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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토도] 9

아이돌막내



“수고하셨습니다~.”

스튜디오에서 토도마츠의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지만 그의 말을 받아주는 사람이라고는 급하게 뛰어와 그에게 물을 내미는 매니저뿐이다. 토도마츠는 이 큰 공간에서 유일한 조력자에게 보라는 듯 더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다정함을. 매니저는 삐걱거리며 그의 인사를 받고는 주위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며 토도마츠를 밖으로 안내했다. 토도마츠의 인사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자들이 매니저의 인사에는 살갑게 받아주는 게 더 토도마츠의 심기를 긁었다.

“차, 어디 있어?”

스튜디오 밖을 나오자마자 토도마츠는 물병을 매니저에게 던졌다. 다정한 말을 삐걱거리며 받던 매니저는 그제야 익숙하게 그 물병을 받으며 차가 있는 곳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미리 앞에 준비해두라니까. 바보같이.”

토도마츠는 주위를 둘러보다 바닥에 침을 퉤하고 뱉었다. 담배라도 물고 싶어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쓸데없이 딱 들러붙는 핑크색의 바지는 무대용이라는 걸 과시라도 하듯, 그런 실용적인 것 따위는 달고 있지 않았다. 실용적일 수록 보기에는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런 하찮은 바지도 알고 있는 것이다.

“더워, 짜증나.”

토도마츠는 오늘 두 번째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꺼냈다. 처음은 당연히 매니저에게 바보를 운운한 말이다. 고작 몇 분 있었다고 흘린 땀에 절어 볼품없는 앞머리를 손으로 넘겼다. 7월의 날씨는 찌는 듯이 더웠다. 어제 밤부터 이어진 촬영을 한 스튜디오는 추울 정도로 시원했지만, 토도마츠는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이 찌는 듯한 더위를 버티며 땀을 흘리는 게 나았다.

자신과 함께 광고를 찍었던 아이돌은 데뷔를 하자마자 굉장한 인기로 눈에 띈 대형기획사 소속이었다. 애초에 오늘 촬영했던 전자기기 사업으로 꽤 유명한 대기업 아츠시의 자회사로, 광고목적의 유명 배우나 모델을 키우는 게 목적이었기에, 아이돌이 데뷔한다는 말에 아이돌이 그렇게 쉬워 보이냐며 형들과 함께 비웃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다시 비웃듯이 그 아이돌은 최근 많은 인원수가 대세인 아이돌 판을 다시 솔로 아이돌로 뒤집을 만큼 업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게 되었다. 데뷔 4년 차이지만 여전히 어중간한 위치로 이름을 말하면 아 그 육둥이? 정도까지만 알지만 세세한 이름도 구분이 되지 않아 같은 팀인 오소마츠와 종종 헷갈리는 아이돌 토도마츠가 그와 함께 광고를 찍는 이유도 모를 정도로.

토도마츠는 육둥이로, 그 눈에 띄기에 특화된 걸 이용해서 데뷔를 했었다. 아이돌에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남의 시선을 끄는 것에는 관심이 있었던 그는 작은 기획사의 계약서에 냉큼 도장을 찍어버렸었다. 그리고 뭐, 그의 인생이 그랬듯이 육둥이라는 걸 제외하면 흐지부지한 아이돌이 되어버린 거다.

끼익.

자신의 앞에 선 차를 봤다. 일부러 여섯 명이 함께 스케줄을 할 때 쓰는 큰 밴을 가져오라고 매니저에게 말했다. 하지만 스튜디오 바로 옆, 가장 가까운 자리에 주차되어있는 밴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낡아 털털거리기까지 하며, 형들이 쓸데없이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은-물론 거기서 토도마츠도 합류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지저분한 은회색 밴은 차색으로는 잘 쓰지 않는 아츠시기업 특유의 짙은 남색으로 뒤덮인 광나는 최신 밴과는 사뭇 달랐다.

토도마츠는 힐끗 다시 밴을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매니저가 열어둔 밴 안으로 들어갔다.

“더워. 에어컨 켠 거 맞아?”

짜증스러운 질문에 매니저는 멍청하게 아니요. 라고 했다. 토도마츠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빨리 켜. 문 닫고. 라고 말했다.

