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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토도] 열

가을님과 연성교환 >


열.



“토도마츠 문 열어”


아츠시의 말에 토도마츠는 그에게 보이지도 않을 터인데 고개를 저었다. 온 몸에 열이 나는 듯 뜨거웠다. 열어. 다시 들리는 말은 아까와 조금 달랐다. 열어. 그리고 지금은 아까의 무미건조한 말이 다정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다. 쿵하고 문이 울렸다. 잠긴 문이 열릴까 문고리를 꼭 잡고 있었던 토도마츠가 문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들어오지 마. 무서워. 머리가 아찔해 질 만큼 열이 올라 숨이 찼다. 긴장감에 휩싸여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 아마 개중에는 두려움에 흘리는 눈물도 섞여 있었으리라. 어두운 방.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의 고열. 차가운 방바닥. 밖에는 화난 연인.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토도마츠는 자신이 만든 것임에도 그 무게감을 피하고 만 있었다. 왜냐면 나는 이렇게 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쾅.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문이 깜깜한 시야 안에서도 큰 진동을 울리며 비명을 질렀다. 토도마츠는 방 끝의 벽에 기대고 몸을 웅크렸다. 쾅. 쾅, 매 소리마다 움찔거리며 더 몸을 웅크렸다. 머리를 쥐어 싸맸다.


“아냐. 이게 아냐. 아닌데. 미안해. 미안해.”


누구에게 전하는 것인지 모를 말로 토도마츠는 떠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내가. 열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아마 아츠시도 그렇겠지. 머리가 띵하니 아팠다. 문이 지르는 소리는 분명 더 커질 텐데 토도마츠에게는 차츰 작게 들리기 시작했다. 토도마츠는 쓰러질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미안해. 아츠시군.”



아침에는 미약한 열이었다. 일어나자마자 흐릿한 시야에 자신의 상태를 깨달았다. 사실 일어나기 전만 해도 알고 있었다. 건강한 체질이지만 어제는 꽤 감기에 걸릴 만했다. 옅게 기침을 하며 그 와중에도 자신을 꼭 껴안고 있는 아츠시가 옮을까 안았던 팔을 살짝 밀쳤다. 긴장으로 어깨를 움츠렸지만 아츠시는 생각보다 쉽게 몸을 돌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레 부엌으로 나가려 덮고 있던 이불을 걷었다. 알몸인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었다. 아 그러고 보니.


몸을 숙여 자신의 상체를 봤다. 붉은 자욱이 몸에 어지럽게 남겨져 있었다. 괜히 민망해져 바닥에 널려진 자신의 잠옷을 주웠다. 아츠시는 잘 입고 자고 있을까. 라는 생각에 그를 봤지만 정말 얄밉게도 목 끝까지 잠옷을 깔끔하게 입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후하고 숨을 내쉬고는 옷을 챙겨 입었다. 나가서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마셔야지. 조금 떨리는 손으로 잠옷의 단추를 하나하나 잠궜다. 그것 때문에 고개를 좀 숙였다고 머리가 어지러워져 이마를 손으로 짚고 침대에 앉아 바지를 입었다. 부드러운 옷이 걸쳐지고 푹신한 것이 밑에 있자 그냥 눕고 싶어졌다. 토도마츠는 결국 다시 누워버렸다. 목이 타는 듯 말랐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옆의 연인에게 부탁이라도 해볼까라는 생각은 할 수 조차 없었다. 최근 그가 가장 다정할 때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자고 있을 때뿐이니까. 돌려 누운 넓은 등을 보며 토도마츠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우웅. 침대 맡에 있던 자신의 핸드폰이 울렸다. 흠칫하고는 토도마츠는 급하게 핸드폰을 집었다. 그 소리에 혹여 그가 깰까 눈치를 봤지만 듣지 못한 듯 같은 자세로 곤히 자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게. 내가 바라던 거였던가? 무서운 연인과 그를 일일이 무서워하는 내 자신? 토도마츠는 입술을 깨물고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핸드폰의 화면을 봤다. 카라마츠에게 온 라인이었다. 형제들이 전부 독립을 하고 나서는 가끔 주말의 아침에 안부문자를 보내는 그였다. 쓸데없이 다정하기는.


‘잘 지내는가? 토도마츠.’


그 짧은 문자에 토도마츠는 괜히 눈물이 났다. 얼마 만에 받는 다정한 말이지. 문득 아츠시와의 대화창을 열어보았다. 짧은 명령조의 아츠시의 라인과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귀여운 척이 잔뜩 묻어난 라인. 아무리 봐도 연인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토도마츠는 감정이 더 치솟는 느낌이 들어 카라마츠에게 괜히 심통을 부리듯 짧게 대답을 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항상 다정한 사람이니까. 마치 예전의 아츠시처럼. 토도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어리광이라도 부리듯 답장을 보냈다.


