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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토도] 일방통행

8월서코 카라

*소량남아있습니다 구매원하시면@saenickname 디엠주세요

*170304 전체공개합니다 





표지샘플입니다.
표지샘플입니다.



카라<- 토도로 말 그대로 토도마츠의 일방통행 짝사랑입니다. 











연애.


솔직히 로망 같은 거 있을 수밖에 없잖아? 20년 넘게 해본 적 없는걸. 영화나 드라마, 아니 길거리를 걷기만 해도 보이니까. 달콤한 아침 인사. 상대에 대한 애정을 참지 못해 물어보는 안부. 보기만 해도 행복해서 나오는 웃음. 조금만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마음. 항상 다들 같은 것을 표현했어. 그러니까 이건 당연한 거라고. 내가 이런 행복을 바라는 건 말야.


토도마츠의 상상만 해오던 혹은 보기만 했던 여러 달콤한 상황의 상대는 귀여운 여자 아이가 아닌 항상 그의 둘째 형이었다. 음. 어릴 때부터 함께 있었던 성별도 성도 같고 이름과 얼굴이 비슷한 쌍둥이 형. 감정을 알게 된 순간은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그 때 부터 일상 같던 함께 지나는 길도 좋았고, 질리기만 하던 함께 먹는 집밥도 행복했다. 맞아 이 때 까지는 그냥 같이 뭘 하고 있는 것만 해도 좋았어. 하지만 욕심은 점차 커졌다. 그리고.


‘좋아해.’

‘그래.’


북받친 감정을 담은 말과는 다르게 담백하게 나가버린 대답으로 시작된 관계. 그렇게 오랫동안 바래왔던 연애의 시작.


그 시작의 날은 굉장히 더웠다. 그리고 조금은 급작스럽기도 했다. 사실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는 정신이 없었다는 것 뿐 이었다.


텔레비전에서도 사상 최대의 더위라며 말을 했었고, 밖에 나갔다 오겠다는 말에 날이 더운데 조심하라는 어머니의 당부도 있었다. 이젠 다 큰 성인이건만 어린 애 취급 하는 말이 웃겨 기억에 남았다. 사실 그 때 토도마츠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피부가 타는 것은 물론이요, 땀에 찝찝해지는 몸과, 그 시기에 나는 특유의 땀 냄새 또한 싫어했기 때문이다. 토도마츠는 어릴 때부터 섬세했다. 특히 냄새에는 더욱 더. 형제들은 서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토도마츠는 달랐다. 여자냐는 형제들의 놀림을 듣지도 않은 채로 항상 방의 환기를 시키는 것도, 향초나 방향제 따위를 사오는 것도 그의 섬세함에서 시작했다. 그런 섬세한 그가 왜 굳이 꾸역꾸역 그런 날에 그것도 냄새가 굉장하게 나는 낚시터에 나갔냐하면,


"토도마츠 괜찮나?"


다정하게 그에게 말을 거는 그의 사랑스런 아니, 사랑하는 둘째 형 카라마츠 때문이었다.


"괜찮겠어?"


투정부리듯 대답하는 토도마츠였지만 내심 그의 관심에 목소리 톤이 좀 높아졌다. 더운 날의 낚시터는 최악이었다. 더러운 물의 냄새와 근처 아저씨들의 땀 냄새, 담배 냄새, 가끔 지나가는 지하철의 큰 소리는 그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그와 함께 다니는 곳은 여기뿐 이었기에 -이마저도 가끔 오소마츠에게 기회를 빼앗기곤 했지만- 이런 날씨에도 불평 없이 따라왔다.


카라마츠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혼자 다니는 버릇이 있었다. 고독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되도 않는 컨셉을 잡고서 자신을 사랑해줄 여자들을 기다리는 짓이나, 시내 중앙에서 프리 허그를 하는 짓 같은 것들을 서슴없이 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도 종종 했지만, 애초에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이 들었을 때의 그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감정이 자리를 잡았을 때는 어떤 그라도 좋아져버렸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 저렇게 되었더라. 더운 날이라 물고기들도 기운이 없는 듯 물 밑에서 유유히 헤엄만 칠 뿐, 가짜 먹이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고요한 물에 동동 떠있는 찌를 보며 토도마츠는 기억을 더듬어갔었다.



