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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쵸로] 관계

쵸로른 전력



토도마츠는 꽤 인간관계에 신경 쓰는 편이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로 자신의 평판이 정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기준을 어느 정도 도달한 사람만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돈이 많은 친구라던가, 성격이 좋은 친구, 귀여운 여자인 친구 같은 사람들. 그들과 라인을 하고, 약속을 잡아 같이 놀면서 보라는 듯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래 보라는 듯. 남의 시선을 유난히 신경쓰는 그 사람에게 좋은 평판을 받기 위해서.


그 보라는 상대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지만.


“그럼 갔다 올게.”

“어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있는 방에서 조용히 나가도 될 법 하지만 토도마츠는 굳이 갔다 온다는 인사를 꺼냈다. 알아봐주기라도 하라는 듯. 그러자 그런 그의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유난히 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오소마츠였다. 그가 원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오소마츠에게 잘 휘둘리는 사람이니까. 토도마츠는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바둑동호회.”

“뭐야. 다닌다는 말 들은 적 없는데,”

“말 안했으니까.”


너무하네-. 역시 드라이. 라는 오소마츠의 투덜거림에 토도마츠는 힐끗 쵸로마츠를 봤다. 자신의 말에는 별 반응도 없더니, 오소마츠가 투덜거리자 슬그머니 읽던 책을 덮는다.


‘짜증나네.’


항상 그런 식이다. 자신과 쵸로마츠가 사귄 지는 한 달이 넘어간다. 여러 사람의 말로는 꽤 즐거울 시기라고 하건만 그와의 관계는 자신이 고백을 하기 전과 똑같다. 자신이 이렇게 관심을 달라는 행동을 하지만 그것도 잘 응해주지 않다가 다른 형제가 시작하면 거기에 흐름을 타는 듯이 얘기를 하고는 한다. 토도마츠는 동호회에 가지 못 하겠다는 라인을 찍어 보냈다. 간다면 갈 수는 있지만, 이렇게라도 연인의 관심을 받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관계는 노력을 동반한다. 토도마츠는 수많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호감이 없는 상대에게는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니 어쩔 수 없다. 쵸로마츠가 자신에게 호감이 없는 건 대충 알고 있다. 짜증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에게 작은 관심으로 인한 사소한 질문같은 거라도 받기 위해서 자신은 이렇게라도 해야 되는 거다. 어쩔 수 없어. 이렇게 나는.


“…언제부터 다녔는데?”

“상관없잖아?”


진작 물어보던가. 매 주 토요일. 쵸로마츠가 할로워크를 가지 않는 날을 굳이 골라서 가곤 했는데. 나갈 때마다, 어디 가냐는 둥, 뭘 하냐는 둥, 왜 매 주 같은 시간에 나가냐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근데 이제 와서. 그것도 눈치도 하나도 없는 오소마츠가 눈치를 채고 말하니까. 오소마츠의 말이라서 반응한 건가싶어서 머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둘의 관계가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유난히 좋은 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자신의 고백을 받아줬으면, 적어도 이런 행동은 자제해야 되는 거 아냐?


쵸로마츠의 작은 질문에 토도마츠는 차갑게 대답했다. 차갑네 차가워-. 드라이-. 하는 오소마츠의 말에는 보라는 듯이 애교있게 대답했다. 볼 생각도 없겠지만. 이렇게까지 유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근 한 달 동안의 혼자서 하는 연애는 자신을 비겁하고 유치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 모르겠다 진짜.


토도마츠는 관계에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자기가 우위인 관계가 유지가 쉬웠다. 그래서 이런, 자신이 훨씬 더 호감을 갖는 상황에서, 그리고 남이 자신에게 이렇게 호감이 없는 관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랑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까지 호감을 얻지 않는 경우는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더 유지하지 않았다. 토도마츠에게 있어 인간관계는 쵸로마츠에게 자신이 이렇게 평판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과시하기 위함이었으니까. 아무리 돈이 많고, 성격이 좋고 귀여워도, 자신이 구걸하면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관계도 뭣도 아니다.


그래. 자신과 쵸로마츠는 연인도 관계도 뭣도 아닐 수도 있다.


근 한 달 동안 외면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토도마츠는 포기할 수 없었다. 관계가 아니더라도 뭐라도 자신은 그와 연결되어 있고 싶었다. 겉으로만 친구인 연락처들로 그에게 자신의 평판을 자랑했으니, 그에게도 그냥 겉으로만 이라도 연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 그랬었다. 아마 지금도 그럴 거다. 하지만. 이왕이면. 고백을 받아줬으면 기본적인 예의로라도 뭔가 해주어야 되는 게 아닌가?


“근데 동호회 가서 뭐하는 데? 바둑 좋아해? 너?”

“그냥 뭐.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친구 누구?”

“그냥. 어쩌다 만난 사람.”


