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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쵸로]신의 사랑을 품은 채로

다룽님과의 연성교환


*수녀이치x메가미쵸로

*워딩주의

*전부 가상의 설정입니다.

*특정종교를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는 마을의 크기에 걸맞게 작은 성당이 하나 있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게 작은 성당에는 오롯이 한 명의 수녀만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성당의 크기와는 반비례적으로 그 수녀의 신앙심은 컸다. 신앙심의 크기를 감히 논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 수녀의 신앙심만큼은 논할 수 있었다. 그 마저도 그의 것을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신앙심은 컸다. 큰 주제에 이기적이기까지 했다. 신을 향한 독점욕을 신앙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이젠 이걸 신앙심이라 말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논할 수 있었다. 그의 크기를. 어찌되었든 그의 덕분에 그 성당에는 마을 사람들 아무도 갈 수 없었다. 수녀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신도가 자신의 신을 모시는 것을 가만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이니 만큼 그 수녀의 얘기는 괴담처럼 빠르게 퍼졌다. 말하는 입은 적었지만, 소문이 와전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수였다. 그 와전되는 것 중에 하나는 수녀가

사실은 남자라는 얘기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치마츠는 성당의 문을 조용히 열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만족스럽게 입 꼬리를 올리며 이치마츠는 문을 닫았다. 뒤에서 작게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 사이로 들려오던 바람소리나 새의 지저귐이 들리지 않았다. 고요만이 잠든 곳에서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이치마츠는 머리 수건을 썼다. 원래는 들어오기 전에 단정하게 보여야 하지만, 자신의 모든 추악한 모습을 다 본 자신의 신은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찌 아냐고 묻는다면, 잘 알고 있다. 이치마츠는 머리 수건을 단정히 정리한 후, 먼지 묻은 옷을 손으로 대충 털었다. 그리고는 성당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눈앞에 보인 붉은 색의 카펫과 최근 아무도 앉지 못하게 한 먼지가 쌓인 긴 의자들. 청소는 그의 취미와 맞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 서 있는 이 성당을 지키는 나의.

“여신님.”

이 성당에는 이상한 것이 또 있었다. 유일신인 예수를 섬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건물을 성당이라고 하기도, 그 사람을 수녀라고 하기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꾸준히 성당과 수녀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었다. 이유는 아마 여신이라는 그 존재를 거부했던 과거의 어른들이 당한 수모를 자신들은 겪기 싫었기 때문이리라. 언젠가 그 수녀가 불경하다며 해치려했던 자들은 전부 실종되는 기괴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나서야 사람들은 조용히 그를 수녀라 부르기 시작하고 성당에 조용히 예배를 나가고는 했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녀에게 쫓겨났지만.

이치마츠는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자신의 발소리만 울렸다. 재단의 바로 위에 있는 여신의 동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걸었다. 그의 시선을 받는 눈을 감고 손을 그러모은 채 기도를 하고 있는 여신의 동상은 성스럽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래. 뭐 어디 싸구려 사이비 종교에나 있을 법한 빛바랜 색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지저분한 성당의 어느 곳과도 전혀 다르게 한 올의 먼지도 얹혀 있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동상의 앞에 도달했다. 자신의 허리께에 오는 재단을 가볍게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 감히 그 신의 피사체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온도가 손에 닿았다. 동상의 모아진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이치마츠와 여신이 만난 건 꽤 오래 전이었다. 전쟁 고아였던 그는 어릴 때부터 수도원에 살았다. 그냥 평범하게 유일신을 믿었고,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이 믿음을 저버리는 순간 자신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줄 알았다. 언젠가 큰 수녀님이 보여준 지옥이라는 곳에. 그래서 이치마츠는 열심히 성경을 읽었다. 같은 수도원 동기들이 그를 괴롭혀도, 그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내뱉어도, 옷이 엉망이 될 정도로 얻어맞아도, 배식으로 주는 빵을 뺏겨 삼 일 내내 굶어 쓰러질 때도 이치마츠는 나지막이 기도문을 읊을 뿐이었다. 이 괴로움은 아마 신이 자신에게 주는 시험일 것이고, 언젠가 자신은 구원받을 거니까.