카라마츠가 제대로 연극부의 활동을 할 때였으니까.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토도마츠의 모든 시간의 축은 카라마츠의 기준이었다. 육둥이라는 것은 항상 주목을 불러온다. 게다가 다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기에 그들은 학교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함께 걷기만 해도 시선을 받는다. 모두들 자신들을 알고 있다는 느낌에 토도마츠는 스타라도 된 것처럼 형제들과 붙어 다니며 나는 남다르다는 느낌에 도취되는 것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성격이 좋아 인기가 많은 오소마츠나 유난히 뚜렷한 이목구비와 좋은 체격에 눈이 가는 카라마츠와 다니곤 했다. 혹은 발랄한 성격에 귀엽다는 말을 종종 듣는 쥬시마츠라던가. 뭐 그마저도 안되면 마지막 보루라는 듯 학생회였던 쵸로마츠나 귀가부인 이치마츠와 돌아다니기도 했다. 토도마츠는 굳이 꼽자면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유난히 약한 카라마츠와 자주 다녔다. 등교와 하교, 점심시간과 가끔의 쉬는 시간에도. 하지만 카라마츠가 연극부에 들면서 그와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중학교때의 부 활동은 조금 어린 아이 장난 같은 느낌이었는데, 고등학교는 꽤 제대로 된 부 활동을 했었기에 그의 관심이 거기로 넘어가기까지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외부 시설에서 연극도 자주 했었고, 연습 횟수도 많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형제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카라마츠가 함께 있을 수 없을 때 마다 토도마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다른 형제들과 먼저 가라는 말을 하고나서 곧바로 뒤돌아 같은 부의 여자 아이에게 웃으면서 말을 거는 상황을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토도마츠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쌍둥이라서 도취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라면 다른 형제들과 다녀도 될 법한데, 오소마츠가 친구들과의 축구에 시간을 보내며 같이 하는 등하교를 하지 않을 때에도 이런 감정은 없었고, 학생회인 쵸로마츠가 축제 준비로 인해 한 달 이상이나 점심시간의 요청을 거절해도, 쥬시마츠가 유난히 친한 이치마츠와 고양이를 보러 쉬는 시간마다 그의 반을 오지 않을 때에도 이런 감정은 없었다. 불안하고 가끔 화도 나고 우울해지기도 하는 감정. 토도마츠는 감정기복이 격한 편이었지만, 지금의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것에 대한 정의도 대처법도 모르기에, 더 크게 느껴졌다. 다른 감정들과는 달리 이렇게 맨 살에 닿는 데도 어떤 이름인 지도 모르는 채로 받아들여지는 감정은 이상했다. 콕콕 찌르는 심장의 아픔이 이상했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 때는 몰랐을 사랑의 시작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토도마츠는 그 때부터 형제들 전체와 거리를 뒀다. 이런 감정의 이유가 형제들에 대한 집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제들이 다가오는 것은 내치지 않았지만, 딱히 그가 먼저 찾아가지는 않았다. 유한 성격과 유명세 덕분에 그는 친구가 생겼고,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자리 잡히는 것도 금방이었다. 형제들끼리였던 점심시간에서 그는 사라졌고, 가끔 하굣길에서도 없어지곤 했다. 그것을 바라기라도 한 듯, 다른 형제들도 자신의 친구들에게로 뿔뿔이 흩어졌다. 카라마츠 또한 토도마츠와 가끔이라도 함께 하던 등하굣길에서 자연스레 없어졌다. 토도마츠는 그것에 더 열이 나, 성질이라도 부리듯 친구들과 매일 등하교를 하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도 늦어졌다. 혹여 그와 집에서라도 마주칠까 주말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어쩌다 집에 있을 때에도 카라마츠와는 일절 대화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여섯 명의 형제가 있는 집에서 단 둘이 있는 경우는 잘 없었다. 그렇게 그와의 거리는 더 멀어졌고, 토도마츠는 더욱 더 죄어오는 감정에 매일 기분의 최저를 갱신하고 있었다. 토도마츠에게 그 때 시절의 기억은 최악이었다. 최악중의 최악.



토도마츠는 조금 흔들린 찌에 정신을 차리고는 낚시대를 조금 당겨보았다. 날이 더워 땀이 잘 나지 않는 편인 토도마츠도 불쾌할 정도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냥 물고기가 장난삼아 쳐본 것인지 다시 고요해진 찌를 보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두드리듯 닦았다. 옆의 카라마츠는 괜찮은 지 힐끗 봤다. 평소와 같은 거지같은 탱크탑에 반짝이는 반바지를 입고 이상한 포즈 -카라마츠 본인 기준에는 제일 멋있는- 를 하고 있는 그를 보니 자신의 감정에 안쓰러움이 몰려왔다. 왜 굳이 이런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가졌어야 할까? 하지만 이런 건 불가항력이라고 하지. 조용히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올려 하늘을 봤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이렇게 더운 날마다 생각나는 기억이 있다. 그 이상하고 묘한 감정.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여름방학이었다. 그는 여전히 카라마츠를 피하고 있었고, 즐겁다가도 그와 관련된 것들만 보면 우울해 지곤 했다. 그런 감정은 카라마츠를 안보는 날-가족이니 아예 못 보지는 못하지만 적게 본 날-에는 조금 조용했지만, 늦게 일어나 그의 옆자리에 앉거나 혹여 일찍 깨버려 자신의 옆에 자고 있는 카라마츠를 인식한 날에는 감정의 포물선이 굉장히 크게 움직였다. 그러니까, 뭐, 거의 일주일에 태반은 그러하였다.


그 날은 생각보다 친구들과의 약속이 일찍 끝나, 저녁을 먹기 전에 집에 돌아왔던 날이었다. 집에는 카라마츠만 있었다. 카라마츠는 거실에서 대본 연습을 하고 있었고, 옆에 보물처럼 아끼는 대본을 펴 둔 채로 거울을 보며 대사를 외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왔는 가 브라더라는 안쓰러운 어미와 호칭을 붙이며 인사말이라도 할 그였지만 집중한 듯 그것마저 하지도 않았다. 토도마츠는 입을 비죽 내밀며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들어와 문을 크게 닫았지만 카라마츠는 그를 힐긋 보고는 다시 거울을 봤다. 뭐야? 그의 행동에 기분 나빠진 토도마츠는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는 그의 앞에 앉았다. 최근에 비해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그것에 나름 기대를 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상관없다는 듯 태연스레 가방을 정리했다. 그의 카라마츠를 피하는 법은 항상 그랬다. 혼자서 의식이 될 정도에서만 그를 피했고, 피하는 걸로 끝이 아니라 그런 그의 반응을 기대했다. 잔인하게도 지금처럼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그는 대사연습이 끝난 듯 조용히 대본을 넘기며 읽고 있을 뿐이었다. 토도마츠는 소리없는 한숨을 쉬었다.


시계 초침 소리와 카라마츠가 대본을 넘기는 소리만 들려왔다. 토도마츠는 멍하니 카라마츠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가방을 뒤져 나온 책을 꺼내 읽어보았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개의 단어를 읽지도 못하고 카라마츠의 얼굴을 다시 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뭐가 문제인건데. 이 상황이 굉장히 불편했다. 조금 도망치고 싶어진 느낌에 토도마츠는 다시 나갈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상황이니까 당연히 카라마츠와 둘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조금은 설레었기 때문이다. 왜 그 동안 더 멋지게 자란 거야. 성장기라서 하루가 다르게 크게 자라는 형제들과는 달리 키도 손발도 크게 자라지 않은 토도마츠는 그런 그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자신의 머릿속의 카라마츠는 중학교 때의 조금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건만 언제 이렇게 멋있게 자란 걸까? 형제들에 비해 진한 눈썹이 꾸물대며 대사를 입모양으로 읽어대는 것이 황홀했다. 어쩌면 저 입으로 나에게 말을 걸지도 모르잖아. 저 대본을 다보면. 그러면 그 낮은 목소리로 인사도 하고 말도 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품으며 팔랑이는 소리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토도마츠는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책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뭐라고 말을 걸까? 온 줄 몰랐다고 하지 않을까? 혹시 이때까지 왜 피했는지 물어보면 어쩌지? 그럼 뭐라고 하지? 형이 연극부에만 있으니까 조금 외로웠다고 할까. 외로워? 나 외로웠던가? 그래도 친구들하고 항상 같이 있었는데. 다른 형들이 같이 못 다녔을 때도 그랬다고 해야 하나? 그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아냐 형은 기뻐할 지도 몰라. 카라마츠 형은 날 많이 좋아하니까. 나도 형을 좋아하고. 좋아해? 어? 문득 든 생각에 토도마츠는 숨을 멈췄다.


