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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토도] 박쥐와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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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소년은 입김을 불었다. 하얗게 보이는 자신의 살아 있음에 절망하고, 그를 유지하기 위한 겨울 준비에 좀 더 속력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년은 까만 망토에 거기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었다. 망토의 뒤에 달린 날개와 모자에 달린 귀는 영락없는 박쥐. 그가 평생 보고 살아온 유일한 생명체와 같았다. 겨울이 오면 지금 지내고 있는 자신의 집은 조금 더 살기가 버거워진다. 겨울이 오면 동굴 천장에 매달려 오랜 기간 잠을 자는 그들과 다른 것을 깨닫고 동굴을 빠져나온 것이 그의 첫 겨울이었다. 죽을 고비를 산 속에 있는 폐허에서 겨우 넘긴 그는 그 이후부터 겨울 준비를 단단히 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떨어진 과일을 주워 말리고,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모아두었다.


“좋아. 이 정도면.”


몇 번의 왕복으로 집 창고에 가득 쌓인 식료품과 장작들을 보며 토도마츠는 씩 웃었다. 따뜻하게 겨울을 나겠다는 생각과 또 이렇게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함께 몰려왔다.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아직 겨울은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감정에 잡혀 있으면 곤란하다. 그래. 기분전환을 하자. 겨울 동안 하지 못하는 걸 하는 거야. 토도마츠는 마지막 겨울 준비인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산책. 할 일이 끝나면 꼭 갖는 여유였다. 토도마츠는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길을 나섰다.


자신이 항상 걷는 산책길을 걸었다. 매 계절마다 열심히 바뀌는 배경을 토도마츠는 좋아했다. 봄의 기운을 머금은 길은 밝고 아름다웠고, 여름의 기운을 머금으면 그 아름다움은 더 자라 울창함을 뽐냈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겸손하기도 하고 겨울이 다다르면 그에게 준비를 하라는 듯, 잎을 다 떨어뜨린 앙상한 모습으로 추위를 알렸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 껴있었다. 눈이 오겠네. 이 산은 눈과 함께 겨울이 시작된다. 끝이 없이 내리는 눈 덕분에 그는 겨울에 이 산책길을 걸은 적이 없다. 한 동안 보지 못할 길을 아쉬운 걸음으로 타박타박 걸어갔다. 산책길은 항상 큰 나무에 다다르면 끝이 난다. 멀리서도 보이는 나무로 토도마츠는 어느 정도 길이 남았을까 가늠하고는 했다. 평소보다 빠르게 보이는 나무에 더 느린 걸음으로 주위를 살피며 걸었지만, 애석하게도 나무는 가까이 와버렸다.


어?


항상 앉아 쉬는 나무의 밑에 앉으려 밑을 보자 처음 보는 박쥐가 있었다. 이 근방의 박쥐들은 다들 동굴에서 겨울잠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 게다가 근방의 박쥐와는 색이 달랐다. 푸른빛을 띠고 잘 먹은 듯 반짝이는 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콧등에는 작은 선글라스까지 달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그것을 쿡 찔렀다. 죽었나? 자신의 행동에 움찔하는 것으로 봐서 살아있긴 한 것 같았다. 토도마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양 손으로 그것을 곱게 들어 올렸다. 조금씩 움직이는 몸과 아직은 따뜻한 체온이 그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오늘 산책은 여기서 끝이다. 토도마츠는 속으로 생각하며 아까와는 다르게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조심스레 그 박쥐를 눕혀 보았다. 겉으로는 상처 따위가 없어 보였다. 토도마츠는 아침에 먹고 남은 스프를 작은 그릇에 담아와 그의 앞에 내밀었다. 미동도 없던 박쥐는 그제야 꿈틀거리며 움직여 스프에 머리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구나. 토도마츠는 그런 박쥐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어렸을 때는 자신이 박쥐인 줄 알았다. 동굴에서 크고 자랐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깨달았다. 아니라는 걸. 토도마츠는 동굴이 여기서 꽤 먼 것을 떠올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분명 겨울이 올 텐데.”


