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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쵸로]달빛아래

쵸로른전력




“오늘 달이 밝네.”

다 함께 목욕탕을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시작으로 다들 똑같이 고개를 들어 달을 봤다. 평소보다 유난히 밝은 길을 비춰주는 달은 그의 말처럼 굉장히 밝았다.


“그렇네.”


유일하게 발화자를 아는 쵸로마츠는 그 말에 대답했다. 형제들은 다들 동의하고는 평소처럼 금방 흥미를 잃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쵸로마츠는 거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마냥 그 달을 보며 서 있었다.


“어라. 아직도 기억하네?”


발화자가 자신의 옆에 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까지.


달 빛 아래.


오소마츠와는 태어나서 부터 함께였다. 다른 형제들도 같았지만 오소마츠는 좀 특별했다. 많은 형제 탓에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는 부모님이 둘 둘씩 짝을 지어 다니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는 아마 태어난 순서로 챙겨주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쵸로마츠의 메이트는 이치마츠였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옆 자리는 오소마츠였다. 잠을 잘 때도, 가끔 형제 순으로 설 때도 오소마츠는 항상 자신의 앞, 옆, 드물게는 뒤까지 있었다. 누구의 뒤에 서있는 것을 싫어함에도 쵸로마츠의 뒤라면 군말 없이 서있고는 했었다. 쵸로마츠와 오소마츠는 어릴 때 장난을 자주 치는 것을 좋아했기에 항상 붙어 다녔었다. 그건 학창 시절까지 이어졌었고, 그 후에는 습관처럼 그가 옆에 없으면 불안하기도 했었다. 쵸로마츠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바뀐 메이트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사실 이치마츠가 들으면 서운할 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오소마츠가 좋았다. 그래. 좋았다.


그의 메이트인 카라마츠를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에 약간의 우월감도 가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좋았지만 뭔가 조용했다. 말이 없었고 그리고 너무 터무니없이 착했다. 말썽을 부릴 때는 다 같은 모습이었지만 각자 자신의 시간을 보낼 때쯤이면 이치마츠는 홀연히 사라져 있고는 했다. 쵸로마츠는 항상 그것을 찾아다니는 역할이었다. 형이니까. 잊어버리면 안돼. 그래서 쵸로마츠의 어릴 때의 기억은 다 같이 있는 기억 외에는 항상 불안하게 이치마츠를 찾는 기억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에서 그를 구제해 준 사람이 오소마츠였다.


“이치마츠는 이제부터 쥬시마츠랑 다녀.”


그랬다. 쵸로마츠가 온 동네를 다니며 이치마츠를 찾은 곳에는 항상 쥬시마츠가 옆에 있었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훨씬 더 많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단지 메이트를 찾았다는 느낌에 다 잊고 있었다.


“그럼 나는?”


토도마츠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오소마츠는 당연하다는 듯이 카라마츠를 가리켰다. 카라마츠가 유난히 그를 아끼는 것은 형제끼리도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쵸로마츠. 너는 이제 나랑 다니는 거야.”


이 날의 기억은 정말 명확하다. 오소마츠는 좋아하는 장난감을 얻은 것보다 더 밝은 미소로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단지 이치마츠를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그 혼란한 불안함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느낌에 환하게 마주 웃었던 것 같다. 사실 자신의 표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오소마츠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비슷하게라도 따라하려 했었다. 너무. 멋져서.


쵸로마츠는 그 날 이후로 오소마츠와 산책을 종종 하고는 했다. 틈틈이 장난을 하는 것도 잊지 않고. 항상 불안감에 주위를 보지도 않고 이치마츠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니던 대로변은 생각보다 재밌는 것이 많았고, 볼 것도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큰 줄도 모르고 헤매고 다녔던 공원은 정말이지 컸고, 거기서 할 수 있는 놀이가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항상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와 함께 해가 질 때까지 놀고는 했었다. 배가 고프고 다른 형제들이 모여서 집에 가자는 얘기가 나올 때 즈음에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향했다. 그 때도 오소마츠의 뒤에는 그의 손을 잡은 쵸로마츠가 있었다. 그 때마다 쵸로마츠는 어쩐지 이상한 가슴의 느낌에 묘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그 감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오늘 달이 밝대.”


형제 중에 글을 가장 빨리 뗀 오소마츠가 조용히 그에게 다가와 얘기를 했었다. 쵸로마츠는 하늘을 보는 걸 좋아했다. 시간이 가매 시시때때로 색이 바뀌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밤의 하늘을 보지 못하는 것을 조금 슬퍼하고도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었고, 그 때부터 둘은 밤에 몰래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계획은 단순했다. 모두가 잠을 자는 동안에 나가자. 하지만 둘은 아직 어렸고 혹여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때 마다 손을 꼭 잡아주기로 했다. 서로의 손을 잡으면 두근거려서 자신도 모르게 잠이 깨고는 했으니까.


이윽고 밤이 깊었다. 잘 자라는 부모님의 말과 함께 방의 문이 닫히고 형제들은 소란스럽게 떠들다가 한 명 씩 잠이 들기 시작했다. 쵸로마츠도 동생들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 때 손에 익숙한 촉감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자신과 똑같이 눈을 반 정도 감고는 웃고 있는 오소마츠가 보였다.


“안 돼-.”


장난스레 속삭이는 말에 쵸로마츠는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에 잠이 조금 달아난 것도 한 했다. 손으로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은 따뜻했다. 좋다. 라는 생각에 쵸로마츠는 몸을 돌려 그를 쳐다봤다. 창문으로 조금 비치는 빛으로 보이는 오소마츠는 자신과 같은 얼굴임에도 뭔가 달랐다. 음. 그래. 멋졌다.


좋아해.


오소마츠가 조용히 얘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쵸로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얘기했다.


나도.


둘은 결국 달을 보러 가지 못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달이 밝을 때 마다 서로의 신호가 된 예전의 기억으로 이렇게 지금이라도 보고 있는 것이다. 달빛 아래의 오소마츠는 여전히 멋졌고 그의 손을 잡으면 여전히 두근거렸다. 그들은 그 때와 같은 감정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좋아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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