나 형을 좋아하는 건가?


그러니까 다른 형들도 좋아하지만 카라마츠 형을 유난히 더 좋아하는 건가? 뭐 그럴 수도 있다지만.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는 거야. 이거 이상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감정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토도마츠는 눈을 깜빡였다. 숨을 쉬지 못해 머리가 어질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고개를 도리질 하고는 숨을 다시 크게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형제끼리 좋아할 수도 있지. 응. 만약 생각해봐 오소마츠 형이 축구부에 들어서 같이 못 놀았다고 쳐. 그럼 지금하고 같은 느낌이었을 거니까…. 토도마츠는 일 년 동안 자신이 카라마츠를 볼 때마다 느꼈던 숨이 탁 막히고 괜히 가슴이 아렸으며, 가끔 자신에게 건내는 당연스런 인사에 너무 기분이 좋아지는 그 감정을 떠올렸다. 이 감정을 다른 형제들에게도 느낄 수 있을까?


그 때 카라마츠가 대본을 다 읽은 듯 탁 소리와 함께 대본을 덮었다. 정리가 되지 않아 뒤죽박죽이었던 머리가 그 소리와 함께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극도의 긴장감이었다. 토도마츠는 필사적으로 책을 정독하는 척했다. 지금 그가 말을 걸면 헛소리를 할 것 같았다.


헛소리? 무슨 말? 책에 눈을 뒀지만 전혀 글자가 들어오지 않았다.분명 일본어일 텐데 전혀 읽혀지지 않았다. 시선이 느껴졌다. 토도마츠는 카라마츠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없는 시선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날 보고 있어. 혹시 말을 걸면 다른 얘기로 돌려야지. 책 얘기를 할까? 어 이 책 제목이 뭐더라? 조금 한기가 도는 방이었지만 토도마츠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책을 잡은 손이 축축히 젖은 것이 느껴졌다.


탁.


적막을 깨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카라마츠가 나가고 문을 닫은 소리였다. 자신이 느낀 시선은 단지 자신이 바랐기에 느껴진 착각이었다. 토도마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나는 형을 연애의 감정으로 좋아하는구나. 우애나 동질감 따위와는 다르다. 그냥 사랑이었다. 깨닫기가 무섭게 그 날 밤 그는 카라마츠의 꿈으로 몽정을 했고, 늦은 밤에 어두운 복도와 욕실이 무서운 것도 느끼지 못하고 혼자 걸어갈 정도로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젖은 속옷을 빨면서 생각했다.


이것은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고.





"안 잡히는 군."


카라마츠의 말에 토도마츠는 생각에서 화들짝 깼다.


"으,응 그러네. 더워서 그런가?"


시선을 찌에 고정하며 토도마츠는 겨우 받아쳤다. 솔직히 사랑의 감정은 금방 식을 줄 알았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그는 필사적으로 카라마츠를 피했다. 하지만 잠자리의 배치까지는 바꾸지 않았다. 아니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낮 동안 끊임없이 피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잠버릇 때문에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그를 느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고, 쿵쾅대는 심장에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감정의 절제, 그것은 욕심을 살찌우는 좋은 재료였다. 욕심은 커지기만 했다. 커지는 욕심의 결과로 삼 년 동안의 필사적인 피함은 거기서 막을 내렸다. 욕심은 그와 가까워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 욕심은 결국 졸업식 때 드러내버렸다. 카라마츠와 유난히 친했던 연극부의 여자아이를 밀치고 토도마츠가 먼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 카라마츠는 밝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는 그 표정에, 이 사람도 분명 내가 먼저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려심이 가장 많은 사람이니까. 다정하니까. 그리고 이후 성인이 되고 나서는 종종 이렇게 같이 낚시터도 같이 가곤 했다. 혹여 자신의 감정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고 불안했지만, 피할 때 보다는 더욱 행복했다. 불안한 마음을 붙잡으며 형은 눈치가 없으니까. 그리고 익숙해지면 분명 감정은 무뎌질거라 생각했다. 감정을 피해봤자 더 커질 뿐이니까. 분명 이러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추억처럼 생각하며 웃어넘길 것이다. 마치 고등학교 때의 자신의 행동에 궁금증을 품는 형제들에게 지금은 웃으면서 그랬던 가-. 하는 것처럼.


덥다. 토도마츠는 같은 자세로 오래있어 뻐근한 어깨를 가볍게 돌리려했지만 몸이 굳은 듯 말을 듣지 않았다. 삐-.하는 이명이 들렸다. 그것에 더해 방금의 회상으로 괜히 그에 대한 감정이 떠올라 심장이 크게 뛰고 있었는지 쿵쿵거리는 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어? 그 소리들로 인해 카라마츠가 가볍게 던지는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의 말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들었을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작열하는 태양과 낚시터 특유의 꿉꿉한 습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낚싯대를 꽉 쥐었다. 더위를 먹었나.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몸이 약하지만, 형제들이 유난히 건강한 편이었기에, 평균 이상의 체력인 토도마츠에게도 지금의 날씨는 너무나도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생각해보면 꽤 오랜 시간 그늘에 있지도 않고 앉아 있었던 데다, 살이 타는 것이 싫어서 긴 팔을 입고 온 원인도 있었다. 땀이 잘 안 나는 체질의 그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런 어지러운 와중에도 아 땀이 너무 많이 흘러서 그걸 발견한 형이 기분나빠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토도마츠는 눈을 감고 말을 듣지 않는 고개를 힘을 써 조금 양 옆으로 돌렸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더 어지러워 질 뿐이었다.