여전히 그릇에 고개를 처박은 그를 보며 토도마츠는 중얼거렸다. 박쥐는 그 말을 들은 듯 귀를 쫑긋하고는 날개로 입을 닦았다.


“걱정마라. 나는 추위에 꿈쩍하지 않으니까!”

“어?”


토도마츠는 예상치도 못한 목소리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지? 그런 자신을 다시 누군가가 불렀다.


“여기다. 나의 천사여.”

“뭐?”


소리의 근원지에 고개를 돌리니 아까의 박쥐가 자신을 보라는 듯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그에 얼굴을 들이댔다. 박쥐가 말을 할 수 있어? 아니 나와 대화가 돼? 토도마츠는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나도 박쥐가 되는 게 아닌가? 그럼 다시 동굴로 돌아가서 수많은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 그 맑은 웃음에 박쥐는 멍하니 쳐다보다 헛기침을 했다.


“소개가 늦었군. 나는 카라마츠.”

“아, 응. 나는 토도마츠야.”


토도마츠는 이름이 닮았네. 라는 말을 건네며 웃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들뜬 기분이었다. 박쥐와 얘기를 할 수 있다니. 천장에 매달리고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직 힘들지만 동굴로 다시 돌아가 그들과 지내다 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토도마츠는 남들과 다른 자신에 지쳐있었다. 이 산 속에는 자신과 같은, 아니 비슷한 생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동물들은 서로 같은 종들끼리 살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종들은 적으로 간주하곤 했다. 그러니 토도마츠는 근처가 전부 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닐지도 몰라.


“너. 박쥐 맞지?”


토도마츠는 신나게 그에게 확인 차 질문을 했다. 당연히 맞다고 할 거야. 그럼 모아뒀던 과일들을 챙겨서 동굴로 돌아가야지. 가는 도중 겨울이 와도 나는 맞설 수 있어.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카라마츠는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그런 것들과 다르다.”


콰쾅. 그 청천 벽력같은 말에 토도마츠는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 빠르게 바뀌는 분위기에 카라마츠는 움찔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토도마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야? 박쥐?”

“그렇다만…?”

“…그래.”


하. 토도마츠는 잠깐 동안 느꼈던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 상실감에 토도마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모자를 괜히 더 꾹 눌러썼다. 카라마츠가 아까의 자신처럼 톡톡 자신의 머리를 두드려주었다. 그것이 괜스레 위로가 되어 토도마츠는 눈물이 나올 뻔한 것을 겨우 막았다.


“혹, 여기서 지내도 될까.”


조심스레 자신에게 묻는 카라마츠에게 토도마츠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던지 말던지. 어차피 내가 모자를 벗으면 날 떠나갈 주제에. 토도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내 모습이 그와 비슷하니까 그렇겠지. 짜증이 난 토도마츠는 고개를 들어 그를 쏘아보고는 보라는 듯 모자를 벗었다. 어때? 라고 그를 내려다봤다. 자. 나는 너랑 달라. 빨리 그 부러운 날개로 도망이라도 가보시지? 카라마츠는 그의 행동에 사뭇 놀란 듯 그를 쳐다봤다.


“아름답군.”

“그래, 그러니까 빨리 나… 뭐?”


토도마츠는 뜬금없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물어봤다. 카라마츠는 다시 한 번 말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본 것들 중에 가장 아름답다.”

“…안 가?”


그 말에 괜히 부끄러워진 그는 말을 돌렸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얘기를 하는 게 처음이었지만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지내도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건…그렇지만.”

“그럼 잘 부탁하네. 나의 천사.”