오소마츠의 따지는 듯 한 질문에 토도마츠는 가볍게 대답했다. 친구의 소개도 뭣도 아닌 그냥 자신이 원한 가입이었다. 쵸로마츠가 어릴 때 바둑을 했던 사진을 우연히 앨범에서 봤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지금처럼 차분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유난히 아버지와 바둑을 함께 둔 사진이 많았다. 그냥 그 집중하는 어린 표정이 좋았다. 그래서 바둑을 좀 두게 되면 같이 해보자는 말이라도 꺼내보려고 했다. 그래. 토도마츠의 모든 행동의 이유는 쵸로마츠였다. 당사자는 전혀 모르겠지만. 오소마츠의 재촉으로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쵸로마츠는 읽던 책을 무릎위에 올려놓은 채로 손만 꿈지럭대고 있었다. 왼쪽에 있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느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뭐 취직에 관한 책이 아닐까.


쵸로마츠의 모든 관심사는 그 쪽일 테니까. 평일에는 항상 할로워크에 출근 도장을 찍고, 주말에는 집에서 쉬면서, 할로워크에서 들었던 조언들로 이력서를 수정하고, 관련된 책을 읽고, 가끔 형제들에게 구직을 하라는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생각할수록 그의 안에 자신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 그렇겠지. 그럼 이래도 그럴 거야?


“어쩌다? 뭐야 그게.”

“그냥 친구의 친구야.”

“그럼 그 친구는 어디서 만났어?”

“음…. 기억이 안 나는데.”


생각을 하는 척 왼손을 주먹 쥐어 턱에 대면서, 오른손을 옮겨, 여전히 꼬물대는 쵸로마츠의 손을 잡았다. 온 몸이 흠칫하는 게 옆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래 어디까지 신경을 끄나 보자고.


“뭐냐-. 거기 여자 많아? 귀여운 애들 있어?”

“뭐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꾸준히 가는 이유가 있네. 마음에 드는 애라도 있는 거 아냐?”


낄낄대면서 아저씨 같은 말을 오소마츠에게 픽 웃었다. 조금 떨고 있는 쵸로마츠의 손등에 피아노를 치듯 톡톡 두드렸다.


“거긴 아닌데-.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어.”


자신의 말에 쵸로마츠의 몸이 다시 흠칫했다. 알고는 있네. 알고 있으면서 더 그러는 게 나쁜 거야 알아?


“그래? 누군데? 귀여워?”

“응. 귀여워.”

“어떤 타입? 애교많은 타입? 아 너 그러고 보니 작고 귀여운 여자 좋아했지.”

“아, 응. 작진 않은데, 귀여워. 열심히 하는 게 귀엽거든.”


쵸로마츠의 손이 더 떨리는 게 느껴졌다. 토도마츠는 힐끗 쵸로마츠를 봤다. 푹 숙인 고개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귀마저도 빨개져 있었다. 어릴 때 치비타를 놀렸던 때가 기억이 났다. 그 때는 그냥 벌레의 다리를 떼는 것 같이 그냥 본능적인 쾌감이 느껴졌다면, 지금은 좀. 아 그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걸 알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 그 자체를 나는. 쵸로마츠가 자신과의 관계가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게 좋았다. 귀여웠다. 그리고 다혈질인 성질을 참지 못해 자신이 조금만 더 선을 넘으면.


“아-. 사진 보여줄까?”

“…토도마츠!!!”


자신의 말에 크게 소리를 치며 벌떡 일어나는 쵸로마츠를 토도마츠는 웃으며 올려다봤다.


“왜 그래? 쵸로마츠 형.”

“너,너…. 나랑 갈 곳 있잖아.”

“응? 어디?”


서툰 거짓말로 자신을 꺼내려는 속셈 같은데. 토도마츠는 괜히 눈치를 못 챈 척 고개를 갸웃했다. 쵸로마츠가 자신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는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안아버릴 만큼 진지했다. 더듬거리는 말마저도.


“있잖아. 그. 거기.”

“아-. 음-.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답답하다는 듯 다시 소리를 치는 쵸로마츠의 손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그 손을 다시 놓았다가, 깍지를 꼈다.


“어디?”

“아, 아무튼 나와!”


자신이 이렇게 손을 잡아도 괜찮은 지, 쵸로마츠는 자신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해야 반응을 보이는 그가 괘씸하기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신은 계속 이런 유치하고 추접한 행동을 해야겠지. 토도마츠는 짜증 때문에 답답했던 가슴도 아팠던 머리도 잊은 지 오래였다. 보이는 동그란 뒤통수가 잡은 얇은 손이, 초록색 후드가 그냥 좋았다. 토도마츠는 노래하듯 입을 열었다. 그에게 처음으로 하는 질문이었다.


“근데 형 우리 어디가?”

“몰라!!”


투정같은 대답을 하는 그에게 끌려 토도마츠는 집에서 밖으로 나왔다. 햇빛에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봤다. 날씨 좋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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