"토도마츠?"


어느 샌가 가까워진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그가 걱정된 카라마츠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시야에 가득 찬 카라마츠의 얼굴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어지러운 머리는 욕심을 잡고 있던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몇 번이나 상상해오던 순간이었다, 꿈에서 몇 번이나, 아니 수십 번도 더 해보았던.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입술에 말캉한 촉감이 드는 순간 방금의 어지러움과 더움이 거짓말인 듯 머릿속이 차갑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입술을 떼고 그에게 장난이라고 말을 해야 할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의 입술은 꿈보다도 더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뗄 수가 없었다. 아 모르겠다. 토도마츠는 눈을 반 만 뜨고 그를 봤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차가웠던 머릿속은 다시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릴까 두려워 급하게 입술을 떼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


바보 같은 소리를 내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그가 지을 멍청한 얼굴이 눈에 선했다. 곧바로 장난이었다고 웃으면서 말을 해야 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머리를 지배했다. 얼굴은 이미 달아올라 열이라도 오른 듯 했다. 순간 자신의 이마에 차가운 손이 다가왔다. 움찔하고 고개를 들자 앞에 쭈그려 앉아 걱정스레 자신을 보는 카라마츠가 보였다.


"열이 많이 나는군."

"…."

"더위를 먹은 것 같은데."


손을 떼고 일어나려는 그의 손목을 잡고 토도마츠는 말했다. 아마 그는 더위에 제정신이 아니었으리라. 몇 년 전의 다짐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욕심에 잠식당했다. 이만큼 참았는데 한 번쯤은 괜찮잖아? 어차피 입도 맞췄는데. 고개를 들고 그를 정면으로 보며 말했다. 자신을 보는 카라마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피하지 않을 거야.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좋아해."

"그래."


약간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의 고백과, 예상과는 다르게 담담한 목소리로 돌아오는 대답에 토도마츠는 당황했다. 긍정. 긍정인건가? 더위와 긴장에 그는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잊혀진 줄 알았던 이명이 다시 들려왔다. 몇 년간의 감정을 한 단어로 쏟아버린 그는 그 의도를 모를 대답을 듣고 쓰러져 버렸다.



고등학교 때였나. 그래 3학년 즈음 이었던 것 같다. 카라마츠는 1학년 때부터 자신을 피한 토도마츠의 행동에 그제 서야 의문점을 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이제 형제들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집에서 말을 걸어도 무시하거나, 형제들의 외출로 둘이 있게 되면 필사적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변덕이라고 치부했을 뿐 바쁜 연극부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에 네 명이나 있는 동생들 중 한명인 그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의 짬밥으로 연극부의 여유도 생겼기에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토도마츠의 변덕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긴 기간이었다. 이 년 정도던가.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다른 형제들과는 잘 지내면서 자신에게만 그러는 부분도 뭔가. 그러다 그는 퍼뜩 떠올랐다. 이치마츠와 같은 느낌으로 자신에게 그러는 건가.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항상 자신을 보는 모습이나 눈을 마주치려하면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치마츠가 아니었다. 자신을 좋아했다고 고백했던 연극부의 여학생과 닮아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이없는 자신에게 풋 웃음이 나왔다. 되도 않는 소리군. 그리고는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그 다음날 졸업식에서 다시 토도마츠가 평소와 같이 웃으며 자신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다시 중학교 때와 비슷하게 돌아왔기에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되도 않는 고등학교 때의 상상이 진짜일 줄이야. 카라마츠는 쓰러진 토도마츠를 업고 가며 입술을 씹었다. 토도마츠가 입을 내밀어 입술이 닿는 순간 불쾌감에 그를 밀칠 뻔 했다. 동성애에는 관심이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싫어하는 편이다. 게다가 그 상대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동생이라니. 최악중의 최악이다. 하지만 그의 고백? 그렇다고 해야 할까. 거기서 제대로 거절을 하지 못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가져왔던 그의 오래된 감정에 대한 예의였다. 그래. 자신이 토도마츠의 어리광을 달랠 때 자주하는 말이었다. 착하다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뒷말은 나가지 못했다. 그 감정은 착하지 않았다. 잘하지도 않았고. 더위에 쓰러진 그가 이 일을 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가 기억을 한다면 그에게 조금은 큰 상처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잘못된 감정을 잊게 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눈을 뜨니 집 천장이 보였다. 이마에는 차갑고 축축한 수건이 얹혀져있었다. 꿈인가?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입술에 아직도 기억나는 감촉에 생각이 나버렸다. 그리고 그는 낮의 기억이 났다. 극도의 부끄러움. 나의 행동이 그에게는 별게 아니었고, 의도까지 다 파악되었다는 것을. 아마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행동의 의미를 다 알고 있었으리라. 그 대답으로 토도마츠는 다 알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


이 말은 카라마츠가 토도마츠를 달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의 투정을 받아주면서 종종 하곤 했다. 자신이 그렇게 길게 매달리고 고생했던 감정들을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던 모습들이 단지 그에게는 투정으로 보였다는 것에 토도마츠는 부끄러워졌다. 부끄러움에 몸부림을 치며 머리를 쥐어 싸맸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거야? 왜 이런 말을 한 거야. 바보 아냐? 나는 이제 어쩌지. 독립? 나가야 되겠지? 입술을 깨물며 모아둔 돈을 세고 있던 찰나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낫다. 토도마츠는 황급히 다시 누워 눈을 감고 깨어나지 않은 척을 했다. 하지만 들어온 상대가 물수건을 이마에 대준 순간 들켰구나를 깨달았다. 카라마츠였기 때문이다. 눈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그는 배려심은 특출났다. 특히 토도마츠에 관해서는. 어릴 때부터 그의 보호자 역할을 한 카라마츠는 그의 감정을 빠르게 읽기도 했다.


