 벽을 본다. 방송국의 대기실의 벽은 재미있을 것도 없이 아무런 자국도 없이 하얗다. 심심하고. 지루하다. 게다가 그 흔한 와이파이도 없는 대기실은 조용하다. 조금 불편하다. 니노미야는 손에서 스마트 폰만 만지작거렸다. 매니저에게 부탁해 차에 있는 게임기라도 가져다달라고 할까라는 생각이 미쳤지만 이내 그만 두었다. 다섯 명이 전부 출연하는 프로지만, 다들 전 스케줄이 미뤄져 조금 늦어진다고 했다. 오노와 둘만 있는 작은 방에 갇힌 기분이다. 누군가 인사라도 하러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아. 불편하다. 니노미야는 하얀 벽을 보고 있다. 대기실에 있는 오노는 항상 이런 식으로 벽을 보고 있다. 시선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향한 적이 거의 없다. 그냥 멍하니 자세를 바꾸지도 않고 그러고 있는 거다. 재미도 없는 이런 행동을.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건 오히려 리더 쪽 아니야?”

니노미야는 장난스럽게 입을 연다. 뭔가 받아쳐줬으면 하는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다시 이어지는 침묵. 아 진짜 불편하다. 오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이제 함께 하지 않은 시간보다 더 길텐데도. 니노미야는 괜히 뒷머리를 긁는다. 벽에 무슨 낙서라도 없나 싶어 찾아보지만, 어린 아이도 아니고 여기에 낙서할 사람이 있기는 할런지. 이제는 자신의 추억을 위해서 남을 희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나이니까. 니노미야는 다시 시선을 스마트 폰으로 옮긴다. 이럴 때는 또 연락이 오지 않지.

“그야 알려고도 하지 않잖아? 너는.”

다시 침묵을 깨는 소리에 니노미야는 시선을 옮기지만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같은 곳을 보는 변함없는 얼굴이 보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맞기는 하다. 사람의 안을 다 알아봤자 뭐가 좋겠어. 그냥 겉으로 나타내려는 것만 알고 그 안은 상대방이 꺼내기 전까지는 기다려주는 게 예의잖아. 배려고. 그렇지 않아요? 니노미야는 그런 생각만 할 뿐 입으로 꺼내지 않는다. 이게 예의고 배려다. 나는. 적어도 겉으로는 나타내고 싶지 않다. 예의니 배려니 그런 말을 꺼내지만 사실은 귀찮은 거라고.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 데 남의 안 이야기까지 들어가며 시간을 버릴 필요는 없다. 시간 낭비를 할 나이는 지났지. 리더는 지금 나를 위해 시간을 버리고 있겠네. 라는 생각에 미치자 니노미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남이 자신에 대해 뭔가를 예측하는 것은 질색이다. 애초에 이미지를 만들어서 그대로 보여주는 게 직업이니까. 내가 받기 싫은 건, 남에게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어른스러워? 칭찬받아 마땅할 일을 오노는 이런 식으로 타박하고 있다. 뭐 그래 상황만 두고 봐서는 오노에게 잔인한 일이긴 하지만. 이미 알고 있잖아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지. 그럼 반대 아냐? 이건. 정말로. 쥐고 흔드는 쪽이 어디인데.

“눈치가 없어서 그래요.”

“거짓말은.”

오노는 피식 웃는다. 니노미야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말이었지만, 뭐. 더 대꾸하고 싶지 않다. 이런 말싸움 같은 거. 이런 성격으로 살아오면서 몇 번이고 했다고 생각해? 게다가 상대가 사랑하는 상대라면, 게다가 먼저 고백을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보여주기 싫은 면모다. 비록 알고 있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을 안고 그런 너 마저도 사랑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함에도. 니노미야는 스마트폰을 탁자위에 올려놨다. 그제야 오노의 시선이 니노미야를 향한다.

“리더.”

“응.”

말해봐. 오노의 표정이 그렇게 말한다. 니노미야는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분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분명 먼저 고백한 것도 오노고, 대답을 한 번 미룬 것도 자신인데, 그리고 이렇게 대답을 보채는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자신이 숙이고 들어가는 기분. 연인관계에 이기고 지는 게 어디 있냐는 말이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뭔가를 따질 수밖에 없는 성격에서는 그 말 자체는 무효다. 어쩌면 이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오노는 이런 식으로 배려를 한 것이겠지. 배려고 예의라는 말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로만 쓰이는 줄 알았지. 이런 식으로는.

니노미야는 입을 연다. 제가 졌어요. 당신 앞에서는 모든 걸 다 말할 테니까. 거기에 질려서 먼저 떠나버린다면 비겁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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