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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토도] 올곧고 멍청한 이의 전언





오전 일곱 시.

마츠노 카라마츠는 눈을 떴다. 시계의 알람을 맞춘 것도 아닌 데, 항상 이 시간에 일어난다. 이르다고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늦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그의 속죄중 하나다. 부스스하게 일어나 항상 오전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는 형제들을 내려다봤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 무리에 끼였던 그였지만 이제는 그 무리에 낄 수 없다. 자신의 손을 잡은 채로 자신의 쪽으로 몸을 돌려서 자는 토도마츠 덕분이다.

아니. 그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의 이 모든 죄의 원인은 토도마츠였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손 보다 조금 더 작고 부드러운 손을 조심스레 놓았다. 우응. 이라며 투정이라도 부리는 잠투정이 들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금까지의 촉감이 남은 손은 쥐었다 폈다. 멍하니 내려다봤다. 살면서 셀 수 없이 봐왔기에 도리어 이 행위가 어색할 정도로 익숙한 손이다. 그리고 그 손에 묻어난 죄악감을 마주했다. 우선 손을 씻어야겠다. 카라마츠는 형제들을 깨우지 않게 조심스레 일어났다. 자신의 옆에 자는 이치마츠는 잠귀가 밝은 탓에 깼는지, 자신에게 등을 돌려 누웠다.

“미안. 이치마츠.”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사과를 한 후 카라마츠는 이불을 벗어나 토도마츠의 머리맡에 앉았다. 자면서 뒤척였는지 꽤 귀엽게 삐진 머리를 정리해주려 손을 뻗다 그만 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맡에 놓여있는 담배곽과 라이터를 쥐었다. 죄를 지으려면 차라리 합법적인 것이 나았다. 적어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말이다. 조심스레 침실의 문을 열고, 소리 없이 닫았다. 조금은 서늘한 복도였지만 걸칠 웃옷을 입으러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들어간다면 자신의 속죄기간은 더 늘어날 게 뻔했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낡은 목조 건물은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그의 아침을 반겼다. 그 소리가 반갑지는 않았다. 일층의 복도도 추웠다. 카라마츠는 곧바로 게다를 신고 밖을 나가려다 문득 자신의 손을 봤다.

손을 씻어야한다.

의무감에 신던 게다를 벗고 몸을 돌려 복도로 향했다. 부엌과 가까운 세면대에 다다르자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어머니가 식사를 만들고 있었다. 음식은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그것도 여섯 명의 장정과 두 명의 중년이 먹을 양이면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닿겠지. 자신은 그것을 다 알면서도 외면한 채 원래 어미가 해야 하는 일인양, 그 가늘고 늙은 손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내놓는 음식이 당연한 것인양 앉아서 받아먹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헛구역질이 났다.

손을 씻어야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게 전부다.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이 손에 닿았다. 손등이 쓰라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깔끔히 손을 씻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손가락 마디사이도, 손등도, 손바닥도. 그리고 막내 동생의 안을 휘저었던 손가락들도 깨끗하게. 익숙한 위치에 있는 비누를 손에 쥐었다. 거품을 냈다. 손등이 더 쓰리기 시작했다 . 상처를 갈라내고 소금물을 끼얹는 감각과 흡사했지만 카라마츠는 상관하지 않았다. 비누를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옆으로 토도마츠가 혼자 쓰는 딸기향의 손세척제가 보였다.

“으욱.”

결국 카라마츠는 깔끔하게 씻은 손이 아깝게 변기를 쥐어 싸매야만 했다.


걱정스러운 어머니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인 후, 카라마츠는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이 얼굴을 감쌌다. 집 앞에 있는 나무 의자를 외면하고는 반대쪽에 있는 정원이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작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칙. 담뱃불을 붙였다. 세게 빨아들이고, 내뱉었다. 멍한 머리에 연기가 끼자 이제는 자신이 뭔 지도 모를 정도였다.

최근 한 달 동안 카라마츠는 이런 상태였다. 멋으로만 들고 다니고, 가끔 형제들이 몰래 가져가도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였던 담배는 이제 그의 아침을 함께 했다. 아직은 어설퍼 연기를 들이마시면 기침이 나오고는 하지만, 가끔은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뭔가. 그래야만 했다.

오른손에 자리 잡은 붉은 습진을 봤다. 손을 자주 씻기 시작하면서 어느 샌가 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걱정을 하며 쥐어준 핸드크림이 아마 집의 쓰레기통 안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싫은 게 아니다. 자신에게 분명 도움이 되겠지. 의지가 될 것이고,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 새 뚜껑을 열지도 않은 채로 쓰레기통에 던졌다. 쓰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치 그와 토도마츠의 관계와 같다.

한 달 전. 술에 만취한 자신이 다음날 토도마츠와 함께 러브호텔에서 나왔다. 술을 먹으면 기억을 다 잊어버리는 편한 술버릇이 없는 그로써는 그의 모든 행동이 기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줍게 자신의 손을 잡았다 놓는 토도마츠도 그랬을 것이다. 그를 안으면서 느꼈던 쾌락이나 듣기 좋았던 신음소리, 뜨거운 온도들이 온 몸에 묻어나오는 듯 기억이 났다. 묻어나올 듯. 너무나도 명확해서 겁이 났다.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으면 토도마츠와의 밤이 그 누군가의 손에 묻어나올 것이다.

그에게 형제 이상의 감정을 느낀 건지 뭔지. 자신은 알 수 없었다. 언제부터라는 그 태평한 질문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형제를 사랑했다. 그리고 섹스를 했다. 그 자체만으로 자신은 무서웠다. 두려웠다. 자신의 추잡한 욕망과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단어가 아까울 정도의 감정이 한마디로 그래 좆같았다.

카라마츠는 다 핀 담배꽁초를 나무의자 밑에 있는 재떨이용으로 쓰는 낡은 캔에 비벼 불을 끄고는 넣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나무의자를 보며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로 자욱한 시야를 뚫고, 그 의자에 앉아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토도마츠가 보였다. 그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사랑스러웠고, 귀여웠고, 그의 온 몸을 으스러뜨리고 싶을 정도로 껴안고 싶었고, 그 얇은 몸에 자신의 모든 것들을 쏟아 넣고 싶었고, 그의 안에 쑤셔 박고 싶었다. 그의 수줍은 사랑한다는 말에 나도 라는 짧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할 수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모든 욕망을 삼키고, 가족들에게 보이기 좋게 착한 형인 척 웃어 보이며 뒤로는 그를 탐하고는 미친 듯이 손을 씻는 것이 전부였다.

카라마츠는 올곧다. 솔직히 올곧다는 말을 논하자면 셋 째인 쵸로마츠를 손꼽겠지만, 그는 조금 다르다. 적어도 자신의 욕망과 올곧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짓은 하지 않고, 욕망을 택한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거기서 고민하지 않고 그 반대를 고른다.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자신만의 기준에서 자신이 올곧다고 생각하는 길로만 걸어왔다. 그리고 설사 그것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모두 자신이 껴안고 다시 기준을 고쳐갔다.

그래서 그는 지금 이 고민이 너무 힘들다.


자신의 기준을 다 뒤엎을 정도로 욕망이, 사랑이 너무 커서.

자신의 역겨운 부분만을 숨기기 급급한 채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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