"토도마츠."

"…왜."


자신도 모르게 토라진 목소리로 대답이 나가버렸다. 그 대답에 카라마츠가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을 듣고 토도마츠는 다짐했다. 나가자. 독립하자. 형제들 중에 처음으로 자신이 하는 거니까 지원도 어느 정도 받을 거고.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찾고….


"사귈까?"

"뭐?"


예상치 못한 질문에 토도마츠는 벌떡 일어나 그를 봤다. 이마에 놓여져 있던 물수건은 이불 위로 떨어졌다. 카라마츠는 물수건을 들어 옆에 있는 대야에 놓았다.


이것이 둘의 관계의 시작이었다. 토도마츠의 감정을 애초부터 싫어하고 고치려하는 카라마츠의 주었다 뺏을 희망에 토도마츠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래 어쩌면 시작부터 어긋나 있었다.



고백 후 카라마츠는 항상 그의 옆자리였다. 잠자리에서는 원래 옆이었지만, 습관처럼 형제 순대로 앉을 때에도, 그는 토도마츠의 옆자리를 지켰다. 눈치도 없는 형제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토도마츠는 그 행동에 기뻤다.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욕심은 더한 것을 불러오기에. 그는 더 큰 것을 바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와 연애같은 연극을 시작하고 나서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것을 자각한 것은 카라마츠와 같이 나갈 때, 여분 배터리를 챙기지 않고 외출하는 자신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자신의 거울을 챙겨갔다. 외출시에도. 물론 알고 있었고, 자신은 그에게 지적을 하면 안 되지만, 조금은 서운했다.


문득 토도마츠는 자신의 손목을 봤다. 실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카라마츠가 선물해 준 것. 손재주가 좋은 그가 만들어 준 것이다. 고백 후 다음 날이었다. 끊기는 순간 소원이 이뤄진다고 채워줬었다. 그의 보답으로 토도마츠는 그 다음 날 자신도 자신의 색으로 만든 실팔찌를 채워줬다. 자신의 손목에는 카라마츠의 색인 파란색의. 카라마츠의 팔찌에는.


어라?


"형, 팔찌는 어디 갔어?"

"음?"


카라마츠의 시선은 거울에서 자신의 손목으로 넘어갔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거울을 보며 말했다.


"잃어버린 것 같군."

"응?"


토도마츠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당연하게 말하는 표정에서 어이가 없었다. 미안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만들어 준 거잖아."

"그랬지."


여전히 거울을 본 채로 대답하는 그를 보며 토도마츠는 숨이 턱 막혔다. 아니 이건 좀 룰 위반 아냐? 우리 그래도 연애를 하고 있다고? 막힌 가슴에서 겨우 내쉬는 숨은 평소보다 뜨거웠다. 눈을 감았다 떴다. 여전히 그는 거울만 볼 뿐이었다. 토도마츠는 억지로 웃어보였다. 그래. 연기.


"응. 그렇구나. 새로 만들어 줄까?"

"아니. 또 잃어버리면. 귀찮아지니까."


귀찮다. 카라마츠는 토도마츠와 연애를 하고 나서 이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카라마츠는 형제 중에서도 조금 부지런한 편이었다. 형제들을 위해서 산의 물을 떠다주기도 하고, 직접 만든 바지를 입는 등, 조금이 아니라 꽤 부지런한 편이었다. 하지만 가끔 토도마츠에게만 얘기하는 귀찮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 토도마츠는 조금 기뻤다. 다른 형제들이 모르는 그의 속내를 아는 것만 같아서.


평소같았으면 다시 기분이 좋아졌을 그 말이 조금은 서운했다. 하지만 서운한 것을 드러내면 안 돼. 토도마츠는 어떻게든 그와의 연극을 지속시키고 싶었다. 원하는 것이 여전히 많았지만 그것은 이 연극이 지속되어야지 얻을 수 있었기에. 착한 연인인 척 연극을 해야한다. 토도마츠는 입술을 깨물었다가 다시 웃고 입을 열었다.


"응."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짧게 한 대답은 서운함이 잔뜩 묻어있는 목소리였다. 고의가 아니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과해줘. 나도 없어져서 서운하다고 말해줘. 그 목소리에 시선을 자신에게 한 카라마츠에 토도마츠는 조금 설렜다. 눈치 챈 걸까?


카라마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토도마츠의 행동이 너무 싫었다. 자신이 무슨 드라마의 연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싫었고,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것도 싫었다. 예의 말처럼 귀찮았다. 매일 밤 자신의 옆에서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잘자라는 말을 하는 토도마츠를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우선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잘 해줘야 한다.


"미안하다. 대신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까?"


그의 대답에 토도마츠는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이 바란 최상의 대답은 아니었지만 조금의 서운함이 떨어져가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답답한 가슴을 움켜쥐고 토도마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끄덕임에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켰다. 그


"다녀오지."

"응?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아…, 그럴까."


카라마츠는 어깨를 으쓱하고 웃었다. 그 웃음에 토도마츠는 신나서 가방을 챙겼다. 잠깐 밖을 나가는 거지만, 그럴 때도 그는 가방을 챙겼다. 우선 날씨가 더우니까 선크림을 바르고, 가방에 넣고. 양산은 카라마츠 형의 스타일이랑 다르니까 두고 가자. 아 핸드폰도 챙겨가야지. 항상 가방에 들어있던 보조배터리는 이미 방바닥에 구른 지 오래다. 그리고 형이 가끔 찾는 작은 손거울이랑. 카라마츠 형이랑 같이 쓰면 커플로 보이는 선글라스도 챙기고.


토도마츠의 길다면 긴 준비시간 동안 카라마츠는 전혀 그에게 재촉을 하지 않았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고 옷을 갈아입고 확인하고 멋진 포즈를 준비하곤 했다. 카라마츠는 그런 토도마츠의 여자같은 모습이 보기 싫었을 뿐이었지만 토도마츠는 그런 그의 모습 마저도 좋았다. 꾸미기 좋아하는 커플. 천생연분 따위의 생각을 하며.