‘아파.’


솔직하게 이렇게 짧게라도 자신의 몸 상태를 말한 적이 얼마더라. 토도마츠는 어젯밤만 해도 아팠던 관계에서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아츠시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라도 너의 기분이 좋다고 말해주고 싶어. 네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잘되지 않는 게 아니라고. 그냥 잠깐 스쳐지나갈 뿐이야. 나는 거기서 항상 너를 좋다고 말해줄게. 너는 좋아. 좋아. 좋아해. 자신의 그런 위로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쨌는지 아츠시는 꽤 오랫동안 자신을 안고 있었다. 내 위로가 너에게 닿았으면. 그래서 예전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우웅. 다시 핸드폰이 울렸고 토도마츠는 똑같이 흠칫 놀랐다. 아. 무음으로 해야지. 무음. 토도마츠는 핸드폰 설정을 바꾸고 아츠시를 힐끗 봤다. 여전히 같은 자세에 또 안심을 했다. 카라마츠의 답장이었다.


‘무슨 일인가?’

‘어디가 아픈가?’

‘룸메이트는 없나? 가줄까?’

‘약은?’


그 특유의 급한 표정이 보이는 듯 한 말에 토도마츠는 살포시 웃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주며 걱정하는 사람도 잘 없다. 문득 최근에 아팠던 기억이 났다. 지금과 비슷한 가벼운 감기였다. 아츠시에게 옮기기 싫어 감기라는 말을 했었지만 그는 그렇냐는 대답도 없이 약이라도 사 먹으라는 듯 돈을 내밀 뿐이었다. 다음 날 프레젠테이션이 있다며 따로 잤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몸이 자주 아프긴 했다. 이유는. 음. 잘 모르겠다. 아츠시가 말한 것처럼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아플 이유가 없을 텐데. 그 차가운 말에 서러웠던 기억이 나 또 눈물이 맺혔다. 아 또 이러네.


‘그냥. 열이 좀 나. 괜찮아.’

‘그래? 약 챙겨먹고, 너는 열이 나면 잠을 잘 못 자는 편이지? 잠이 잘 안 오면 따뜻한 우유라도 먹고. 아직 이르니까. 푹 자라.’


그 다정한 말에 토도마츠는 결국 맺혔던 눈물을 흘렸다. 그래. 나는 그냥 이런 말을 바랬을 뿐인데. 옆의 사람이 혹여 깰까봐 숨죽여 울었다. 소리를 먹는 울음은 비참했다. 히끅히끅거리는 숨소리도 들킬까봐 얼굴을 더 감쌌다. 이불에 툭툭하고 눈물이 떨어졌다. 아 이거 들키면 또 아츠시가 뭐라고 할 텐데. 토도마츠는 그 와중에서도 그의 기분을 따지는 자신을 깨닫고 나서야 눈물이 멈췄다.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다. 단지 이런 이유로 울어버리면 아츠시군이 나쁜 사람 같으니까. 정작 나쁜 건 난데. 토도마츠는 다시 힐끗 그를 봤다. 여전히 돌리고 자는 등이 따뜻해 보였지만 이제는 가까이 할 수가 없다. 예전만 해도 가까이서 등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는 장난도 하고 툭툭 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아츠시가 변한 건 자신의 몫이 컸다. 아츠시는 원래 다정한 사람이었다. 다정하고 남을 위하고,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 토도마츠도 그래서 그에게 끌렸다. 자신이 뭘 해도 받아주고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위해 그 스스로를 희생하는 짓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토도마츠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았다. 아니 그냥 토도마츠 자체가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토도마츠는 그런 아츠시의 사랑에 기고만장해져갔다. 워낙 자기애가 강하고 주장이 강했던 그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 하고 더 큰 것을 원했다. 나만을 봐줬으면 좋겠다. 오직 나만. 나를 위해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으면 좋겠어. 라는 삐뚤어진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랑을 집착으로 밖에 쓰지 못하는 자신은 결국 그도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서 간혹 그의 질투를 유발하는 거짓말을 종종하고는 했다. 멍청했다. 정말.


‘있지. 나 카라마츠 형이랑 아직도 뽀뽀하면서 지낸다?’

‘그래? 사이가 좋네.’


