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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쵸로] 좋다고말해

볼빨간사춘기 - 좋다고 말해


‘나에게는 다섯 명의 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랭킹이 정해져있어!’

언제던가. 토도마츠가 했던 말이었다. 맞는 말이다. 쵸로마츠 자신도 형 두 명, 동생 세 명이 있었지만, 편한 사람도 있고, 조금은 어색한 사람도 있다. 다 같이 있으면 전혀 티가 나지 않지만. 둘만 있으면 느끼는 묘한 기류. 어색함.

사실 쵸로마츠는 토도마츠와 어색하다.

토도마츠는 옷을 잘 입는다. 사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쵸로마츠였기에 그냥 그가 패션잡지를 자주 읽고, 형제들 중에 가장 옷을 자주 사고, 다 같이 산책을 하면 어느 샌가 사라져서는 옷가게에서 옷을 사오기도 했고, 외출 할 때 준비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그렇게 넘겨짚고 있다. 토도마츠가 입은 옷이 멋지다거나, 그가 항상 하는 보여 지고 싶은 모습처럼 귀엽다던가 라는 생각은 없다. 그냥 어떤 옷을 입어도 토도마츠였다. 형제들과 같은 회색 후드티를 입어도 토도마츠. 다른 색인 분홍색을 입어도 토도마츠. 가끔 약속이 있을 때 입는 베이지색의 모자와 하얀 와이셔츠에 분홍색 넥타이도 토도마츠.

“토도마츠.”

쵸로마츠는 방에서 책을 본채로 생각에 잠겨 자신도 모르게 나직하게 이름을 불렀다. 소리가 되어 나와 버린 생각에 손으로 입을 턱하고 가렸다. 하지만 나아간 소리는 결국 그에게 닿았다.

“왜?”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한 채로 토도마츠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쵸로마츠는 책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는 대충 얼버무릴 말을 입에 담았다.

“…아무것도. 아냐.”

“시시하게.”

그 말에 쵸로마츠는 눈을 꼭 감았다. 맞아. 그에게 자신은 시시할 것이다. 시시한 형제 랭킹을 토도마츠가 매겼다면, 아니 이미 속으로는 생각했겠지만, 자신이 부동의 일위임이 틀림없다. 쵸로마츠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토도마츠는 형제들 중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처세술이 좋았고, 애교도 많았으며,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인 친구도 꽤 많았다. 그 중에서 연인이 있을 지도 모르지. 형제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그 이유도 시시하다는 말과 같은 맥락일 거다. 항상 형제들을 얕잡아보면서 머리 꼭대기위로 오를 궁리만 하는 그는 분명 시시하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자신의 형을. 그리고 그 형이라는 말에 포함되는 쵸로마츠를.

쵸로마츠는 외출 전에 토도마츠가 사온 전신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고는 한다. 녹색의 체크무늬셔츠 반듯하게 다려진 베이지색의 면바지. 단정하게 보이지만 가끔 토도마츠가 뒤적이는 패션잡지의 사람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옷을 입은 자신을 생각해보았지만. 생각만으로도 어색했다. 토도마츠와 둘이서 있는 지금 방의 공기만큼.

쵸로마츠는 책에 집중을 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눈을 뜨고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잘 읽지 않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이런 장르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돈을 아껴 구매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드라마의 원작이기도 했고, 남자주인공의 성격이 토도마츠와 닮아있었다. 아니 이건 상관없지만. 상관없어.

상관없다는 자신에게 내뱉는 속마음과 다르게 쵸로마츠는 그 책을 들면 항상 토도마츠가 생각났다. 꽤 유명한 작가이건만 잘 읽히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이틀 만에 끝내버릴 두께일 텐데. 지금 벌써 일주일째던가. 쵸로마츠는 결국 책을 덮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느니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어색함에 숨이 막혔고, 어쩐지 이 상황에 설레어하는 자신이 싫었다. 이유는 뭐 알고 있었다. 그래. 형제들 중에 가장 성격이 좋고 친화력이 있는 막내 동생과 어색한 건 아마 자신뿐일 것이다.