"오래 기다렸지? 가자."


웃으며 카라마츠의 손을 살짝 잡았다 놓는 토도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그의 손을 잡았다. 놀라서 커진 그의 눈을 마주보며 그는 자주 보던 드라마에서 말하는 대사를 뱉었다.


"널 위한 시간은 무한하니까."

"뭐야. 안쓰럽네-."


말과는 다르게 빨개진 얼굴로 웃는 토도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도 웃었다. 대사가 잘 먹힌 것이 기분이 좋았다. 가끔 그는 토도마츠를 미래의 여자친구를 위한 연습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를 가르치기 위한 과정에서 자신이 얻는게 무엇이라도 있어야 될 것 같았기에.


카라마츠가 생각했던 아이스크림은 당연히 편의점의 가장 싼 아이스크림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토도마츠는 입을 비죽 내밀었지만, 카라마츠의 지갑에 몇 개 없는 동전을 보고는 입을 넣었다. 그래. 사준 것이 중요하니까-. 다정하게 껍질을 벗겨 손에 쥐어주는 아이스크림은 카페의 비싼 파르페보다 더 좋았다.


토도마츠의 제안으로 둘은 가까운 번화가로 향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약간 더운 온도에 토도마츠는 손부채질을 했다. 어디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카라마츠의 동전만 몇 개 있던 지갑이 떠올랐다. 자신의 지갑에 있는 돈을 생각하며 카라마츠와 나란히 걸었다. 돈을 꺼내서 얼마인지 세보는 행동이 꽤 꼴불견이라고 생각하기에.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으니까.


그러고 보면 카라마츠는 자신에게 좋은 모습 보다는 조금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예의 귀찮다는 말이나 가끔은 자신에게 하기 싫다는 어리광을 부리며 어머니의 심부름을 맡긴다거나. 우울한 일이 있으면 항상 자신에게 상담했다. 차남이라는 위치 상 밑의 동생들에게 의지를 하지 못하니까. 그렇다고 바로 윗 형인 오소마츠는 전혀 의지가 안 되고. 그러니까 연인인 나에게 이렇게 대해주는 건 당연한 거야. 이렇게 나한테 빠져있구나. 라는 생각에 토도마츠는 우월감을 느꼈다.


자신은 항상 좋은 일이 있으면 꼭 카라마츠에게 먼저 얘기를 했다. 빠칭코에서 돈을 많이 얻었다는 큰일부터 오늘의 구름은 정말 이뻤다는 사소한 일 까지. 카라마츠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웃었고, 가끔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토도마츠는 그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우울하고 슬픈 얘기는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자신에게 우울한 감정을 털어놓는 카라마츠는 너무 힘들어 보였고, 자신의 것을 얘기하는 것은 그에게 너무 큰 부담일 것 같았기에.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힐끗 봤다. 여전히 안쓰럽게 잔뜩 멋을 부린 자신의 연인은 좀 멋있었다. 사실 좀 많이. 토도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번화가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에 비례해 연인들도 많았다. 토도마츠는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이 더 이상 부럽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멋진 연인이 있으니까. 나에게 의지도 하고, 다정한 연인.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연애가 떠올랐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그러니까 나는 지금 형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형은?


토도마츠는 힐끗 카라마츠를 봤다. 그의 시선은 앞을 향해있었다. 가끔 차가 지나가면 찻길에 서있는 토도마츠와 자리를 바꿔 자신이 찻길 쪽으로 걷기는 했지만, 그런 것을 제외하고는 말을 걸어야 자신을 쳐다봤다. 토도마츠는 잠시 잊고 있었던 갑갑함이 밀려왔다. 조금 이상한데.


짧은 외출에서 토도마츠는 가라앉은 기분을 안고 돌아왔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최대한 눈치채지 못하게 웃었다.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으니까.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눈치나 남에게 관심이 없는 오소마츠 마저 그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을 정도였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거울만 볼 뿐이었다. 오소마츠의 말에 별 일 아니라며 웃어 보이려 했지만 토도마츠는 조금 힘들었다.


다 함께 자는 잠자리. 자신의 자리는 카라마츠의 옆. 항상 좋아하는 자리였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피하고 싶었다. 매일 봐도 좋던 얼굴이 조금은 무서웠다. 토도마츠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다.


토도마츠는 그 날 이후로 카라마츠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의 대부분은 거울을 향해있었다. 자신을 보는 것은 대화를 할 때 잠깐이었고, 대화의 주체가 다른 형제로 넘어가면 당연히 시선은 그 쪽으로 넘어갔다. 이건 형제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그런 걸거야. 토도마츠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행동은 둘만 있을 때도 그러하였다. 자신이 얘기하면 시선을 자신에게. 하지만 말이 없어지는 순간에는 거울을 보거나 창 밖의 여자들을 보곤 했다. 그런 그 마저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나를 봐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를 본 적은 있었을까? 이런 생각까지 미치자 토도마츠는 갑갑함과 함께 외로움이 느껴졌다.


외로움. 토도마츠는 이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카라마츠와 함께 다녔다. 외롭지 않아. 바로 옆에 형이 있으니까. 나는 괜찮아. 카라마츠는 어리광처럼 붙어있는 토도마츠를 내치지 않았다. 그가 옆에 있고 싶으면 언제든지 옆자리를 내주었고, 같이 어딘가가 가고 싶다고 하면 항상 시간을 내었다.


외로움은 눈치가 빨랐다. 토도마츠는 사실은 조금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직면했다. 카라마츠는 자신이 직접 다가오지는 않았다. 먼저 약속을 잡은 적이나 손을 잡은 적도 없었다. 아니 바로 옆으로 토도마츠를 이끈 적도, 자신이 다가온 적도 전혀 없었다. 외로움에 잠식당한 토도마츠는 숨이 턱 막혔다. 가슴 중간에 무언가 끼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슴을 쳐도 나아지지 않았다. 연인의 따뜻한 품안으로 파고들어도, 먼저 손을 잡아도, 입을 맞춰도 전혀 내려앉지 않았다.