자신이 카라마츠와 유난히 사이가 좋은 건 아츠시도 알고 있었다. 단지 카라마츠가 다정했기 때문이었고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어필하는 성적인 의미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토도마츠는 그의 집착을 받고 싶었고, 아츠시는 다정했기에 그런 집착을 하지 않았다. 거기서 토도마츠는 그의 사랑을 시험하고 싶어지는 정도까지 다 달았다. 토도마츠는 다름을 알지 못했다. 질투해줘. 나를 속박해줘. 조금 더 날 위해 화내줘. 그런 감정으로 토도마츠는 그에게 마치 카라마츠가 전의 애인이었던 것 마냥 말을 꾸며내곤 했다. 데이트에서는 항상 카라마츠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고, 아츠시가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척 하며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것은 줄줄 읊고는 했다. 물론 지어낸 거였고 토도마츠는 카라마츠가 뭘 좋아하는 지 하나도 모른다. 자신의 그런 태평한 거짓말에 아츠시는 조금씩 반응을 하더니 결국.


“뭐해?”


이런 간단한 말에도 자신이 움찔 놀랄 만큼 무서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츠시 또한 이런 자신이 익숙지 않은 듯 금방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눈에 보일 만큼 예민해졌다. 그 예민함이 자신을 향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 없었겠지.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고 남을 아낄 줄 알았던 그를 자괴감만 가득 찬 인간으로 내가 만들어버렸으니까.


“일어났어?”


토도마츠는 잠옷 소매로 눈을 비비고는 최대한 웃으며 그를 돌려봤다. 아츠시는 대답 없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살짝 입을 맞추었다. 토도마츠가 지금의 아츠시의 행동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인사 대신 입을 맞추는 것. 처음과 유일하게 닮아있는 부분. 그 잠깐의 달콤함에 토도마츠는 자신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그에게 넘어가는 줄도 몰랐다.


“누군데?”

“그냥-.”


그것보다 배 안 고파? 밥 먹을까? 토도마츠는 불안한 눈으로 애써 태연하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화면을 켜면 곧바로 카라마츠와의 라인이 보일 것이다. 아츠시의 카라마츠를 향한 질투는 자신이 만들었지만 너무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질투를 온 몸에 품고 있는 아츠시는 자신보다 더 힘들겠지. 내가 만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고쳐야한다. 그래서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와 최근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열이 나고 아팠던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답을 해 버린 거고. 아 이게 다 이 열 때문이야. 이 열도 사실 아츠시 때문이긴 했다. 자신이 잠옷을 입는 동안을 참지 못하고 차가운 침대에 눕혀 잠을 자게 했으니까. 유난히 그에게 말을 거는 자신이 이상했는지 아츠시는 다 알겠다는 듯 한동안 네가 조용하긴 했지? 하고 웃으며 화면을 켰다. 토도마츠는 그와 동시에 눈을 꼭 감았다.


“너 아파?”

“으응. 아니.”


예상외의 말과 자신의 이마를 감싸는 손에 토도마츠는 눈을 떴다. 그의 말에 기계적으로 대답한 부정을 삼키고 싶을 만큼 실로 오랜만에 보는 다정한 표정이었다. 어라. 아츠시의 손은 조금 차가웠다. 원래 손발이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토도마츠는 평소보다 더 차가웠다. 열이 심하긴 한가. 토도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었다. 눈을 깜빡였다. 눈을 감았다 떠도 아츠시의 표정은 여전히 다정했다. 꿈인가?


“열 있네.”

“조금? 아 근데 괜찮아.”

“너 열 있으면 못 자?”

“아니. 아니야.”


다정한 그에 토도마츠는 괜히 걱정을 끼칠까 부정만 했다. 열이 오른 것인지 오랜만에 다정한 그가 좋아서 몸이 달아오르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그를 향해서는 공포로만 뛰었던 심장이 설렘으로 뛰자 토도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래? 카라마츠는 아니라던데?”

“응?”

“이거.”


아츠시는 여전히 토도마츠의 이마에 손을 댄 채로 그의 시야에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이마에 닿은 손에 힘이 실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듯 힘을 주는 그를 보며 토도마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파. 열 때문에 지끈거리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아프다고 말해봤자 듣지 않을 것이다. 아츠시가 핸드폰을 벽으로 던졌다. 그리고 화면으로 찼던 자신의 시야에는 익숙한 아츠시의 얼굴이 보였다. 있는 힘껏 얼굴을 찌푸린 채로 뭔가를 참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가 참지 못하는 건 그 자신의 대한 자괴감과 나를 향한 집착이겠지. 불쌍한 아츠시군. 토도마츠는 곧이어 쏟아질 그의 말들을 예감하며 눈을 감았다. 아츠시의 목소리는 아침이라서인지 그의 감정으로인지 쓸데없이 갈라져있어 토도마츠는 더 미안해졌다.