내가 토도마츠를 좋아하니까.

안 되는 것임은 잘 안다.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감정에는 죄가 없다는 자기위안으로 이렇게 그냥 생각만 할 뿐이다. 그에게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혼자서 불타오르다가 혼자서 가라앉을 것이다. 쵸로마츠는 힐끗 토도마츠를 봤다. 토도마츠는 핸드폰을 두드리며 뭔가를 신중하게 하고 있었다. 뭘까 궁금하지만 더 길게는 보지 않는다. 그에게 최소한의 관심도 보이지 않을 것. 그 혼자만의 작은 다짐이었다. 들키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나, 나는 약속이 있어서. 나갈게.”

조금 떨리는 목소리와 어색한 움직임으로 책을 들고 일어났다. 토도마츠는 대답이 없었다. 그에게 당하는 무시는 꽤 익숙하다. 쵸로마츠는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해냈다는 성취감과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토도마츠와의 둘의 시간을 아쉬워하며 천천히 문 쪽으로 향했다.

남은 미련에 문 앞에서 뒤를 돌아 토도마츠를 봤다. 아까와 같은 자세였고 신중한 표정에서 조금은 뭔가 불만인 듯 입이 비죽 나와 있다. 쵸로마츠는 다시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왜 말 안 해?”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쵸로마츠는 다시 몸을 돌렸다. 토도마츠는 어느 샌가 자신의 앞에 와있었다. 시선이 맞닿자 쵸로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문 근처에 앉아있기는 했지만, 일어나는 소리도 없이 이렇게. 아니 그 전에.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포옹이라도 할 것 같은 거리에 쵸로마츠는 뒷걸음질 치며 대답했다.

“…뭐,뭐?”

“알잖아.”

뒷걸음치는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며 토도마츠가 말했다. 아까와 비슷한 거리에 쵸로마츠는 얼굴이 달궈지는 게 느껴져 그를 뿌리치려했지만 할 수 없었다. 토도마츠는 처음 느껴보는 센 힘으로 자신의 팔을 꽉 쥐고는 다른 팔로 조금 열린 문을 쾅하고 닫았다. 도망칠 수 없다. 쵸로마츠는 뭔가 자신이 잘못한 게 있는가라는 생각에 눈을 굴렸다. 아까 부르고 별거 아니라고 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 전에 뭔가 내가 토도마츠에게 잘못을 했던가? 잘못이라는 생각에 스쳐지나가는 자신의 감정에 입술을 물었다. 아니. 이거 말고. 그냥.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 한 채로 쵸로마츠는 그냥 서있었다. 자신의 몸이 떨리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서워.

지금의 토도마츠는 무섭지 않았다. 무섭다기 보다는 아까의 표정은 귀여웠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토도마츠가 무서웠다. 자신의 앞에 있는 토도마츠가 알고 있다면. 나는 뭐라고 해야 될까. 아닐거야. 쵸로마츠는 속으로 말했다. 응 아니야. 그냥 별 거 아닌 일일 거야. 그러니까 평범하게. 쵸로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자신을 불만스럽게 보고 있는 맑고 큰 눈동자를 보자 쵸로마츠는 능청스럽게 무슨 일이야라고 할 말을 내뱉지 못했다.

“어….그. 그러니까.”

“왜 말 안하냐고.”

같은 질문을 토도마츠가 했다. 뭔가 말을 해야 되는 건가. 쵸로마츠는 눈만 깜빡였다.

“뭐,뭘?”

자신의 말에 토도마츠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나직하게 쪽팔리게라는 말을 내뱉었다. 며칠 전에 토도마츠가 여자인 친구들과 길을 걷는 걸 발견하고 인사라도 해서 그런가. 무시를 당했지만. 그게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이었을까. 쵸로마츠는 가슴이 아렸다. 그렇겠지.