토도마츠는 기분 전환을 위해 카라마츠와 함께 길을 나섰다. 오랜만의 데이트였다. 여전히 그의 가방에는 카라마츠를 위한, 그를 생각하며 담은 물건이 잔뜩 이었고, 카라마츠의 주머니에는 자신의 손거울뿐이었다. 그 현실을 외면하며 토도마츠는 신나게 번화가를 둘러봤다. 연인들이 보였다. 부럽지 않아. 나도 행복해. 평소에는 주위의 눈에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오늘은 팔짱을 꼈다. 카라마츠는 그런 토도마츠를 힐끗 보고는 내치지 않았다.


최근의 토도마츠는 이상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었다. 조금은 불편했다. 하지만 귀찮아지니까 말은 하지 않았다. 귀찮아진다는 말을 자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토도마츠를 향한 말로, 별로 의미 없이 한 행동에도 서운해하고, 어린애 마냥 삐져대는 것에 대한 자신의 감상이었다. 다정한 행동을 하는 자신은 좋지만 어린애를 달르는 것에는 취미가 없었다. 지금도 덥지만, 내쳐봤자 좋을 것이 없으니, 딱 붙은 그의 몸에서 조금 떨어지는 것이 전부였다.


토도마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외롭지 않아. 우리는 둘이니까. 연인이니까. 연애하는데 어떻게 외로워? 눈치가 빠른 외로움은 그가 외면한 현실을 들이밀게 해주었다. 토도마츠는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안의 매장이 잘 보이지 않는 대신 거울처럼 주위가 잘 비치는 쇼윈도를 봤다. 처음 보는 자신의 모습. 바보 같은 웃는 모습으로 필사적으로 카라마츠에게 붙어있는 자신. 그리고 그것을 받아는 주지만 어색한 듯 몸이 반대쪽으로 치우쳐져있는 카라마츠. 순간 그는 그간 피해왔던 외로움을 만났다.


토도마츠는 쇼윈도 앞에 걸음을 멈추고 눈을 깜빡였다. 중얼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형은 왜 나를 보는 눈이…."


달라? 왜 길거리에서 연인을 보는 사람들과 다른데? 쇼윈도에 비친 자신은 자신도 처음보는 정말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는 연인의 표정은.


"무슨 말인지?"


평소와 같았다. 아니 연애를 하면 달라지는 것 아냐? 어쩔 줄 모르고 사랑받고 싶어서 아둥바둥 하고 하나하나 다 알고 싶어 하는 거 아냐? 그래. 사람마다 다르지. 근데 나는. 남한테 관심도 없고 형과 같이 나만 아는. 나만 중요한. 그래 평생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기적이다! 이기적이라고 말 할 정도인 나도 이렇게 바뀌었는데. 그게 무서웠지만, 그런 게 연애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토도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고인 눈물에 당황했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처음 겪는 자신의 감정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가기 시작했다.


"형의 마음은 뭐야?"


토도마츠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단 채로 말했다. 아니 말이라고 하기보다는 애처로운 발악이었다. 흐르는 순간 지는 것이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흐르는 순간 장난이 아니게 되어 버리는거야. 아직은 돌릴 수 있어. 한 번만 더 묻고 장난이라고 돌리자. 그럼 원래대로 달콤한 연인으로 돌아갈거야. 입술을 깨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굉장히 꼴불견이겠지. 나를 봐달라고. 내 생각을 해달라고 좋게 말하면 안타깝게 솔직히 말하자면 찌질하게 발악을 하고 있다.


대답이 없는 카라마츠가 싫었다. 아니 좋은데. 싫었다. 빨리 내가 원하는 최선의 답을 해줘. 아니면 나는 울어버리고 다시는 그 달콤한 일상이 돌아오지 않을거야. 당황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듯 카라마츠는 입을 열었다.


"마음이라니…."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카라마츠의 표정을 토도마츠는 읽었다. 잘 모르겠다 이거구나. 나는 이렇게 하루종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을 모르는 거구나. 내 모든 생각과 행동의 중심이. 내 기분을 한 번에 하늘로 보냈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리기도 하는 이 사람은. 내가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기는 할까?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라는 것은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소리겠지. 바로 앞에 있는 쇼윈도만 봐도 알 수있는 쉬운 것인데. 아니 바로 옆에서 내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을텐데. 그의 눈은 쇼윈도의 옆의 토도마츠의 표정이 아니라 항상 그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자고 일어나서도 옆에 형이 있는 게 좋고, 설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무 좋다고 하면 날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너무 거리를 두면 상처받지 않을까? 이런 중심을 잡아가면서 가끔은 제어를 못하는 내가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무서운데. 왜 형은 평소랑 같아?


토도마츠는 부끄러워졌다. 그 때의 감정이 느껴졌다. 자신이 연인을 의식해오면서 해온 수 많은 행동들은 그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자의식과잉. 혼자서 하는 삽질. 그래 그의 애정이라는 물을 찾기 위해 물이 전혀 없는 사막을 삽으로 파고 있었다. 파다보면 결국은 나올거야. 오아시스를 본 적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그 오아시스는 손에 잡는 순간 사라지는 신기루였을텐데. 신기루같은 연인의 연기를 해주는 카라마츠는 한 방울의 애정이라도 담겨있지 않은 행동만 했다. 메말랐다. 메마른 모래로 목을 축이던 토도마츠는 항상 답답했다. 입을 다셔 다시 맛보았지만. 여전히 목이 말랐고 답답했다. 숨이 턱 막혔다.


뜨거워진 얼굴을 가릴 수도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드라마에서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는 조연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항상 꼴불견이네-. 그러고 싶을까?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잖아-.하고 비웃었던 대상이 자신이 되는 느낌은 정말.