쾅하고 문이 닫혔다. 토도마츠는 큰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더 열내봤자 좋을 건 없다. 더 더워질 거고, 좀 있으면 대형기획사의 아이돌을 취재하러올 기자들이 올 터이기에, 그만 두었다. 자신의 그 다음 스케줄은 귀가였다. 인터뷰라던가, 기자회견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밤새 일을 했으니, 푹 쉬라는 아주 실용적인 스케줄이다.

그리고 실용적이라는 건, 반대로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다는 소리고. 아이돌로써는 최악이지.

매니저가 헐레벌떡 차문을 열고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토도마츠와 함께한 지 4년. 조금이라도 더 꾸물거렸다간 토도마츠가 화를 낼 걸 알고 있다.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과는 전혀 다르게 차의 시동은 잘 걸리지 않았다. 토도마츠가 입사하기 전 부터 사용했던 오래된 밴은 더위에 기력을 잃은 듯, 몇 번이나 시동을 걸어 봐도, 픽하고 꺼지기만 했다. 토도마츠는 매니저가 준비한 얼음물에 싸 놓은 손수건을 얼굴에 덮었다. 이런 일은 자주 있었다. 하지만 뭐 금방 다시 시동이 걸릴 거다. 단지 기자들이 이걸 보지 않았으면 하는데.

방금까지 있었던 스튜디오는 지방의 컨테이너였지만 꽤 크기가 컸다. 그래서 네 개의 문이 있었는데, 토도마츠가 나온 쪽의 문은 관계자들만 들락거릴 수 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변수는 있었다. 예를 들어 관계자가 아는 기자라던가, 그리고 그런 기자일수록 큰 기업의 기자니, 그들에게 이런 모습을 눈에 띄어봤자….

“저…저기, 토도마츠씨.”

“왜.”

“안 되는 것 같은데요. 택시라도 부를까요? 출장서비스는 오래 걸릴 것 같은데.”

토도마츠는 열이 받쳤다. 그렇지만 더 열을 내봤자 이런 게 고쳐지지도 않지. 밤을 새서 피곤한데다, 자신의 말을 하나도 받아주지 않던 빌어먹을 후배 때문에 화를 낼 체력도 없었다. 토도마츠는 의자를 젖히며 대답했다.

“그래.”

“네, 네!”

매니저는 멍하게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들어 택시를 불렀다. 전화 같은 건 나가서 해도 될 텐데. 토도마츠는 얼굴을 덮던 손수건을 내려 반다나처럼 머리에 감쌌다. 차에 있는 거울을 보고는 어느 정도 꽤 귀엽네라는 생각을 하고 창문을 내렸다. 거울 옆에 있는 담배를 들어 입에 물었다. 어차피 자신이 앉은 쪽이 보이려면 스튜디오 안에서 문을 여는 수밖에 없으니까.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십 분 정도 걸린답니다.”

“알겠어.”

토도마츠는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 창밖으로 연기를 후 하고 내뱉었다. 스튜디오의 단단한 철문이 뿌옇게 보였다.

“저기.”

창 밖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매니저인가? 아닌데. 스태프인가. 토도마츠는 매니저가 앉아있을 운전석을 봤지만, 그 멍청이는 어느 샌가 잠이 들어있었다. 똑똑하고 덜 열린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토도마츠는 창을 내렸다. 뭐야.

“네.”

대외상의 목소리는 냈지만 자신의 표정이 있는 대로 구겨져있다는 것 즈음은 알 수 있었다. 연예인이 성격이 좋지 않다는 걸 당연한 상식으로 아는 사람이면 좋을 텐데.

창 밖에는 꽤나 잘생긴 미남이 웃고 있었다.

“불 빌릴 수 있을까요?”

“아, 네. 그러세요.”

토도마츠는 라이터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힐끗 그 미남을 봤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는데,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인가. 다음 스케줄이 여기인가? 밴과 비슷한 남색의 정장을 입고, 노란 넥타이까지 한 그는 꽤 키도 컸다.

“감사합니다.”