신앙심이란 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었지만 이치마츠는 그렇게 이해를 했었다.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자라면서 그 신이라는 게 존재하는 가를 되묻게 되었다. 실로 불경한 짓이었다. 하지만 오랜 괴로움 속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차라리 지옥이 더 낫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신을 믿지 않고, 성경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수업을 모조리 빼먹고 혼이 난다고 해서, 신앙심이라는 걸 잃는다고 해서 지옥에 가지 않았다. 여전히 맞았고, 욕을 먹었고, 굶었다. 그제야 이치마츠는 깨달았다.

자신의 삶 자체가 지옥이다.

모두 각자의 길로 떠나는 날의 전 날 밤 이치마츠는 조용히 수도원 뒤의 큰 산을 올랐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단지 지옥을 떠나고 싶었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살기 위해서 움직일 뿐이었다. 나갈 수 있다면. 최대한 이런 곳에서 멀리. 수도원에서 나간 적이 없던 그는 산을 헤맸다. 아니 밖을 자주 다니는 사람도 헤맬 곳이었다. 어두운 산에는 빛도 하나 없었고, 수도원 뒤에 있는 산인만큼 인적이 드물어 난 길도 없었다. 이치마츠는 그냥 산을 넘어 가고 싶었다. 자신이 입은 긴 신복은 거추장스러웠다. 이치마츠는 미련 없이 밑단을 찢었다. 까만 천이 흙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치마츠는 그걸 보자 웃었다. 쓰고 있던 머리 수건도 벗어 땀에 젖은 머리와 얼굴을 닦고는 그 위에 던졌다. 통쾌했다.

자신에게 시험을 준 신을 한 대 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신이 있다면 말이지. 이치마츠는 어제 태워버린 성경이 기억났다. 어제는 뭔가 무서웠다. 벌을 받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목숨을 앗아가는 벌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신은 정말 없는 것인지 그에게 아무런 행동도 가하지 않았다. 멀쩡하게 눈을 뜬 아침에. 이제는 믿을 건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 두 다리로. 내 의지로 이곳을 벗어난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바닥에 깔린 낙엽과 나뭇가지들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버석. 자신이 처음으로 뭔가를, 생명이 없는 것이라도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신기해 이치마츠는 발에 힘을 싣고 산을 올랐다. 버석. 버석. 자신의 울음소리와 닮아있었다. 고통에 나오는 비명을 이빨을 꽉 물고 참아내는 끅끅이는 소리와 같았다. 버석. 버석. 이치마츠는 한없이 올랐다. 자신을 괴롭힌 동기들도 내일이면 전국의 성당으로 퍼져 있는 지도 모를 유일신을 찬양하며, 자신의 과오를 잊고 살 것이다. 멍청하게.

“히힉.히히히힉”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웃음소리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숨을 쉬는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즐겁나요?”

“…딱히.”

누군가의 질문이 들려왔다. 이치마츠는 그제야 자신이 웃고 있는 것을 깨닫고 뚝 웃음을 그치고는 대답했다. 그 질문이 어디서 왔는지는 조금 더 걷고 나서야 떠올랐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봤지만 조용했다. 이치마츠는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났다. 신인가.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불안함과 동시에. 쾌감이 느껴졌다.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쾌감.

“누구야.”

존댓말도 필요 없다. 나는 믿지 않는다. 자신의 눈앞에서 하얀 날개를 달고 나타난다고 해도.


“나의 여신님.”

이치마츠는 이 호칭이 너무 싫었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와서 기도문의 시작을 이렇게 하는 꼴이 보기 싫었다. 모두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이다. 이 엉망진창인 되도 않는 기도문을 읽을 수 있는 건 엉망인 인생을 살아온 자신뿐이다.


하얀 날개를 단 여신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어두웠던 산 전체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밝아지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로, 빛에 잠식될 정도였다. 이치마츠는 본능적으로 팔로 눈을 가렸다. 작게 뜬 눈으로 겨우 보이는 존재는 자신이 성경에서 죽도록 읽었던 묘사와는 전혀 달랐다. 굳이 따지자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천사정도가 아닐까. 이치마츠는 경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다시 질문을 날렸다.

“…누구야.”

“당신이 그토록 믿지 않았던 존재요.”