되도 않는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는 그에게 안쓰럽다는 말을 던지고는 토도마츠는 속으로 안심했다. 처음으로 남에게 받아들여진 것이. 기뻤다.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해는 짧아져, 그와 잠깐의 대화로 바깥은 이미 어두컴컴해졌다. 슬슬 잘까라는 생각에 토도마츠는 기지개를 주 욱 폈다. 자자는 말에 카라마츠가 사람처럼 침대에 누워있는 양을 보고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박쥐는 그렇게는 안 자니까. 그리고 그에게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물었고 그는 훗. 나 카라마츠. 무엇도 나를 정의할 수는 없지. 라는 알 수 없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 말에 질려서 더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좋은 꿈을 꾸길 바란다.”

“아, 응. 잘 자.”


토도마츠는 처음 하는 밤 인사에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다른 생명과 이렇게 가까이 잠을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뭔가 가슴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에 토도마츠는 이 작은 생명이 자기를 안아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포근함을 느끼며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예상외의 동거는 생각보다 편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서 지낸 적은 없었는데, 쓸데없이 다정한 주제에 이상한 말만 하는 그 때문이기도 했다. 잘 맞는 사람. 토도마츠는 그를 위해 집의 작은 공간을 내어주고, 침대의 한 부분을 내어주고, 자신의 밥을 조금 나눠주었을 뿐이었지만 그 행동 하나하나에 카라마츠는 고마워했고 낯간지러운 말을 종종했다. 처음에는 듣기도 민망해 손을 내저으며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중에는 능숙하게 응이라고 받아칠 정도가 되었다. 그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겨울은 깊어갔다.


“눈이 많이 오는군.”

“여긴 원래 이래.”

“흠.”


어느 눈이 많이 오는 날 식사 후, 탁자에 앉아 옷을 만드는 토도마츠의 앞에 마주 선 그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거울로 자신의 깃을 정리하고 있었다. 날개로 작은 얼굴에 걸친 선글라스를 치켜 올렸다. 토도마츠는 오랜만에 보는 거울이 싫었다. 입을 삐죽 내밀었다.


“흐응?”


그의 표정에 카라마츠가 자신보다 큰 거울을 낑낑거리며 돌려 토도마츠를 비추게 놔주었다. 책상에 놓여있는 거울로 자신을 봤다. 토도마츠는 망토의 모자를 벗었다. 머리 위가 아닌 옆에 나있는 귀, 송곳니도 없는 이빨, 그들과는 전혀 다른 얼굴모양. 토도마츠는 그것이 싫어 거울을 두지 않았다.


“난 뭘까?”


토도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는 대답이 없었다. 평소에는 말을 걸지 않아도 쓸데없이 안쓰러운 단어와 모를 외국어를 해대며 시끄럽게 굴었던 주제에. 토도마츠는 괜히 더 성이나 손가락으로 그 머리를 꾹 눌렀다. 눈은 더 쌓여갔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돌려 창을 봤다. 처음에는 이 눈이 너무 신기했다.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고, 모든 존재를 똑같이 만드니까. 이 눈에 덮이면 자신도 그들과 같아지지 않을까? 그럼 나도 친구가 생기고. 이런 생각은 멍청하다고 몇 번이나 되 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눈처럼 위로 위로 쌓이는 주제에 녹지는 않았으니까. 토도마츠는 숫자를 모른다. 겨울을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하지만 처음 만든 망토가 짧아져, 새로 만든 것이 있으니까 꽤 오래 지났을 지도 모른다. 처음의 망토는 입을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가끔 지금의 것을 벗어 옆에 대어보고는 한다.


“나는 너랑 같은 박쥐가 아니니까.”


토도마츠는 내뱉듯이 말을 했다.


“그렇지. 하지만 아름다우니 상관이 없지 않은가?”


