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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쥬시]11.4

이치쥬시의 날 축하해!


11.4


쥬시마츠는 그렇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그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도 굉장히 빠르다. 본능의 정도로. 그래서 자신에게 관심이 많아 남 –비록 형제라도 해도-에게 관심이 적은 카라마츠 마저도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쥬시마츠를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치마츠는 그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네가 나를 어느 정도로 좋아하는 가를.


한가한 오후의 집. 다들 점심을 먹어 나른하게 거실에 누워있거나 앉아있거나, 식곤증에 졸기도 하고 있었다. 창으로는 아직은 따뜻한 가을의 햇볕이 들어왔다. 해가 짧아져 조금 있으면 해가 질 시간. 낮과 저녁의 중간. 노을. 낮의 조금은 따가운 햇살과는 다른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훑는 느낌의 햇살. 이때의 하늘이 좋았다. 너무나도 푸르고 높아 쉬이 가까이 하기 힘들고 어쩐지 그 하늘을 보면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주홍색이 섞여 노곤한 느낌을 주는 지금의 하늘은 좋았다. 구석에 평소처럼 무릎을 가까이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이치마츠는 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낮의 야구가 끝난 듯 평소처럼 먼지를 뒤집어 쓴 쥬시마츠가 방문을 열고는 발을 내딛었다. 평소의 쿵쿵거리는 발소리 때문에 잠자는 형제들이 깰까 조심스레 손을 모으고 걷는 모양새가 귀여워 이치마츠는 시선을 돌려 그의 모양새를 살펴봤다. 평소와 같은 웃는 얼굴이 그의 시선을 눈치채고 눈이 마주치자 더 해맑게 웃었다. 그 조심스러운 입장의 목적지는 당연히 그였던 것처럼 그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그리고는 누가 볼 새라 고개를 두리번거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형 좋아해.”

“…응.”


쥬시마츠는 정이 많다. 착하다. 형제들 중에서는 가장 배려하는 법을 잘 안다. 가끔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도 형제들을 위해 여러 가지를 많이 한다. 막내인 토도마츠를 위해 좋아하는 간식을 남긴다던가, 장남인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빠칭코의 할인 티켓을 모아둔다던가, 지금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자신의 연인을 위해 낯간지러운 말을 한다던가 말이다. 이치마츠는 그런 쥬시마츠가 좋았다. 그냥 그 자체로 좋았다. 나의. 나의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사람.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항상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말에 고개를 더 숙이고 조용히 대답했다. 자신은 원래 이런 성격이다. 꼬아지고 제대로 사랑을 받는 법을 모른다. 쥬시마츠가 가끔 던지는 이 가벼운 말을 ‘나도‘라는 말로 받을 줄을 모른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자신이 그를 아는 만큼 그도 자신을 안다고 생각했기에 부담이 없었다. 그 말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에도.


그의 대답에 쥬시마츠는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옆에 앉아서 있을 뿐이다. 항상 텐션이 높은 그였지만 이런 대화에서는 사뭇 진지하다. 언젠가 자신이 장난이 아니야. 정말로 좋아하니까. 라는 말로 이 관계를 발전시켰을 때처럼. 그 때 이후로는 좋아. 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 하지 않아도 알거야. 나는 너고, 너는 나니까. 이치마츠는 이 시간이 좋았다. 달콤한 말과 함께 옆에 있는 쥬시마츠. 이치마츠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 특유의 냄새도 좋았다. 흙과 약간의 땀 냄새가 섞여 있는 그 특유의 체취. 멀리서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밝은 그의 노란색 옷처럼 일정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이치마츠는 그 냄새를 맡고 기분이 올라가진다. 마치 그처럼.



어깨로 익숙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치마츠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만졌다. 같은 샴푸를 씀에도 뭔가 다른 향이 그의 코에 닿았다. 부드러운 머리칼을 매만졌다. 거실에는 형제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과한 스킨쉽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친했던 둘이기에 연인마냥 서로 음식을 먹여줘도 손을 잡고 걸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기에 이 관계를 형제들에게 숨길 수 있었겠지. 쥬시마츠의 좋아해. 는 그냥 단지 다른 형들이 사탕을 주거나 야구에 동참할 때 고맙다는 대답 대신 하는 말이었기에 그 말 또한 형제라는 이름으로 숨기기가 가능했다. 그리고 물론 자신에게 하는 좋아해는 형제들과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이 관계가 따듯하고 좋았다. 사랑을 받는 감각.


너는 좋을까라는 생각을 이치마츠는 한 적이 없다.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 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에 심취되어 있는 것 때문과는 전혀 다르다. 그냥. 쥬시마츠니까. 알 수 있다. 확신을 못해 다른 사람에게 협박하듯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냥 태어났을 때부터 알았다.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 또한. 말을 하지 않아도 너는 알 거야. 내가.


“…좋아해.”

“응!”


나직하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자신의 말에 수줍은 듯 고개를 어깨에 부비며 크게 대답하는 그는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소리에 자신이 놀라 입을 막아버리는 것에 이치마츠는 오늘 일어나서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이치마츠의 웃는 이유를 알고 있는 쥬시마츠는 민망한 듯 괜히 더 크게 웃었다. 주는 것이 더 많음에도 가끔 이렇게 주는 사랑에도 어린아이마냥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존재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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