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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쵸로] 아포칼립스

ㅅ님 커미션 완성글





*ㅅ님이 신청해주신 커미션입니다.

*신청자님의 허락으로 전체공개합니다. 감사합니다! 

*공미포4000자 

*아포칼립스, 좀비물 설정입니다. 





쵸로마츠의 상태가 이상하다. 둘로 찢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쉬어야겠다며 인기척이 없는 골목 안의 안쪽, 막다른 벽에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 긴장이 풀린 몸을 눕자마자 그는. 뉴스에서나 봤던 발진과 숨을 쉬기 힘들어하는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달은 숨소리는 벽에서 좀 더 떨어진 입구에서 가방을 풀고 건널목을 확인하는 오소마츠에게 닿았다.

그 소리에 달려온 오소마츠는 설마라는 생각에 그를 추궁했다. 쵸로마츠에게서 나온 미안이라는 말에. 오소마츠는 이빨을 뿌득 갈았다.

여섯이서 도망을 치기에는 인간의 냄새를 맡는 그들이 금방 찾을 거라는 쵸로마츠의 말에 이런 결정을 했지만, 그 말이 그에게 이렇게 독이 될 줄 알았다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으리라. 아니 그 말을 했을 때부터 이미 쵸로마츠 안에서 이미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잔인하게도 그는 마지막을 오소마츠 자신과 하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 거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육둥이고,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사이니까. 이걸 늦게 눈치 챈 자신에 대한 비난과 왜 하필 그, 쵸로마츠였냐는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오소마츠는 그 작은 숨을 내쉬는 동생을 껴안고만 있었다.


쵸로마츠는 자신을 껴안은 오소마츠의 거친 숨소리나 떨리는 팔로 대충 그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역으로 오소마츠가 지금 자신과 같은 상태라면 자신도 그런 감정이겠지. 쵸로마츠는 남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게 서툰 편이다. 하지만 오소마츠의 감정만은 자신의 것 인양, 자신의 몸 인양, 공감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그 자체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쵸로마츠는 아릿한 고통과 함께 오소마츠의 감정까지 더해져 더 괴로웠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그와 둘이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 나의 마지막을 보는 것에 네가 있어서 좋았다. 이기적이지만, 나는 좋아. 네가 지금 내 곁에 있다는 게. 다른 형제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소마츠에게 안겨있어서 좋았다.

실로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이지만, 상관없다. 애초부터 잘못되었다. 그러니까. 그가 물리기 전 도쿄에서 빠져나와 길을 헤매다가 결국 숨기 좋은 아지트를 찾아 거기서 한 명씩 길을 찾아 나가는 식의 방법부터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 그렇다고 둘이라고 해도, 셋이라고 해도, 여섯이 함께 있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구의 의견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겁을 먹어 남에게 책임을 미루고 싶었던 욕심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방법이었다.

쵸로마츠는 쓸데없는 책임감으로 자신이 먼저 나섰고, 결국 그 방법의 결과물을 나타내듯이 이렇게 당해왔다. 물린 직후 곧바로 도망칠 수 있었던 건, 오소마츠가 옆에 없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쵸로마츠는 발이 빠르다. 하지만 도착지점에 혹은 자신의 바통을 받는 다음 사람이 오소마츠가 아니라면 빠르지 않다. 그를 생각하며 뛰었다. 뒤에서 쫓아오던 것들은 자신이 그들과 비슷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이내 그만두었다.