차분히 대답을 하는 목소리는 끝에 울림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 대답에 이치마츠는 자신의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지옥이 어떻다고 했더라. 최근에는 전혀 수업을 듣지 않아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단지 어릴 때 그림으로만 봤던 징그러운 것들이 가득 차 있고 뜨겁다는 느낌만 뇌리에 남아 있었다. 조금 있으면 가게 될 터이니 더 생각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치마츠는 한 번 생각하자 자꾸 떠오르는 기억에 자신도 모르게 겁을 먹기 시작했다.

“후후.”

그런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웃음소리가 울렸다. 이치마츠는 미간을 찌푸렸다.

“걱정 마요, 그런 곳에 보내려고 온 건 아니니.”

“…그걸, 어떻게 믿어.” 이치마츠는 이빨을 뿌득 갈며 낮게 중얼거렸다. 웃음소리는 더 커졌다. 그리고는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던 것이 차즘 줄어들었다. 이치마츠는 얼굴을 가렸던 팔을 내렸다. 그리고 마주한 것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신은 어떤 모습이라고 했던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했던가. 아니면 보는 사람에 의해 바뀌어 진다고 했던가.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신앙심이 있는 사람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들었다. 이치마츠 자신은 이미 신앙심을 버린 지 오래였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아니었나보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치마츠.”

여신은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 아름다움에 이치마츠는 넋을 놓았다가 그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기다려? 날? 왜?”

멍한 목소리에 여신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아이처럼 웃음이 많은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어두워서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기를 이치마츠는 바랐다.

“지금 제가 당신이 가장 바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과 같은 이유로.”

신은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한 게 아니었다.

신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


“부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치마츠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뭔가 올라오는 감정을 삼켰다. 이렇게 동상을 잡고 눈만 감으면 그 모든 모습이 어제 본 것 마냥 아른거렸다.


그 중에서 그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은 언젠가 부터 날이 갈수록 옅어져 가는 그의 모습이었다. 시기가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와 장난처럼 손을 잡았던 순간부터였는지, 아니면 더 들어가 입을 맞추었던, 더 들어가 그 하얀 옷 밑에 있는 두 다리 사이로 이치마츠의 손이 침범하면서 부터였는지. 아니면. 같이 살던 성당 안, 자신의 밑에서 교성을 질렀던 여신의 모습에 미친 듯이 관계만을 했던 이후였는지.

옅어져가는 여신을 외면하는 척 이치마츠는 그 행위에만 집중했었다. 그럴 때만이 그를 오롯이 가진 것만큼의 착각이 들었다. 그 행위가 그를 더 멀리 하는 것을 알면서도. 여신은 그에게 항상 하는 잔소리도, 정신을 차리라며 물을 뿌리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의 모든 행동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가 거부하던 날 이치마츠는 깨달았다. 이게 마지막임을.

여신은 윤회의 굴레처럼 자신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인간과 사랑을 나눈 죗값을 치루는 거겠지. 자신의 몫까지. 이치마츠는 여신의 손을 꼭 잡았다. 항상 따듯했던 손이 차갑게 느껴져 더 안쓰러워 세게 잡았다. 여신은 힘겨운 표정이었지만 억지로 입 꼬리를 올려 웃어보았다.

“여기서 나를 기다려 줘요.”

떨리는 목소리에 이치마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지 않고는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응.”

“그 때는 날 의심하지 말고.”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혹여 울까 농담을 하는 말에 이치마츠는 최대한 웃어보였다.

“절대 안 해. 그런 거.”

“응.”

“기다릴…테니까.”

자신의 말에 조용히 끄덕인 여신은 빛과 함께 점차 사라졌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치마츠는 그와 함께 지냈던 작은 성당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다. 꽤 오랫동안.


“돌아와.”

이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마을 사람들의 얘기처럼 내가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 약속을 지킬 뿐이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온도로 조금은 따뜻해진 동상의 한 번 세게 쥐고는 천천히 놓았다. 그리고 재단 옆에 놓인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깊게 빨아들이고, 자신의 안에 들어왔다 다시 나오는 연기를 동상에게 내뱉었다.


작은 마을의 작은 성당에는 수녀가 한 명 있다. 그 수녀는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린다.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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