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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토도] 미련




아츠시는 담배를 물었다. 칙하고 라이터의 불을 켰다. 불이 잘 붙지 않아 몇 번이고 볼품없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옆에 누워있는 인영이 꾸물거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 움직임이 느껴지는 이불을 쥔 채로 아츠시는 다시 불을 켰다. 겨우 불이 붙은 담배를 쭉 들이켰다. 매캐한 연기가 눈앞을 흐렸다. 연기가 눈에 들어올까 눈을 가늘게 떴다. 몇 번 연기를 삼키자 참지 못한 목이 결국 기침을 내뱉었다. 콜록이는 소리에 옆에 누워있던 인영이 일어났다.

넌 몸도 안 좋은데 왜 이런 걸 해. 하고 익숙하게 자신의 손에 쥔 담배를 가져갈 것만 같았다. 자신의 입이 닿았던 필터를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입에 물고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연기를 쭉 빨고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후하고 연기를 내뱉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콜록이는 자신을 비웃듯이 낄낄거리다가…. 그만두자.

아츠시는 가늘게 뜬 눈으로 힐끗 봤다. 어두운 방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낮은 목소리로 욕지기를 내뱉은 인영은 방에 붙어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솨하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야 아츠시는 언제부터인가 온 몸에 힘을 주고 있던 걸 빼고는 담배를 침대 옆 탁자의 재떨이에 비벼 껐다. 바닥에 널려있는 자신의 셔츠를 주워 입었다. 찝찝한 몸은 샤워를 원하고 있었지만, 그가 샤워를 하는 동안 자신은 나가야한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야하는 것 즈음은 알고 있다.

토도마츠와 이런 관계가 된 건 그와 헤어지고 2주가 된 일요일부터였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는 회사의 회식이란 회식은 다 참여했다. 평소에는 사람과 어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는 억지로 그랬다. 자신의 부서가 아닌 회식에도, 굳이 자신이 나가지 않아도 되는 접대에도 꼬박꼬박 나갔다. 그리고 그 날은 수많은 회식으로 결국 몸살이 나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누워서 끙끙거리고 있던 새벽이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 낮까지 이어진 회식에 남은 토요일을 통째로 잠으로 날려버린 탓에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는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다. 온 몸이 아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아니 눈물은 거의 매일 났다. 청승맞지.

그 청승맞은 밤을 더 볼품없게 만드는 전화를 받고 아츠시는 아팠던 몸이 미친 환상을 불러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도마츠의 목소리였고, 자신과 만나고 싶다는 얘기였다. 옛 연인의 밤에 온 전화는 욕망의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츠시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뛰어나갔다. 예상대로 토도마츠는 꽤 취해있었고, 자신을 이끌고 근처 러브호텔에 들어가 연애할 때는 그렇게도 좋아하지 않았던 자신이 주도하는 섹스를 하고서는 아무런 말없이 욕실에 들어갔다. 아츠시는 몸살 기운에 혹여 자신이 그에게 어떤 이상한 말이라도 할까싶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가 욕실에서 나오는 것도 보지 못한 채로 몽롱함에 잠이 들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는 싸구려 침대의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깼고, 지끈거리는 머리와 함께 더 지끈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쓸데없이 남은 핸드폰의 착신흔적을 지우며 잊으려했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이고 다시 전화를 할까라는 추잡한 생각을 한 건 당연하고.

토도마츠는 그 날 이후로 가끔 술에 취해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하면 간단한 인삿말 정도도 없었다. 잘 지냈냐던가, 안녕이라던가 여보세요라던가, 적어도

이름정도는 불러줄 수 있을 텐데.

왜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왜. 연애 때에는 그와의 섹스에서 정서적 만족감을 제외하면 딱히 좋지 않았다. 토도마츠는 섹스에 서툴렀고, 아츠시는 짙은 키스보다는 가벼운 입맞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좋아하던 시절에도 섹스를 한 적은 손에 꼽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제는 얻을 것도 없는 행위를. 묵묵히. 그는.

아츠시는 그와 연애를 할 때 그에 대해서 감히 그의 부모보다도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그냥 지나가는 행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도 그를 더 모른다고 자부할 수 있다. 연애는 처음이라면서 굳이 따지자면 꽤 상급의 방식으로 섹스파트너를 만드는 지금이라던가, 잘 웃던 표정은 사실 만들어낸 얼굴이고 웃지 않는 얼굴은 생각보다 무겁다던가. 그런 것들.

적어도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정도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아츠시는 셔츠를 반듯이 입었다. 아직도 욕실에는 물소리가 들렸다. 탁자에 놓인 시계를 찼다. 토도마츠는 방에 들어서면 꽤 급하게 달려드는 편이었지만 꼭 아츠시의 시계를 풀었다. 옷을 다 입은 채로 할 때도 꼭 그의 시계를 풀고는 했다. 왜냐면 토도마츠의 손에도 같은 시계가 달려있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남은 미련마저도 빨리 떨쳐내라는 소리인지, 그와의 연애를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말을 걸지 말라는 의도는 아츠시는 잘 알고 있었다. 천천히 옷을 다 챙겨 입은 아츠시는 욕실 문 앞에 섰다. 물소리는 아직도 들렸다.

사람의 몸을 때리는 소리가 아닌 바닥으로 향하는 소리에 아츠시는 토도마츠는 사실 자신이 만들어 낸 환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그는 뭘 하고 있을까. 나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혼자 술을 먹는 걸 싫어할 텐데 나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혼자 술을 먹고 있진 않을까. 그렇다면 그 옆에서 같이만 있어주고 싶은데. 말을 걸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같이 있고 싶었다.

물소리에 섞인 토도마츠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그게 후회의 울음인지, 아니면 한심함인지 아니면 지금 나와 같은.

그런.

구질구질한 건지.

그리고 그에게 이걸 물어본다면 이 행위마저 없어진다. 뭔가 남아있지만 그걸 말하는 순간 추잡한 현실을 마주하고 모든 걸 포기하게 되는. 아츠시는 욕실 문 앞에서 몇 번이고 문을 두드리려 손을 들었다가 포기하고는 조용히 그의 이름을 말하고는 방을 나섰다.


방에는 물소리와 함께 울부짖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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