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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2535-5



아이바 마사키는 기분이 좋지 않다. 이유야 뭐 많았다. 복합적이라 어떻게 자신의 기분을 풀어야할지도 모를 정도다.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단순한 성격이라 이렇게 복잡한 느낌이 어색해서 당장이라도 해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찌할 수가 없다. 그가 후회를 계속 한다하여도 며칠 전, 사쿠라이의 말을 완곡하게 거절했으니까. 사실 거절의 말은 아니었는데. 행동이 그렇게 보였던 걸까. 그렇겠지. 아이바씨는 일할 때랑은 다르게 낯을 엄청 가리네요. 다음 파트의 여직원이 언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바는 한숨을 쉬었다. 시계를 보니 퇴근시간이 가까워졌다. 그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사쿠라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날을 기점으로 말이지.

‘아, 그, 미안. 나 이 근방은 잘 모르는데.’

자신의 더듬거리는 대답에 사쿠라이는

‘그래? ‘

답을 하고는 피곤하겠네. 들어가서 쉬어. 하고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그리고 별말 없이 근처 역에서 헤어졌다. 아이바는 버스를 타야한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개찰구에서 그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게 전부였다. 사쿠라이는 평소와 같게 손을 흔들고는 인파속에 섞였고. 그 동그란 뒤통수를 보면서 아이바는 입안에서 꺼내지 못한 말을 겨우 내뱉었다.

“한 번만 더 물어봐주지.”

이 말을 그는 속으로 몇 번이고 되풀이했었다. 사라지는 사쿠라이의 뒤통수에 대고 말한 상상도 하고, 어깨를 두드렸을 때 그 손을 잡고 조금 더 가면 우리 집인데 거기 근처는 어때 라는 당돌한 말을 해보기도 하고. 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이바는 친구가 적다. 특히 도쿄에는 더더욱. 카페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손님이나 점원이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상하게 잘 되지 않는다. 그의 성격 때문에 그렇겠지. 차라리 이렇게 카페에서 좀 더 얘기를 하다가 자리를 옮겼다면. 아 됐어. 그만두자.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다음 타임의 점원이 보이지 않았다.

‘어라.’

평소에 지각은 절대 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무슨 일이 있나. 아이바는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세 시 삼 분. 아이바는 그에게 라인을 보냈다. 무슨 일 있어? 아 차라리 번호라도 물어봤으면 사쿠라이에게 연락이라도 닿았을 건데. 그럼 오해가 풀리지 않을까.

“아이스 라떼 하나.”

“아 네.”

아이바는 핸드폰을 앞치마에 넣고 일어나 주문을 받았다. 최근 매출이 크게 오른 탓에 포스기가 생겼다. 이젠 손으로 적을 필요도 없고, 쓸데없이 계산을 할 필요도 없다. 화면의 버튼을 누르면 거스름돈의 금액과 영수증이 나온다. 편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허전하다. 아이바는 계산을 한 후 손을 씻었다. 그러고 보면 사쿠라이는 이제 어디서 커피를 먹는 걸까. 커피를 꽤 좋아해 아침에도 회의를 할 때도 점심에도 가끔 야근을 하게 되도 먹는다고 했었는데. 아 이상하다. 나는 왜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향하는 거지. 아이바는 커피를 내리고 컵에 얼음을 담고 우유를 넣었다. 베이스에 샷을 넣자 섞이는 색이 마음에 들었다. 리드를 덮고 빨대와 함께 내었다.

“아이스 라떼 나왔습니다.”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료와 빨대를 가지고 나갔다. 나가는 손님의 뒤에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매장 안을 둘러봤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책을 읽고 있는 한 테이블을 제외하면 다 비어있다. 테이블 정리도 한 번 해야겠다. 앞치마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점원의 답장이다.

‘미안해요!! 지금 일어났어요. 한 시간 정도 늦ㅇㅓ요. 정말 미안. 빨ㄹ리 갈게요.’

