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사쿠라바] 후회




아이바 마사키의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는 명확하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알고 있으며, 혹은 잘 모른다고 하여도 타박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유하다. 내 자신을 싫어하고 혼내서 남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오래 있는 건 결국 내 자신이니까. 그러니까 그는 혹여 실패를 한다 해도, 큰 실수를 하여 남에게 민폐를 끼친다 하더라도 자신을 크게 타박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은 운이 나쁘다라던가 사람이 실수를 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넘긴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단점을 무시하며 발전이 없이 한 곳에 머무르는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운이 좋을까. 아이바 마사키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자신이다. 그러니까 그는 결국 자신을 타박하지 않고도 발전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쉽다고는 할 수 없지. 그렇지만 말이야. 적어도 자신이라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는 건 너무 부럽다.

그에 비해 사쿠라이 쇼는 어떨까. 우선 과하게 스스로를 몰아세우고는 하지. 쓸데없이 큰 목표. 급한 일정. 그리고 혹여 달성하면 당연한 것. 그러지 못한다면 실패자. 사쿠라이는 어떤 날이든 자기 전에 반성회라는 것을 한다. 그의 하루는 항상 반성할 일이 생긴다. 그 일을 사쿠라이는 몇 번이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이 부분에서 이런 대처는 미흡했다. 심지어는 길가다 쓰레기를 줍지 않은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나는.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

사쿠라이는 아이바와 자신의 다른 점에 대해서 써내려가다가 결국 입 밖으로 내뱉었다. 종이에 적어서 보기도 싫었다. 그 사실을 손으로 적고 눈으로 다시 보고 그걸 머리로 다시 떠올리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사라지길 바라면서 소리로 뱉을 뿐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른다. 이 얼마나. 슬픈 삶인가. 사쿠라이는 적던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11시 30분. 자야할 시간이다. 사쿠라이는 종이에 적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에게는 해야 할 시간과 해야 할 것들 그리고 하지 못 한 것에 대한 후회들만 가득 차있다.

그렇다고 사쿠라이의 삶이 우울한 것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재무성의 차관이고 별 문제가 없다면 그가 물려받을 예정이다. 그것을 위해 그는 경제학과를 진학할 예정이고, 시험도 아마 합격점일 것이다. 모나지 않은 성격이라 주위에 친구도 적지 않은 편이고. 하지만 그는 그 삶이 뭔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좋아하는 걸 몰라서 아닐까.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사쿠라이는 책상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침대에 앉았다. 의자와는 다르게 푹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괜히 한 번 더 일어났다 앉았다. 그러고 보면 이 푹신하고 부드러운 침구가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이건 하루 종일 누워있어도 행복하다고 알려준 사람이 아이바였다.

‘나는 이런 이불 너무 좋아.’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쇼에게 노래를 부르듯이 아이바는 말했었다. 그 말은 사쿠라이의 생각 한 쪽에 자리 잡아 그가 침대에 누울 때마다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반성회로 꽤 우울했던 기분을 항상 날려주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사쿠라이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는 침대에 누웠다

“좋은 건가.”

이불을 덮는다. 언젠가 아이바가 사쿠라이의 집에서 자고간 적이 있었다. 분명 바닥에 손님용이불을 깔아줬건만 그는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했다. 그럼 내가 손님용 이불에서 잘게. 아니야 그건 너무 미안하니까, 같이 자자. 여기는 푹신하니까 좀 좁아도 괜찮을 거야. 무슨 소리야. 괜찮다니까 쇼쨩. 날 믿어. 영문을 모르겠는 소리로 아이바는 사쿠라이를 침대로 끌어들였고, 사쿠라이는 좁다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는 침대를 그 때 딱 한 번 좁다고 생각했고, 포근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아이바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즐겁고 그리고 어쩐지 조금 아리다. 그 아림은 사쿠라이의 자괴감이 어느 정도는 포함되어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자신은 아이바에 비하자면 겉보기에는 가진 것이 많다. 개인 방이 있고-아이바는 남동생과 같은 방을 쓴다고 한다- 스마트 폰도 그 보다 더 빨리 가졌었고, 이렇게 푹신한 침대도 있고, 하교길에 항상 아이바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 만큼의 넉넉한 용돈이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그는 잘 인지하지 못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거니까. 항상 쓰는 방에 항상 눕는 침대. 그리고 넉넉하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용돈. 아이바도 사쿠라이처럼 그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고나 할까. 어린 아이의 투정처럼 그냥 내뱉는다. 나도 침대 가지고 싶어. 남동생이 없는 방은 얼마나 편할까. 그 가벼움은 절실함이 없어서 그렇겠지. 사쿠라이는 절실하다. 어느 부분이 절실한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가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절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바보다 성공하고 싶다던가 그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냥 그는 부러울 뿐이다. 아이바가. 아이바 마사키 그 자신을 평생의 동반자로 데리고 갈. 그의 전부가.

 

그래 솔직해지자면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떤 행위를 하면 행복한 지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말이야.

언젠가 후회를 할 것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사쿠라이는 일어나서 불을 껐다. 어둠을 더듬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오래 살아온 방이지만 이상하게도 책장이나 책상에 부딪히면서 침대로 향한다. 언젠가 아이바와 함께, 겹쳐, 누웠던 곳으로.







217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