“저번에 아는 척 한 거…? 미안.”

“그거 아니야.”

“그럼….”

“그건 내가 잘못한 거야. 미안.”

예상외의 말에 쵸로마츠는 눈을 크게 떴다. 토도마츠는 아마 오소마츠와 박빙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어린 아이같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뭔가. 지금의 토도마츠는 이상하다.

“괜, 괜찮아,”

쵸로마츠는 어색하게 그 사과를 받았다. 그럼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더 뭐가 있지. 그 말에 토도마츠는 깊게 한숨을 쉬고는 얼굴을 더 가까이 해 시선을 맞췄다. 불만스러운 시선을 제대로 보지 못해 시선을 겨우 피했다.

“바보.”

토도마츠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좋아하잖아.”

그 말에 쵸로마츠는 토도마츠를 제대로 봤다. 불만스럽지만 뭔가 수줍은 표정. 발개진 얼굴의 토도마츠를. 그 표정에 쵸로마츠는 멍청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

“왜 말 안 해? 내가 먼저 말해야 돼? 형이 나 좋아하잖아. 근데 왜 내가 말해야 되냐고!”

소리치는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분명 크게 들릴 텐데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뭐 굳이 따지자면 쵸로마츠에게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천상의 노랫소리로 들렸다. 그리고 그 노래는 결국 그를 웃게 해버렸다. 토도마츠가 귀여웠다. 자신에게 먼저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그 높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그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거였다. 그랬네. 그랬구나. 그 안도감에 마음이 놓였다. 웃는 자신이 불만스러운 듯 토도마츠는 입을 더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를 껴안았다. 그제야 쵸로마츠는 웃음이 멈췄다.

“형은 거짓말도 못하는 주제에. 그렇게 숨기고.”

“응.”

투정부리는 목소리에 쵸로마츠는 달래듯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여줬다.

“그런데 눈치도 없어서 내가 보내는 신호는 모르고.”

“그랬어?”

“그랬어.”

토도마츠는 불만스러운 지 부끄러운 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쪽팔린 건지 쵸로마츠의 목을 세게 물었다. 아. 하고 소리를 내뱉자 금방 뗐다. 그리고는 그 곳에 입을 대고 중얼거렸다.

“아까도 형 사진 찍고 그랬는데. 그것도 모르고.”

간지러워서 어깨를 움츠렸다. 간지러운 건 다분 그 부분만이 아니었다. 온 몸이 간지러웠다. 뭔가 말야. 너무 행복해서 온 신경이 곤두선 기분이었다.

“그리고….”

토도마츠는 여전히 쵸로마츠를 꼭 껴안은 채로 그에게 보냈던 수많은, 그 중에서 쵸로마츠는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던 신호들을 말했다. 형제들과 걸으면 그와 나란히 걷기 위해 느린 걸음을 빠르게 걸었다던가, 밤중에 화장실을 갈 때는 꼭 굳이 옆도 아닌 쵸로마츠에게 와서 말을 했다던가, 최근에는 그와 비슷한 디자인의 셔츠를 샀다는 것들 까지. 그 사소하고 귀여운 신호들에 쵸로마츠는 일일이 미안해. 못 알아채서. 라는 말을 했고. 토도마츠는 됐어. 바보. 라는 대답을 했다.

“자, 이제 형이 말해.”

“지.지금?”

“그럼 언제 하게?”

“알. 알겠어.”

쵸로마츠는 보이지도 않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좋아해.”

자신을 안는 팔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

“좋아해.”

목에 입을 맞추는 감촉에 쵸로마츠는 어깨를 움츠렸다.

“이름도 불러줘.”

“좋아해 토도마츠.”

“응. 나도 좋아해. 쵸로마츠 형.”

이 말을 하기 까지가 이렇게 힘들었는지. 쵸로마츠는 그 말을 듣자마자 벅차오르는 느낌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응. 나도 좋아해. 응. 나도.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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