귀여운 이모티콘과 정말 급한지 오타가 함께 섞인 답장에 아이바는 웃음이 났다. 그래 조심해서와. 아. 이모티콘을 어떻게 넣더라. 저번에 배웠었는데. 톡톡. 액정 버튼을 아무거나 눌러봤다. 음 모르겠다. 아이바는 기계에 약하다 사실 편리한 포스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기 때문이다. 다음 타임 점원에게 많이 배웠으니까 한 시간정도 늦는 거야 이해하지. 그냥 이렇게만 보내면 화난 걸로 보일 테니까. 조금만 더 찾아보자. 아이바는 채팅창을 나가봤다가 다시 사라진 메세지를 적어보고, 특수기호로 웃는 모양을 겨우 만들어서 보냈다.

“음. 이정도면 됐지.”

아이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익숙한 목소리에 아이바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앞에 사쿠라이가 있었다. 어라. 뭐지. 꿈인가. 아이바는 눈만 껌뻑였다.

“오랜만이야. 지금 건 여자친구?”

그는 웃으며 아이바의 핸드폰을 턱으로 살짝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바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아니. 그. 점원. 조금 늦는다고 해서.”

더듬거리는 말에 사쿠라이는 웃지 않고 평온하게 말했다.

“오늘은 이 시간에도 가게에 있네.”

“응?”

“요즘 일이 바빠서 오후에나 여기 올 수 있거든.”

지금은 외근. 사쿠라이는 손에 든 가방을 들어보였다. 뭐야. 아이바는 맥이 탁 풀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세 시 삼십 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차 때문에 자신은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거야. 그를 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어. 정말 그것뿐인가? 아이바는 조금 멍했다. 며칠 동안 자신을 짓누르던 좋지 않은 기분은 사라져있었다. 이상하네.

“주문해도 돼?”

아무런 말도 없이 그의 얼굴만 빤히 보고 있는 아이바에게 사쿠라이는 물었다. 그 말에 아이바는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아이스 라떼지? 잠깐만.”

“계산은?”

“괜찮아. 내가 살게. 대신 있잖아.”

“응?”

아이바는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잠깐 시간 좀 내줘. 할 말 있어.”

다시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만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사쿠라이는 살짝 눈을 치켜뜨면서 뭔가 고민을 하는 듯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저기 앉아있을게.”

“금방 가져다줄게.”

아이바는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급속도로 좋아지는 기분과 약간은 설레는 느낌에 아이바는 감을 잡았다. 자신은 그를 친구로 보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사쿠라이는 뒤를 돌아 자리로 향했다. 환하게 웃는 아이바의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솔직히 그의 퇴근 시간은 알고 있다. 그야 같이 퇴근한 적이 있는걸. 굳이 그 시간을 피해서 왔었다. 솔직히 예의 거절이 있었으니까 분명 아이바는 그를 어색하게 대할 거고, 그게 나아지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테니까. 차라리 이렇게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사쿠라이는 아침에 두던 커피시간을 오후로 바꾸고, 최대한 피해온 외근을 기꺼이 다 수락했다. 외근의 위치가 어디든 상관없이 그 카페에 들러 아이스 라떼를 사 마셨고, 가게가 최근들어 붐비는 것도 알 수 있었고, 가끔 평소보다 이르게 도착하면 퇴근하는 아이바의 뒷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아이바의 말이 거절이라고 보기는 애매했다. 말 그대로 그는 몰라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자신을 어색해하는 상태에서 뭔가 대화를 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사쿠라이는 그 짧은 제안의 대답 자체로도 이미 아이바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꽤 많았으니까. 이 근방에 아는 가게가 없다는 건 결국 집은 여기가 아니다 라는 의미요, 근처에 친구도 거의 없는 것 같았고, 전철을 타지 않는 걸 보니 그렇게 먼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아. 이렇게 쓸데없이 사람을 분석하는 게 얼마나 싫은 행동인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가끔 지금처럼 분석을 기반으로 떠올리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들어오니까.

“자 여기.”

평소와는 다르게 밀크폼을 위에 올린 아이스 라떼가 놓여졌다. 그리고 맞은편에 아이바가 앉았다. 조금은 긴장을 한 표정에 쇼는 웃음을 참고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라떼를 마셨다.

“맛있네.”

“응. 당연하지.”

그래서 할 말은? 사쿠라이는 그 말을 내뱉지 않고 아이바의 눈을 마주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이바는 입술을 달싹인다. 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사쿠라이는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입이 열리고 나오는 소리는. 어찌 되었든 사쿠라이를 밝게 웃게 하는 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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