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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토도] 입술

아이돌 AU 미완

아츠시는 거울을 봤다. 그 안에는 화면에서 더 많이 본 자신의 얼굴이 담겨있었다. 아이돌이란 자신을 파는 행위다. 연예계는 사창가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아츠시는 생각한다. 꿈과 희망을 판다고는 하지만 우선 외모로 등급이 매겨지는 건 똑같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재능들로 다시 등급이 매겨진다. 그 등급은 보통 데뷔 초, 외견이나 실력, 집안, 소속사 따위로 정해지고 거기서 조금씩 변동이 있다. 흔치 않지만 최하위에서 최상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보통은 그 등급을 유지하다가 은퇴를 하고는 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성장한다는 걸 크게 느껴도 등급에의 반영은 꽤 늦는다. 거기서 지치는 사람들은 결국 그 등급에 안위하고, 자신은 여기까지라며 노력의 적정선을 긋는다. 그리고. 뭐. 결국 평범한 보통의 아이돌이 되었다 은퇴를 하는 거지.

아츠시도 별반 상황은 다른 게 없다. 단지 그들과 다르다면 더 이상 올라갈 등급이 없었기에,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을 뿐이다. 아이돌에 관심이 있는 세대들은 물론, 흔한 개그맨조차도 모르는 세대들도 그의 얼굴을 알고는 한다. 아 그 곱상하고 노래잘하는 청년. 정도로.

아츠시는 그 말이 꽤 우스웠다. 마치 억의 가치가 있는 다이아를 보면서 반짝거리는 예쁜 돌로 칭하는 것 같아서. 그래. 비웃는 거야. 가치가 있는 걸 봐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평가조차도 하찮게 내리는.

아츠시는 다시 거울을 봤다. 최근에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피부에 영향이 갈까싶어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피부과 전문의가 관리를 해주지만, 자신을 가꾸는 행위는 연습생 시절이던 열 세 살 때부터 해온 일상이었다. 다행히 작은 트러블도 없었다. 아츠시는 습관처럼 자신의 얼굴을 가장 잘 이용하는 각도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거기에도 좀 신물이나 정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기 시작했다. 조금 처졌지만 웃으면 휘어지는 게 귀엽다는 소리를 들어서 종종 귀여워보여야 하는 개같은 상황이 오면 수천번 연습했던 이쁘게 휘어지는 눈. 뭐 꽤 자부하는 코. 그리고

가장 거지같은 입술.

아츠시는 자신의 얼굴. 목소리. 가창력. 전체의 몸 라인. 그리고 꽤 작은 발톱까지도 애정 하는 편이었지만 입술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살짝 튀어나온 윗입술은 아츠시의 눈에만 띄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걸 질투했던 것들이 사실은 별로 이상하지도 않은 부분을 신경질적으로 놀려먹고는 했었다. 꽤 자존감이 높았던 아츠시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자꾸 들으니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그렇듯 남을 까내리는 건 꽤 빨리 퍼져나가니까. 결국 모두들 그를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어른들은 귀여운 애칭정도로 아이들은 질투를 담은 놀림으로.

“오리입.”

아츠시는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뱉었다. 억 번을 들었을 별명임에도 가슴이 무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귀여운 호칭이다. 좀 유난스러운 팬들은 그게 아츠시의 컴플렉스임을 알고 일부러 그의 관심을 돌리려 그렇게 부르고는 한다. 그게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채. 간단한 시술로 바꿀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재미없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기에 소속사 사장이 가치가 떨어진다며 말렸다.

그래 사창가랑 같지. 가치를 위해서는 그 자신의 의지나 감정 따위는 상관이 없다.

뭐, 하지만 그가 데뷔 후 1년 만에 최고의 등급을 찍은 이후부터는 일부 팬을 제외하고는 다르게 불렸다. 그냥 조금 귀여운 입술이기도 했다가. 최근에는 찍었던 짧은 광고영상의 영향으로 이렇게 불렸다.

키스를 부르는.

정말 개같기도 하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꼭 카메라에 시선을 맞추고 손 키스를 날리거나, 좋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웃으며 뽀뽀도 했었다.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은 정말이지. 차라리 오리입이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는 게 나을 정도였다.

아츠시는 거울을 내려놓고 리모콘을 들어 텔레비전을 켰다.

“아.”

자신이 거울을 본 이유의 존재가 나오고 있었다.

아츠시가 광고한 립밤의 경쟁사의 광고. 후발주자의 광고가 그렇듯, 꽤 선방을 한 아츠시의 광고를 거의 따라하고 있었다.

“입 맞추고 싶은.”

“하.”

아츠시는 숨을 탁하고 내쉬었다. 어설픈 카피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 광고 모델인 마츠노 토도마츠의 입술은.

정말 그 말대로 자신이 입을 맞추고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마츠노 토도마츠.

작은 소속사에서 형인 마츠노 오소마츠와 프룻티라는 듀엣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넷의 형제들도 두 명씩 짝을 지어 각자의 컨셉에 맞춰 활동한다. 토도마츠가 소속된 프룻티의 이미지는 이름 그대로 상큼함. 타겟시장은 아츠시와 같은 10대, 20대의 여성. 그랬기에 대충 이름만 알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아이돌은 거의 기억하는 편이다. 그래야 뭐. 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여섯 쌍둥이, 일란성이라는 꽤 눈에 띄는 탄생으로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그저 그런 실력. 그저 그런 외모로 그냥 아 똑같은 얼굴의 여섯 명? 정도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마츠노 토도마츠는 지금 이 짧은 광고로 꽤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그의 입술이 평범한 얼굴과는 다르게 꽤 귀여웠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고양이 입. 얼굴 전체를 본다면 그렇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광고에서 짧게 보여주는 입술 클로즈업으로 인해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가 나오면 입술부터 볼 것이다. 아츠시와 비슷하게.

선발주자였음에도, 아츠시의 광고는 토도마츠의 광고에 밀렸다. 오히려 그가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나오고 있으니. 그래서 최근 새로 광고를 찍게 되었다. 그래. 그게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그 회사도 멍청하지 차라리 그냥 다른 컨셉으로 내면 될 것을. 굳이 비슷하게. 그리고 다시 모델은 아츠시 그 자신으로.

자신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의 인생에서 말한 적이 거의 없는 말이었다. 정말. 나는. 하. 결국 아츠시는 그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마 나는 이걸로 인해 꽤 크게 등급이 내려가지 않을까.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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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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