“내가 왜 너에 대한 걸 카라마츠보다 더 몰라?”

“아니야.”


그 말에 토도마츠는 그 미안한 감정이 더 커졌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사랑하는데, 내가 너를 이상하게 만들어 버렸어. 내 욕심 때문에.


“왜 거짓말을 해? 이게 거짓말이 처음이기는 해?”

“아니.”


거짓말은 애초에 너를 만들 때부터가 시작이었어. 너의 지금 나를 향한 모든 감정은 사랑을 빼고는 내가 다 거짓말로 만든 거야.


“하. 그럼 예전부터 살살 거짓말을 치면서 카라마츠를 따로 만나기라도 했다는 거야?”

“아니.”


애초와 카라마츠와는 네가 상상하는 관계가 아니야. 지금 말해도 믿지 않겠지만.


“토도마츠.”

“응.”


응.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랑이 만든 아츠시군.


“…역시 안 되겠어.”

“뭐가?”

“토도마츠.”


토도마츠는 자신의 부름에 눈을 떴다. 아츠시의 눈이 보였다. 반쯤 처져있어서 눈에 힘을 줘도 카리스마가 없어 후임들이 자주 놀린다며 가끔 불평을 했었다. 아닌데. 지금 이렇게 나는 네가 갑자기 내 목을 졸라도 괜찮을 정도로 무서운데. 거봐. 아츠시군. 너는 다 잘할 수 있는데.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어. 토도마츠는 자신을 보는 아츠시의 눈이 너무 무섭고도 애달파서 다시 눈물이 맺혔다. 아. 아츠시군 나 우는 거 싫어하는 데. 입술을 깨물었다.


“토도마츠. 역시. 그러자. 나랑 같이.”

“응.”


엄마를 잃은 아이 같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건네는 말에 토도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아츠시는 지쳐보였다. 힘들어 보였다. 눈은 뭔가를 갈망하면서도 그 감정이 무서운 듯 자신도 떨고 있었다.


“죽자.”

“뭐?”


토도마츠는 자신의 양 어깨를 잡으며 단호하게 말하는 아츠시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냐. 이게 아니야.


“나는 널 사랑해.”

“응. 나도….”

“아니. 안 믿어.”


양 어깨에 얹어진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진심이다. 진심이야. 협박이 아니다. 아츠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게 분명했다. 토도마츠는 그 안타까움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렇게 끝나버리면 안 돼. 넌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내가 할 수 있어.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가 알아. 토도마츠는 그의 속박을 벗어나듯 몸부림을 쳤다. 어깨를 잡던 그의 손이 자신의 목으로 올라왔다. 토도마츠는 공포감에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의 앞에서 흐르지 못한 감정들과 참았던 눈물들이 폭발하듯 양 팔을 휘저었다. 안 돼. 싫어.


토도마츠는 있는 힘껏 그를 밀쳤다. 아츠시는 쉽게 밀쳐지지 않았다. 목으로 다가와 세게 쥐어 잡는 느낌이 토도마츠는 입을 벌렸다. 열로 인해서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그 주먹을 아츠시의 복부에 세게 찔러 넣었다.


“윽.”


덜컹. 아츠시의 몸이 크게 휘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목을 붙잡고 있었기에 토도마츠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반복했다. 결국 아츠시는 손을 떼고 자신의 배를 쥐어 싸매고 침대에 뒹굴었다. 토도마츠는 벌떡 일어나 다른 방으로 도망을 갔다.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나갔다 다시 돌아오면 어쩐지 아츠시가 죽어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이 해결책이 좋은 건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죽기 싫다. 이 거지같은 이기심에 토도마츠는 구역질을 하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문 열어. 마츠노.”


호칭이 바뀌어있었다. 토도마츠는 바들바들 떨었다.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더 이상 떨릴 수 없을 만큼 떨려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퉁. 문은 결국 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열려버렸다. 바깥의 밝은 빛이 어두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빛을 반대로 받은 자신이 만든 아츠시가 있었다. 나는. 단지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토도마츠는 자신이 만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게 전부겠지. 토도마츠는 더 이상 울 수도 없을 만큼의 눈물을 흘렸음에도 다시 나오는 눈물에 눈을 세게 감았다 떴다. 열로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츠시가 두 명으로 보였다가 한 명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 이 열과 함께 내가 만들었던 모든 잘못이 사라졌으면. 토도마츠는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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