목소리도 좋고, 웃는 얼굴도 꽤 부담이 없었다. 보통 잘생기면 웃는 얼굴이 묘하게 호감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는 그렇지는 않았다. 나중에 드라마든, 노래든 조금이라도 좋은 걸 받으면 잘 살리기만 한다면, 금방 뜨겠는데. 토도마츠는 짜증났다. 그런 식으로 남을 판가름하기 좋은 게, 연예인이고 아이돌이다. 자신도 그렇게 보이겠지라는 생각에, 그리고 대충 어떻게 보일지도 안다는 것에 더 짜증이 났다.

“저기 안에는 스튜디오인가요?”

여긴 처음인가. 하긴 생긴지 얼마 안됐으니까. 소문으로는 아츠시기업에서 촬영용으로만 쓴다고는 하더라.

“네. 뭐.”

토도마츠는 십 분 뒤면 올 택시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그것 보다 좀 더 있으면 올 수리기사가 오는 꼴까지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대꾸를 더 하지 않았다.

“겉에는 이렇게 단단하고 촌스러운 색이면서 안에는 넓고 화려한 것들이 잔뜩 있다니. 이상하네요.”

시인 났네. 토도마츠는 속마음을 삼키고 담배를 필터 끝까지 빨고는 연기를 내뱉었다.

“그러게요.”

“당신이랑 비슷하네요.”

“뭐?”

“그렇잖아요. 겉으로는 딱히 유명한 편은 아니죠.”

창밖으로 자신을 빤히 보는 시선에 토도마츠는 숨이 턱하고 막혔다. 어이가 없어서 진짜. 미남은 뭐가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그래. 웃기겠지. 나도 내 꼴이 웃긴데. 열이 끌어 올랐지만, 뭔가 내뱉을 수 없었다. 그냥. 뭔가. 그 익숙한 얼굴이 뭔가. 굉장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뭐지. 유명 기자인가? 아니면. 관계자? 혼란스러워하는 토도마츠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그는 뒷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는 알아요. 토도마츠씨. 당신은 능력이 있다는 걸.”

토도마츠는 여기에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른 사람이 형제들과 매니저 빼고 있었던가? 심지어 밤새도록 일을 하던 그를 오소마츠라고 부르던 스태프도 있었는데. 뭔가. 익숙했다. 누구더라.

“아, 소개가 늦었네요.”

그는 다 핀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끄고서는 비싸 보이는 명함지갑을 꺼내 명함을 내밀었다. 토도마츠는 그걸 받았다. 그가 그걸 읽기도 전에 그는 입을 열었다.

“아츠시라고 합니다.”

“…아츠시?”

“네, 편하게 아츠시라고 불러줘요.”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아츠시 주식회사. 대표이사. 아츠시. 뒤 이름까지 읽을 여력이 없었다. 이런 사람이 나에게 왜.

“이번 촬영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 아이 잘 부탁드려요. 아 물론 광고도요. 앞으로 자주 볼 테니까.”

토도마츠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로.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대표이사의 눈에 든 것이다. 자신이. 다른 형제들을 제치고 혼자서. 앞으로 자주 본다는 말은. 토도마츠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성공이라는 게 실체로 보인다면 이 명함을 뜻하는 게 아닐까. 잡히는 손이 부들거렸다.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같은. 그런.



아츠시는 멍하니 자신의 명함을 보고 있는 토도마츠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를 떴다. 뭔가 이루었다는 달성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애초에 소속사가 아이돌을 뽑은 것부터 시작이었다. 최근 아이돌 시장이 커졌으니 거기에도 발을 맞추자는 보기 좋은 이유가 있었지만, 누가 뽑히든 상관없었다. 단지 자신의 재력이나, 훈련에 맞게, 성장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름도 헷갈리는 무명 중견 아이돌과 함께 나와도, 그만 기억하게 될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면 상관없었다.

토도마츠가 자신이 개발한, 자신이 기획한 상품을 광고하는 게 그의 최고목표치였다. 애초에 토도마츠만 그 광고에 내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그는 주목받게 되고 어째서 그런 무명아이돌이 대기업의 광고를 단독으로 맡게 되었는가 까지 거슬러 가게 되면 안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가치를 알게 해서는. 그걸로 아츠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그런 걸로 만족하지 않는다.





@dl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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