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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아이] 태양과 달

아라시전력~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고, 아침이 있으면 밤이 있잖아. 그리고 태양이 있다면 달이 있지.”

“무슨 의미야?”

“서로 절대 만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고.”

니노미야는 가끔 이상한 말을 한다. 최근에 음악을 시작하고는 더 그런 것 같단 말이지. 이제 와서 사춘기라고 하기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래그래. 아이바는 그 말에 대충 옹호하며 술을 따라주는 게 전부다. 그럼 그는 말없이 술을 마시다가 또 똑같은 말을 한다.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그냥 계속 해대는 것이다. 솔직히 그가 손님인데다가 유일한 소꿉친구가 아니었으면 당장 쫓아내고도 남았다.

아이바와 니노미야는 어릴 때부터 친구다. 서로가 뭘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는 그런 관계. 자랑스러운 일도 말 못 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들도 전부 알고 있고, 그걸로 가끔 농담 따먹기를 해도 기분 나쁘지 않는 그런 관계. 하지만 최근 들어서 니노미야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음악을 한다며 도쿄로 상경하고-이걸 상경이라고 해야 할 지. 전철로 두 시간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나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가끔 이렇게 근처에 오면 가게의 구석에 앉아서 혼자 술을 마시면서 노래가사를 읊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이렇게 알 수도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태양이 있으면 달이 있고 그 둘이 만나기 힘들다는 말은 솔직히 진부하다. 이걸 가사로 쓰면 분명 흔한 노래라고 질타를 받을 걸. 아이바는 생각만 하는 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니노미야가 몇 번이고 말하는 거면 꽤나 마음에 들었을 테니까. 그리고 이상하게 그가 좋아하는 것들은 꽤나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걸 타고났다고 하던가. 무작정 인맥도 없는 곳에 혼자 올라가 일 년 만에 자신의 이름이 박힌 음반을 냈을 때는 솔직히 놀랐다.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은 자주 했지만 글쎄. 노래에 그렇게 재능이 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그에게는 노래의 실력이라기보다는 감각에 재능이 있었다. 그의 노래는 묘한 공감대가 있었고, 공감이 되지 않는 노래라 해도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 감각. 남들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것들. 감정이 움직이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바에게는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 것들.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지금 자꾸 말하는 건 너무 진부한데.

말을 해줘야하나. 아이바는 교자를 구우면서 생각했다. 새벽부터 반죽하고, 직접 소를 만들어 빚은 교자는 아이바의 가게에서 가장 인기메뉴다. 마늘을 넣지 않고도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깔끔하게 잡아내어 평일에도 먹을 수 있는 교자라며 인기가 자자하다. 팬에 물이 아닌 육수를 조금 넣어 뚜껑을 덮고 쪄내는 방식으로 구워, 교자의 피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도 꽤나 들어온다. 그렇다고 그가 그렇게 요리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아버지에게 배워온 것을 그대로 따라할 뿐이다. 태양과 달이라. 그럼 자신이 달이고 니노가 태양이 아닐까. 일하는 시간이 그러니까. 새벽에 일어나서 달을 보며 출근하고 교자를 빚고, 아침에 재료 준비를 하고 낮부터 밤까지 일을 하고는 달을 보며 집에 온다. 그에 비해 니노는 항상 늦게 일어나니까. 해가 아침에 떠야지만 일어나고, 해가 지면 밖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렇겠네. 그렇지만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건 모르겠다. 음. 아니 모르는 척을 하는 게 맞지. 그 감정은 이제 놔줄 때도 됐잖아 니노. 아이바는 적절히 구워진 교자를 그릇에 담아 니노미야에게 내민다.

“교자 나왔어.”

“응. 나 맥주.”

“더 마시면 집에 못 가는 거 아냐?”

“그럼 재워줘. 집 바로 옆이잖아.”

니노미야는 눈을 휘며 웃는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부탁하면 그런 표정으로 항상 뭔가를 얻어냈다.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 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니까.

“그러던가. 근데 집 엄청 더러운데.”