그 말에 토도마츠는 웃음이 나왔다. 뭐야. 무슨 소린데.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날 만큼 웃어대던 그는 결국 뺨으로 흐른 눈물을 인지하자마자 긴 세월 혼자 살아온 외로움을 말하듯 감정을 터뜨렸다. 웃음소리는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그는 감정이 묻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쌓인 눈이 토도마츠의 키가 될 정도까지. 토도마츠는 눈물샘이 마를 만큼 울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눈가가 쓰라렸다. 어느 샌가 자신의 손에는 부드러운 손수건이 있었다. 집에 이런 게 있었던가. 예전 사람이 두고 간 걸까. 파란 색에 조금 반짝거리는 천이 뭔가 부담스러웠지만 이미 사용했으니 어쩔 수 없다. 토도마츠는 숨을 내쉬고는 조금씩 올라오는 민망함을 모른 척 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뒤집으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거울 옆에 놓인 장미를 발견했다. 이 산에 장미가 자라던가? 그것보다.


‘장미는 여름 꽃인데’


오랜만에 보는 장미에 토도마츠는 그것을 집었다. 가시가 있을까 조심스레 잡아 줄기를 훑어봤지만 깔끔하게 손질이라도 된 듯 가시는 보이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그의 옆에 날아 거울을 보라는 듯 어깨에 앉았다.


“봐라. 장미도 너의 아름다움을 시기하고 있다.”


그 말에 토도마츠는 피식 웃었다. 그래. 거울에 비친 자신은 눈이 퉁퉁 부어있고 코는 바깥의 추위를 머금은 듯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입은 울상이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은 좋았다. 그와 함께 비친 자신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부은 얼굴로 처음 보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쌓이던 눈이 슬슬 녹기 시작했다. 창고의 말린 과일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명일 때의 먹는 양으로 버티기는 조금 힘들었다. 토도마츠는 평소에는 그냥 시간이 가는 대로 적응을 하고 살아가는 편이었지만, 이번 처음으로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산은 봄에 정말 예쁘니까. 내가 봄의 이 곳을 좋아하니까 보여주고 싶어. 같이 보고 싶다. 이 별 거 아닌 생각에 괜시리 얼굴이 달아오른 토도마츠는 버릇처럼 망토의 모자를 덮어쓰려 했다. 아. 지금 자신은 망토를 입고 있지 않았다. 항상 박쥐인 척 집에서도 그 옷을 입고 밖에 나갈 때는 꼭 모자를 쓰고 다니고는 했는데, 그 본연의 모습이 너무 싫어서 그랬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카라마츠의 영향이겠지. 토도마츠는 더 붉어진 얼굴을 양 손으로 푹 가렸다. 처음 느끼는 감정에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 날 밤 토도마츠는 당연히 평소처럼 침대에 같이 자려는 카라마츠를 쫓아냈다. 불쌍한 척 귀를 축 내린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해줬지만.


봄이 왔다. 토도마츠는 느지막이 일어나 집 밖으로 나왔다. 기지개를 쭉 폈다. 아침의 햇살과 오랜 만에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 겨울이 끝이 났다. 이번의 겨울은 꽤 짧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동료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문득 토도마츠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동종이 아닌 자신과 함께 있어주고, 자신의 얘기를 자주 들어줬으니까. 토도마츠는 오랜 만에 자주 걷는 산책길을 걸었다. 그렇게 쌓여있던 많은 눈은 다 거짓이었는지 마른 흙 길과 그 옆으로 돋아날 준비를 하는 새순과 피어날 준비를 하는 꽃, 초록 잎을 달고 있는 큰 나무들도 생명력을 발하고 있었다. 그를 맨 처음 만난 곳에 다다르자 토도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를 위해 뭐라도 해주는 거야. 나무의 밑에 앉아 토도마츠는 생각했다. 뭘 좋아할까. 뭘 해주면 좋을까. 장미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가 가진 반짝이는 것이라곤 길가에 있는 돌멩이를 열심히 닦아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착한 그는 이런 걸로도 만족하겠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고 싶었다. 왜냐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줬으니까.”