그들이 쫓아오지 않는 걸 직감하자 쵸로마츠는 우선 옷을 갈아입었다. 쓸데없이 구멍이 난 옷을 벗어 던지고는 가방에 챙겨온 여분의 옷을 입었다. 파견 나가는 한 명은 꼭 기본적인 생필품은 챙겨야한다는 토도마츠의 큰 의견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죽어도 알아서 혼자 죽으라는 의미겠지. 참 그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리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혼자 책임을 지는 자신이 어렸으면 더 어렸지. 오소마츠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 또한 그의 책임에 더해져있으니 더 할 말도 없었다. 그 이후로는 정말 정신없이 돌아왔고, 미친 듯이 의견을 냈다. 어지러워서 미간을 찌푸리고, 혹여 비틀거리는 게 눈에 띌까봐 양 다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지간히 강해보였는지, 터무니없는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오소마츠와 둘이 있는 이 꿈같은 시간에. 쵸로마츠는. 솔직히 자신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작게, 작게, 아직 자신의 품에서 숨을 고르는 동생, 아니 연인의 체온이 느껴졌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눈앞에서 동생이 죽어가고 있다. 백신이라고는 본 적도 없다. 낫는 방법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가 아는 건 단지, 증상이 어느 정도 지나면 쵸로마츠도 그들과 같아진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신도 변한 쵸로마츠에게 감염을 당하는 것. 그리고 이런 상대가 있으면. 도망을…. 오소마츠는 문득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자신의 발언이 생각났다. 아냐. 안 돼. 이건. 아니야. 아니라고. 오소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쵸로마츠를 다시 내려다봤다. 아.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는데. 나는 형이니까. 장남이니까 너에게 뭐라도. 안정을 하게 해주고. 도와줘야하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거라곤. 머리에는 그 자신의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혼란스러워서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쵸로마츠가 당장 어떻게 될 텐데 나는 할 수 있는 거라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는 것밖에 없었다. 어째서. 나는.

“괜찮아 오소마츠 형, 괜찮아.”

자기 세뇌에 가까운 말을 뱉는 그가 안쓰러울 정도다. 아프잖아. 오소마츠는 말을 삼켰다. 네가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생각하기도 싫었다. 짐작도 되지 않아.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떨리는 손을 뻗어 자신의 눈가를 닦아주는 걸로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눈치 챘다. 분명 꼴사납게 울고 있을 거다.


쵸로마츠도 울고 있었다. 그냥. 네가 안쓰러워서, 내가 죽는 게 싫어서, 내가 없는 삶을 살아갈 네가 싫어서 눈물이 나왔다.

오소마츠의 우는 모습은 꽤 오랜만이다. 맞나? 응 맞아. 쵸로마츠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눈을 부릅뜨려고 했다.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건 맥주랑 경마. 그리고 나.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쵸로마츠는 눈을 깜빡였다. 눈앞에 있는 오소마츠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아. 뭔가 몸 안에서 뭔가 퍼지는 게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게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인지, 아니면 죽음인지, 아니면. 너와 나의 이별인지 알 수 없었다. 쵸로마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총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서로 감염이 된다면 마지막을 서로 마무리하자’

오소마츠가 두 명씩 흩어질 때 했던 말이다. 언젠가 둘이서만 같이 본 영화에서 나왔던 말이다. 허접한 서부영화였는데, 그 대사가 그렇게 멋지게 보였나보다. 그 어린애 같은 말이 또 좋아서 쵸로마츠는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걸 숨기는 척을 하는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어 멍하게 있는 형제들은 오소마츠가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쵸로마츠가 왜 그렇게 웃는 지 알 수 없으리라.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못했다.

‘그래. 그러자.’

쵸로마츠는 항상 오소마츠의 말을 잘 들었다. 아니 그것은 말이 아니라 쵸로마츠에게 있어서는 일생의 방향이었다. 쓸데없는 데서 마음이 약한 오소마츠는 분명 그렇게 하지 못한다. 곧바로 총을 들고 자신의 고통을 끝내줄 결단력이 있는 건 오히려 차남인 카라마츠겠지. 정작 오소마츠의 말에 화가나 성질을 냈던 사람이지만 말이다. 사람은 겉으로는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좋은 거다. 오소마츠는 눈치가 없는 쵸로마츠가 봐도 정말 알기 쉬우니까. 그런 사랑스러운 사람이니까. 쵸로마츠는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나….”