“기대도 안했어.”

아이바는 새 맥주를 따 그의 컵에 따라줬다. 니노미야는 그 컵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 거봐 엄청나게 취했네.

“그럼 오지마.”

“치사하긴,”

니노미야는 맥주를 죽 들이키고는 교자를 집어 먹는다. 맛있다. 그 한 마디에 아이바는 좋아 우리 집 와도 돼.라고 말했다.

 

“와. 아이바씨. 이렇게 사면 병들어.”

니노미야는 제대로 걷지 못해 아이바에게 거의 기대듯이 들어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아이바는 자신의 방을 둘러 봤다. 좀 지저분하긴 해도, 괜찮은데.

“우선 씻고 와. 잘 자리 만들어 줄게.”

“알겠어.”

니노미야는 비틀거리면서 욕실로 들어간다. 자주 드나들다보니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가니까 편하긴 하네. 아이바는 바닥에 널린 옷가지와 쓰레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라 청소기는 못 쓰겠네. 빗자루로 대충 쓸었다. 그러자 사람이 누울 정도의 자리가 생겨 이불을 깔았다. 방이 꽤나 더럽기는 했나보다 이렇게 준비를 대충 끝내자 니노미야가 욕실에서 나왔다.

“이불 생각보다 깨끗하네.”

“어 저번 쉬는 날에 빨았어. 나도 씻고 올게.”

니노미야는 이불위에 누워서 고개만 끄덕였다.

아이바가 욕실에서 가벼운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니노미야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아이바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취하기는 많이 취했나보네. 이런 시간에 노래 부르면 민폐인데. 그래도 이렇게 좋은 노래면 괜찮지 않을까. 무료 콘서트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아이바는 자신도 모르게 따라 부르며 샤워를 했다. 그리고는 욕실에 나와서 그런 적이 없다는 듯 그를 살짝 타박했다.

“니노. 시간이 늦었어. 그만 불러.”

“응. 있잖아 아이바씨.”

“왜?”

“아이바씨는 태양 같은 사람이야.”

니노미야는 반 쯤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이젠 잠꼬대인지 술주정인지 모르겠다. 그 꼴이 웃기지만 안쓰러워서 아이바는 그의 옆에 와서 머리를 덮은 수건으로 그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나랑은 절대 만날 수가 없어서.”

이건 또 무슨 소리래. 아이바는 대충 말린 머리를 손으로 살짝 쳤다.

“지금도 만나고 있잖아.”

“그런 의미가 아니야.”

니노미야는 눈을 다시 뜨고는 고개를 들어 아이바를 봤다. 약간 충혈된 눈에 아이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니노미야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 대신 그는 입을 열어 노래를 불렀다. 그의 첫 앨범의 타이틀 곡. 짝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래. 아이바를 똑바로 보면서 자신이 작사 작곡을 했고 실제의 이야기라고 했던 인터뷰가 실려져 있는 잡지를 언젠가 가져왔던 걸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아이바는 그 노래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눈치가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글쎄. 이정도면 알았으면 좋겠다. 니노미야는 술에 찌든 머리로 언젠가 비슷한 상황이 몇 번 더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꿈이던가. 진짜인지도 모르겠다. 아 그렇지만 말이야. 몇 번이고 전하고 싶으니까. 5분이나 되는 곡을 니노미야는 완창했다. 아이바는 말없이 그를 다 듣고는.

“그래 다 했으면 자자. 나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해.”

니노미야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준다.

“답가는 없어?”

니노미야는 이불 안에서 웅얼거리는 말을 한다.

“응. 없어.”

“거봐 진짜 태양이라니까.”

이렇게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찾아오면 거절하지 않는거나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 그리고. 나랑은 절대 만날 수가 없는 그런 거. 빛나는 태양. 너무 빛나서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니노미야는 속으로 감정을 삼키고는 아이바가 스위치로 불을 끄는 소리와 방 밖의 베란다의 문을 열고 닫는 소리 그리고 은은하게 방으로 퍼지는 담배 냄새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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