동료. 친구. 토도마츠는 긴 기간 혼자 살아오며 이것을 바랐다. 하지만 널린 나무도, 숲 속에 있는 동물들도 그와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같이 있을 수도 없었다. 자신은 자신의 집이 있었고, 나무도 그랬고, 동물들은 가까이만 가면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도망가기 일쑤였다. 토도마츠는 고민 끝에 일어났다. 옷에 묻은 흙을 탁탁 털고는 생각의 결과로 다짐했다. 그래. 물어보자. 자신의 말을 들어준 그의 말을 들어주자.


타박타박. 토도마츠는 괜히 신이나 콧노래를 부르며 아까보다 빨라진 걸음걸이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다다를수록 걸음은 뜀박질이 되었고, 집 앞 나무에 매달려 자신을 기다리던 카라마츠를 보는 순간 멈추었다. 색색거리는 숨을 내쉬며 토도마츠는 아직은 차가운 아침 공기를 머금은 뺨으로 그를 불렀다. 그의 부름에 날아와 자신의 눈 바로 앞으로 온 그에게 웃어보였다.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음?”


자신의 말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그에게 토도마츠는 좀 더 높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이 난 것이 온 몸으로 보이는 그는 봄의 햇살을 받아 더 빛나보였다.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카라마츠는 선글라스를 조금 더 치켜 올리고는 조심스레 그 의도를 물었다.


“왜?”

“그냥, 좋아서.”


고맙다는 말은 부끄러워 토도마츠는 지금의 감정을 내뱉었다. 그러고 나서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더 부끄러운 말을 해버린 것에 대한 민망함에 아무것도 아닌 척 웃어보였다. 하지만 살짝 찌푸린 미간은 그의 민망함을 말하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그의 말에 살짝 멈췄다. 그랬다가 다시 날갯짓을 하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 시선을 피하려 토도마츠는 고개를 올렸다. 하늘이 맑네라는 되도 않는 소리를 내뱉었다. 자신의 그런 말에도 대답이 없는 것에 더 민망해져 눈을 꼭 감았다.


“아, 뭐, 없으면, 말…”

“피.”


민망함에 떨리는 목소리를 태연한 농담으로 가리려 했지만 그의 말에 황급히 대답하는 카라마츠는 분명 원하는 것이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단어가 너무 오랜만에 듣는 것이었고 예상 밖이라 토도마츠는 고개를 내려 멍청하게 다시 물어봤다.


“뭐?”

“피를. 먹게 해줘.”


처음 듣는 사뭇 진지한 말에 토도마츠는 다시 들어도 의도를 모를 말에 고개를 겨우 끄덕일 뿐이었다. 피. 아 가끔 사람의 피를 먹는 박쥐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토도마츠는 손을 들어 그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여기라며 태연스레 내미는 얼굴에 카라마츠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그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는 행동은 너무나도 조심스러워 자신이 혹시 손가락에 상처라도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살짝 따끔한 느낌에 토도마츠는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처음 느껴지는 껴안아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얀 옷. 단추. 프릴. 까만 코트. 인지가 잘 되지 않아 고개를 들자. 겨우내 들어왔던 호칭이 들려왔다.


“안녕. 나의 천사.”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생물. 자신과 비슷한 색의 피부, 귀는 머리 옆에 있는, 거울로 보았던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어…?”


토도마츠는 처음 보는 것이 너무 신기해 눈을 깜빡이는 것을 잊고 있었다. 눈이 시큰할 때까지 그를 봤고, 그 또한 자신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 눈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아까보다 더 심장이 크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가까워짐에 토도마츠는 눈을 감았다. 목에 닿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더 큰 고통에도 토도마츠는 아프지 않았다. 자신과 같이 무언가를 마실 때 목에서 나는 소리가 비슷해서 껴안고 있으면 같은 심장 소리가 나서 그게 좋아서 자신의 피를 마시고 있는 그를 그냥 꽉 껴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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