쵸로마츠는 결정했다. 나는.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듯이 입을 여는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목소리 사이사이에 노이즈가 섞이듯이, 죽음의 신호가 울리듯이 가래가 끓는 듣기 싫은 하지만 듣고 싶은 소리가 들린다. 아. 오소마츠는 대답대신 쵸로마츠를 꽉 껴안았다. 그의 입에서 흐르는 침이 옷에 묻어도 상관없었다.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온 몸에 묻히고는 오소마츠는 연인의 이름을 대뇌었다.

“쵸로마츠. 쵸로마츠.”

“……응, 나 여기.”

“쵸로마츠. 쵸로마츠. 나 불러줘.”

“……혀.…형.”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뜨겁게 흐르는 눈물과 대조되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나는. 뭘. 아 진짜. 오소마츠는 다른 곳으로 도망간 동생들의 생사까지 생각에 미쳤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그들의 존재를 깨달은 자신이 웃겼다.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몇 시간 전만 해도, 서로 감염이 된다면 마지막을 서로 마무리하자는 웃기지도 않는 얘기를 했던, 장남이라는 리더라는 권위에 취해 미쳐있던 자신을 떠올렸다.

절대 못 한다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는 동생들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정작 나도 못 할 거면서.

쵸로마츠는 처음 자신을 부른 의도를 말하듯, 힘없는 팔로 자신을 조금 밀었다. 그제야 오소마츠는 그를 제대로 봤다.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고 온 몸에 땀이 절은 채로 그는 힘겹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 작고 옅은 목소리가 행여 사라질까 오소마츠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나…, 무,…물.”

“물?”

자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일 힘도 없는 지, 그는 눈만 깜빡이고는 시선을 골목 입구에 뒀던 가방으로 향했다. 오소마츠는 조용히 쵸로마츠를 눕혀두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가 마지막이라면 뭐든 해주고 싶었다. 그 이후의 자신은 그 때가서 생각할 것이다. 우선은. 쵸로마츠부터. 내 동생. 아니 내 연인을 위해서.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몸을 돌려, 가방으로 향하는 것을 흐린 시야로 확인 한 후, 급하게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자신은 급했을지 모르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정말 느긋한 행동이었다. 마치. 처음 감염을 당했을 때,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처럼. 자신의 열이 묻어 조금은 미지근한 총을 잡았다. 이 총을 나눠준 사람은 역시 오소마츠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이런 게 있는 편이 낫잖아. 라면서 어디선가 훔쳐온 총을 세 개 내밀었다. 그리고 그 총을 가져간 건 가끔 축제기간에 사격 게임을 하면 꽤 좋은 성과를 냈었던, 카라마츠와 자신 그리고 쥬시마츠가 가져갔다.

보호를 위해서 구해왔을 연인의 선물로. 목숨을 끊는 아이러니에 쵸로마츠는 웃음마저 나왔다. 아니. 이건 연인의 목숨을 위해서다. 이 고통이 끝나고 나면 쵸로마츠는 아마 오소마츠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짐승마냥 그에게 달려들어 지금과 같은 고통을 그에게 줄 것이다. 멍청하고 정많은 연인은 이도저도 못한 채로. 배드 엔딩을 만나게 되겠지. 그건 싫다. 쵸로마츠는 익숙하게 총을 잡았다. 오소마츠가 구해온 총은 안전장치라도 고장인지, 방아쇠를 당기면 곧바로 쏴졌다. 급할 때에는 편하겠다는 심드렁한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지금에 와서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소마츠가 가방에 도착했다. 팔로 얼굴을 닦는 게 보인다. 울지마라고 말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총구를 머리라고 생각되는 곳에 놓았다. 아. 아직 감각은 조금 남아있었다. 다행이지. 이런 거 라도. 제대로 해서. 오소마츠가 가방을 뒤지는 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럴 땐 좀 조심하고, 조용히 해야 되는 데. 내가 없으면 이제 누가 그런 걸 알려주려나.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내.

내 사랑. 형이 아닌. 내 연인. 내 사랑.

“오소…마츠.”

쵸로마츠는 마지막으로 그를 불렀다. 그 소리가 닿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온 힘을 쏟아 방아쇠를 당겼다.


“어? 쵸로마츠?”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부름에 대한 대답이라는 듯.

총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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