토도마츠는 눈을 깜빡였다. 눈물이 떨어졌다. 그는 졌다. 져버렸어. 아니 애초부터 질 싸움이었지. 진 것이 분하지는 않았다. 단지 외면하던 현실이 상상보다도 더 비참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큰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웅얼거리던 말은 나를 더 싫어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고 이해하지 못할 언어로 나오기 시작했다. 소리는 점차 커졌다. 답답했다. 크게 소리를 질러도 답답했다. 이 답답함이 큰 소리에 없어지길 바라며 그는 더 크게 소리쳤다. 카라마츠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말로.


번화가에서 우는 남자와 그것을 말리는 다른 남자. 이목을 끌기에는 분명했다. 방금 전 까지 연인처럼 딱 붙어 다녔다면 더욱더. 주위에 사람들이 모였다. 어머 뭐야. 실연이라도 당한거야? 똑같이 생겼네. 뭐야?


토도마츠에게는 그런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그의 주위에 자신과 카라마츠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카라마츠의 모든 말은 자신의 큰 울음소리를 뚫고 귀에 들어왔다. 안절부절 못하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마저 사랑스러워 토도마츠는 더 외로워졌다. 자신의 세계에는 카라마츠가 있어서. 그밖에 없어서 더 외로웠다. 그 세계에는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세계에 혼자 남은 카라마츠가 외로워보여서 슬펐다. 나는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 사랑이. 외로우니까. 나는 가슴이 아프고 슬퍼.


어린 애마냥 우는 토도마츠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카라마츠의 머릿 속에는 이제 됐다. 이 한 문장의 생각이 지나갈 뿐이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는 소리를 듣기는 하였지만, 상대에 따라 다른 것으로 같은 성씨의 비슷한 얼굴의 동생에게는 전혀 그런 감정이 동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와 관계를 시작하면서 그렇게 될 예상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그래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긴 했다. 하지만 지금 울어대는 토도마츠의 마음은 도저히 모르겠다. 그에게 큰 상처를 주고 충격을 준 후에 감정을 되돌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좀 잔인한 방법인 것은 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자신에게 내보이며 받아주지 않자 토라져버리는 그 마음 또한 잔인한 것이 아닌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는 그냥 그에게 형제처럼 대했을 뿐인데 나에게 그런 감정을 혼자 가지고 혼자 기대하고 혼자 슬퍼하다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일을 크게 만든 건 자신이었다. 솔직히 받아준 자신의 잘못이 컸다. 다시 생각해도 좀 불쾌한 낚시터에서의 입맞춤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의 존재는 다 울고 있는 토도마츠였다.


카라마츠는 어린 아이처럼 우는 토도마츠를 달래는 것을 관두었다. 안절부절하던 손을 내려놓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 눈길은 싸늘했다. 자신은 다정하다. 다정해야 한다. 나는 다정한 내 자신이 좋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만을 해왔다. 싫은 일은 아무리 다정하게 보인다하더라도 하지 않았다. 추운 날 기름을 가지러 가는 일 같은 것도 자신이 기분이 좋거나, 마음이 내킬 때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은.


“토도마츠.”


하지 않는다. 분명 자신의 부름을 들었음에도 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동생을 보며 카라마츠는 미간을 찌푸렸다. 토도마츠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이유는 어머니의 가르침도 있었지만,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의 특유의 선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카라마츠의 기준은 가끔 모호해서 가장 친한 형제인 오소마츠마저도 가끔 넘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토도마츠는 그의 선을 잘 지켜 그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았고, 가령 했더라도 그가 만족할 만한 반성과 사과를 하곤 했다.


그리고 토도마츠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지금 우는 이유와 같겠지. 카라마츠는 뒷머리를 긁었다. 주위의 시선은 넘어 간다 치더라도 울음이 그치고 나서의 일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혹여 지나가던 형제들이 보기라도 한다거나, 그 일로 인해 관계가 들통 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토도마츠는 울면서도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자신의 감정이 북받쳐 자신도 모르게 울기 시작했지만, 울다 보니 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의 다정함에 한 번 더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다. 달래주고 오해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라는 어린 애 같은 마음으로 그러고 있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당황하며 달래는 행동도 잠시 자신이 잘못이라도 한 것 마냥 한숨을 쉬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렀으며,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토도마츠는 그에 더 서러워졌다. 얻을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얻었음에도, 그는 더 큰 것을 바라고 있어서 겨우 얻은 겉모습의 연애마저도 잃어버린 것이다. 너무 울어 눈물샘이 마른 듯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애처롭게 끅끅 울어대던 토도마츠의 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모였던 사람들도 차츰 사라졌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군중에 섞이고 나서야 토도마츠는 입을 열었다.


“…헤어져.”

“그래.”

“그만 할 거야. 이런 거.”

“그래.”

“형 같은 거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래.”


자신이 내뱉고도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시종일관 담담하게 대답하는 카라마츠의 행동이 더 어이가 없었지만. 카라마츠의 표정은 아까와 같은 표정이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같은 키였지만 시선에서 알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자신을 내려다봤다. 마주보길 원해서 이렇게 발버둥을 쳤지만 그에게 자신의 위치는 항상 밑이었다. 어리광 부리는 동생일 뿐이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딸꾹질을 하는 토도마츠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토도마츠는 심술처럼 그 손수건에 코를 잔뜩 풀고는 다시 돌려줬다. 그런 그의 행동에도 카라마츠는 변함없이 받고는 반대 손으로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이 닿음에 움찔한 토도마츠는 그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쓰다듬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다시 자신과 그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끝나면 자신은 다시 그의 동생으로 그는 자신의 형으로 돌아간다. 이마저도 기분이 좋고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토도마츠의 카라마츠에 대한 바람은 이뤄진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후끈한 열기가 기분 나빴다. 연애의 시작을 말해주던 그때의 느낌이 여전히 느껴지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연애에 당연히 행복이 따른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그랬으니까. 하지만 커진 욕심은 겨우 꾸며진 연극 같은 연애를 깨부숴버렸다. 욕심에 잠식되어 조바심만 내던 토도마츠의 첫 연애는 계절이 채 바뀌기도 전에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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